당정, 취약계층 대상의 채무조정 및 기존 대책 보완안 발표

정책 서민금융 재원 10조→12조원, 안심전환대출 한도도 ↑

금리‧한도 등 일부 요건은 그대로…실효성 논란 재현 우려도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정부와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사태, 7%대를 넘어선 대출 금리 등으로 인한 취약차주들의 부담을 낮춰주기 위한 신규 금융지원 정책과 기존 정책의 재정비를 발표한 가운데, 그동안 지속해서 제기돼온 소위 ‘실효성’ 논란에서 이번에는 벗어날 수 있을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신규 조치 및 기존 정책의 재정비를 통해 취약계층에 대한 채무 지원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정책들이 취약차주들에게 비로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강도 높은 추가 지원도 약속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추가 조치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대출 대상 조건이 여전히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데다 이미 건전성 리스크가 엄습한 금융권에 추가적인 부담을 사실상 강제한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소통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 여당이 취약차주 지원을 위한 추가 서민금융 정책을 발표한 가운데 이전에 공개된 기존 정책에서 제기된 실효성 논란이 다시금 제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존에 공개된 서민 금융정책이 민간 금융시장의 얼어붙은 대출 심리, 나아가 실질적인 효과에 대한 의문부호가 더해지면서 서민들의 선택을 받고 있지 못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속해서 서민 및 취약차주 지원을 골자로 한 금융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서 자금시장의 경색, 고환율‧고물가에 따른 서민들의 부채 리스크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금융시장 합동점검회의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금융시장 합동점검회의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취약차주 보호’ 추가 정책 공개

실제로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은 고금리 시대에 취약차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 서민금융 정책을 공개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그동안 내놓았던 △새출발기금 △청년 채무 탕감 △안심전환대출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 등에 이은 이번 정책의 핵심은 취약계층 대상의 추가 대출 제도와 기존 금융지원 정책의 보완‧재정비로 요약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또한 지난 6일 진행된 ‘민생금융점검 당정 협의회’에 참석해 “지난 7월 공개한 민생 및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금융지원 정책 이후 추가적인 민생금융 안정화 대책을 추진하고자 한다”하며 “핵심은 정책서민금융 확대와 취약계층 대상의 채무 조정 및 지원, 그리고 기존 정책의 요건 완화”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공개한 추가 대책을 통해 금융당국은 우선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위험이 있는 취약계층을 위해 긴급생계비를 소액 대출해주는 제도를 추진하기로 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에 대해 “이뿐 아니라 서민들이 사채시장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장치 마련을 정부와 금융당국에 제안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라 정책 서민금융 재원을 기존 10조원에서 12조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금융사와 취약 채무자 간 자율적 채무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개인채무자보호법’을 신규 제정키로 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기존 제도의 조건 완화다. 우선 주택담보대출을 연 3.7%~4% 장기‧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우대형 안심전환대출의 한도를 내년 초부터 9억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일단 금융당국은 오늘부터 한도를 기존 4억에서 6억원으로 2억원 상향 조정해 적용한다.

이 밖에 청년들의 안정적 주거환경을 지원하는 청년 대상 맞춤형 전세특례보증한도 또한 기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한다.

이 밖에 범금융권이 함께하는 ‘온라인 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 자동차보험료 인하 등의 조치도 검토대상에 포함됐다고 정부와 금융당국 측은 설명했다.

안심전환대출 현황. 디자인. 김민영 기자.
안심전환대출 현황. 디자인. 김민영 기자.

제한된 조건에…지속 제기된 ‘실효성 논란’

이처럼 금융당국이 또 한번 서민 및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정책을 공개했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다소 엇갈린다. 그간 지적돼온 지원 대상 조건의 현실화 논란이 정책에 반영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이러한 실효성 논란은 이전 금융정책에서도 지속적으로 반복됐다. 대표적으로 지난 한달여간 진행된 안심전환대출의 경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자격 요건 때문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며 1단계 접수에서 사실상 흥행에 참패했다. 당시, 신청 대상의 ‘4억원 이하 주택’이라는 조건이 최근 주택가격과 맞지 않다는 지적에 해당 상품의 실효성 논란까지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오늘부터 시작되는 2단계 접수에서도 금리는 1단계와 동일한 3.7~4% 수준을 유지한다. 지난 2019년 공급 당시 금리(연 1.95%~2.2%)를 감안하면 사실상 금리혜택도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 까닭에 지난 1단계 접수 기간 중 소진된 재원은 전체 준비금(25조원)의 16% 수준인 3조9897억 원에 그치며 사실상 차주들의 외면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를 상징하는 서민 정책금융인 ‘새출발기금’도 실효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새출발기금은 출범 초기부터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의 재연장과 효과가 겹친다는 지적을 받았다.

새출발기금 출범식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새출발기금 출범식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여기에 ‘대출 연체자만 신청이 가능하다’는 조건을 악용해 고의로 연체를 한 후, 신청하는 일부 악성 채무자들이 발견된 점 또한 실효성 논란을 부추긴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지난달 진행된 국정감사 당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새출발기금 출범 후 약 열흘 간 채무조정을 신청한 인원은 약 7500여명, 채무액은 1조1900여억원 수준에 그쳤다. 당시 금융당국은 “새출발기금은 기존 코로나19 금융지원의 보완적 역할을 하는 조치”라며 “지원자가 예상보다 적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같은 기간 코로나19 관련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대한 만기연장·상환유예을 위해 은행권이 추가로 지원한 여신 규모가 약 2조6000억원이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사실상 새출발기금보다는 기존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대한 차주들의 니즈가 더욱 컸다고 볼 수 있다.

금융지원 재연장을 신청한 자영업자 A씨는 데일리임팩트에 “새출발기금을 이용하면 일부 신용거래에 제한이 발생하는 일정부분 페널티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러한 제약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새출발기금을 이용하려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반복된 우려, 금융권과 소통 이어가야

이런 까닭에 금융업계에서는 이번에 선보인 조치들이 이전의 실효성 논란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금융업계와 당국 간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원만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금융지원 정책 역시 금융업계의 동참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일부 대출상품뿐 아니라, 이번 회의에서 공론화된 ‘자동차 보험료 할인’ 등은 금융사의 합의 없이는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한 지원 조치다.

실제로 지난 주말 진행된 당정 협의회에 참석한 이복현 금감원장도 “그간 금융당국은 정부의 민생안정 지원 과정에서 금융권의 자발적 지원을 위해 노력해왔다”라며 “이번에도 금융권에서 자발적 고통 분담 노력에 추가적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추진 가능한 사항은 이른 시일 내 추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권 역시 정부와의 지속적인 소통이 실효성 논란을 잠재우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연초 진행된 청년희망적금을 포함해 이전 몇몇 정책의 시행과정에서 미흡한 소통으로 혼선이 빚어진 사례가 있는 만큼 원만한 소통이 필수라는 것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진행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문제의식도 갖고 있다”라며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실효성 논란을 잠재울 방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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