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하반기 전략회의서 나란히 ‘리스크 관리’ 의지 밝혀

수익성 감소 우려…‘리스크 잡고 실적 방어’하는 전략 필요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하반기 국내 금융업계에 소위 퍼펙트스톰(Perfect Storm‧경제 복합위기)이 다가올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주요 금융사들이 하반기 전략의 핵심 키워드로 ‘리스크 관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간 장밋빛 전망을 달렸던 실적뿐 아니라 건전성 부문에서도 '퍼펙트스톰' 리스크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에 따른 연착륙 방안, 금융당국 중심의 취약차주 지원 등 변수가 오는 3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러한 리스크 우려 역시 현실화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그런 까닭에 이미 예상 가능한 주요 리스크에 대응하면서도 감소가 예상되는 실적 방어를 위한 차별화 전략 마련 여부가 금융업계 하반기 성적을 가늠할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본격적인 하반기 사업 전개를 앞두고 국내 주요 금융사들은 하반기 사업을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미 국내 5대 금융지주사(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뿐 아니라 주요 시중은행, 카드, 보험 등 주요 금융사들은 금리인상기와 글로벌 복합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진행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The Great Move’ 라는 슬로건을 제시하며 그룹의 대도약, 대약진을 함께 이뤄가자고 당부하고 있다. 사진. 우리금융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The Great Move’ 라는 슬로건을 제시하며 그룹의 대도약, 대약진을 함께 이뤄가자고 당부하고 있다. 사진. 우리금융

금융계 CEO, 한목소리로 ‘리스크 관리’ 언급

각 업계별 현안과 상반기 사업 성과를 두루 살펴보는 시간으로 진행된 이번 주요 금융사의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관통하는 공통된 키워드는 바로 ‘리스크 관리’였다.

이미 가계대출 증가세와 이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차주들의 이자 부담 증가가 리스크로 대두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내외 불확실성은 리스크를 더욱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이처럼 장기간 누적된 리스크가 올해 하반기에 국내 경제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에 따른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책 마련이 핵심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주요 금융사 수장들은 한목소리로 리스크 관리를 하반기 핵심 전략 키워드로 언급했다. 지난 15일 하반기 경영전략워크숍을 진행한 우리금융의 손태승 회장은 하반기 집중 과제 중 하나로 ‘복합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를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손 회장은 “하반기 역시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최고의 속도와 최대의 성과를 내야 한다”라면서도 “국내외 경제위기가 엄중한 상황인 만큼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는 과하다 싶을 만큼 철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진행된 NH농협금융의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의 화두도 ‘리스크 관리’였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은 “하반기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리스크관리와 내실 경영에 집중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영을 실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리딩금융 경쟁을 펼치고 있는 KB금융의 윤종규 회장은 리스크 관리의 범위를 ‘고객 보호’로 까지 확대하며 금융권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윤 회장은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 각종 복합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라면서도 “위기가 닥치더라도 고객의 금융자산을 보호하는 방파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금융회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진옥동 신한은행장 역시 15일 진행된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리스크 관리는 성장을 위한 기본토대”라며 촘촘한 관리를 주문했다. 진 행장은 “하반기 신한은행의 전략 키워드는 본립도생(本立道生·기본이 서면 길이 열린다)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내부통제를 통한 리스크 관리 강화, 고객보호 강화 등을 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감소 전망에 ‘리스크 관리’ 화두

이처럼 주요 금융사 수장들이 앞다퉈 리스크 관리를 하반기 경영 전략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하반기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국내외 변수로 인한 복합위기가 예상되는 데다, 소위 ‘회색코뿔소’로 불리는 예견된 경제위기의 현실화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대다수 전문가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요 금융지주사 및 시중은행들의 실적 성장세가 하반기를 기점으로 다소 꺾일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핵심 근거는 기준금리 인상이다. 물가상승률 억제와 긴축재정 전략으로 인해 하반기에도 기준금리는 지속적으로 인상될 전망이다. 이미 업계에서뿐 아니라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한국은행 측도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연말 기준금리가 2.75%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가 인상될 경우, 이자 증가에 부담을 느낀 차주들의 대출 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미 올해 연초부터 최근까지 가계대출 잔액이 수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이러한 상황이 현실화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이 내세운 취약 차주를 위한 금융지원 방안 역시 금융업계에 적잖은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금융당국은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을 대상으로 원금을 감면해주거나 이자 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늦어도 오는 3분기 중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재원 마련은 물론, 소위 ‘사회적 책임’이라는 이유를 들어 금융권의 동참도 사실상 권고한 상황이다.

금융권 역시 원칙적으로는 이러한 금융당국의 정책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금융사의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에서 △방파제 역할론(윤종규 KB금융 회장) △금융사의 사회적책임(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청년 지원 통한 사회적 이바지(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등이 거론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은 곧 실적 하락과 직결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이미 금융사들은 청년희망적금과 같은 금융당국 주도의 정책금융상품 운용 과정에서 정부의 수요예측 실패로 인해 일부 이자를 추가 부담하기도 했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실적 개선에 따른 금융권의 사회적책임 이행에는 내부에서도 이견이 없다”라면서도 “경기 불확실성으로 하반기 경영 성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불안감이 팽배한 것도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 사진. 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 사진. 금융위원회.

‘안전판 마련하고 실적도 방어하고’

금융권 내부에서는 기존의 시선과는 다른 관점으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닥쳐올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판을 구축하는 한편, 한쪽에서는 감소가 우려되는 실적을 방어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전략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리스크 대비를 위한 안전판 전략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바로 충당금이다. 미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쌓아두는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분기 말 기준 충당금 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60억원 늘어난 7조1300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당국 수장들도 리스크 대비를 위한 지속적인 충당금 추가 적립을 강조하고 있다.

이자 수익 이외에 신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금융권의 노력도 지속될 전망이다. 일단 데일리임팩트가 만난 주요 금융지주사 및 은행업계 관계자들은 금리인상에 따른 ‘역머니무브’ 현상을 주목하고 있다. 이를 기회로 삼기 위해 수신 잔액의 지속적 확대, 그리고 자산 관리 역량 강화 등을 금리인상기에 적합한 핵심 사업으로 손꼽았다.

시중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아무래도 금리 인상기에는 모험보다는 안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예·적금 금리 경쟁을 통해 시중자금을 끌어모으고, 나아가 기존 자산의 안정적 관리를 원하는 재테크 수요에도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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