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회서 망 사용료 분쟁 관련 전문가 간담회 열려 눈길

넷플릭스, "망 사용료 납부 시 한국 콘텐츠 외면" 되레 경고

전문가들의 조언 "'넷플릭스법' 개정안에는 신중론 필요해"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디지털 경제시대, 망 이용대가 이슈의 합리적인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의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왼쪽부터) 토마스 볼머 넷플릭스 콘텐츠 전송정책 부문 디렉터,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 조대근 서강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 고낙준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이용자정책과장, 김준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장,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 사진. 최문정 기자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디지털 경제시대, 망 이용대가 이슈의 합리적인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의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왼쪽부터) 토마스 볼머 넷플릭스 콘텐츠 전송정책 부문 디렉터,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 조대근 서강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 고낙준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이용자정책과장, 김준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장,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 사진. 최문정 기자

[데일리임팩트 최문정 기자] “과거에는 넷플릭스가 (계약 내용에 따라) 해외 이동통신사업자(ISP)에 망 이용료를 지불했을 수도 있지만, 현재 기준 전 세계 어느 ISP에도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한국의 ISP만 차별적으로 대우하기는 힘들다”

망 사용료를 둘러싸고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한 국내 ISP와 갈등을 빚고 있는 넷플릭스가 다시 한번 망 이용대가를 지불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김상희 국회부의장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디지털 경제시대, 망 이용대가 이슈의 합리적인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이하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 김영식 의원 사무실
김상희 국회부의장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디지털 경제시대, 망 이용대가 이슈의 합리적인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이하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 김영식 의원 사무실

김상희 국회부의장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디지털 경제시대, 망 이용대가 이슈의 합리적인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이하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를 대표해 토마스 볼머 넷플릭스 콘텐츠 전송정책 부문 디렉터, ISP를 대표해 조대근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 교수 등이 참석했다.

넷플릭스 측은 현재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ISP 사업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망 이용 대가를 지급할 수 없는 이유로 크게 2가지 논거를 들었다.

첫 번째는 넷플릭스가 ISP에 망 사용을 위한 대가를 별도로 지불하는 사례가 없다는 내용이다. 두 번째는 자체적으로 구축한 캐시서버 ‘OCA(오픈커넥트어플라이언스)’를 적용해 콘텐츠를 전송하기 때문에 ISP의 주장대로 넷플릭스의 콘텐츠가 트래픽의 과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ISP·OTT 업계는 넷플릭스가 미국의 컴캐스트, 버라이즌, 프랑스의 오렌지 등의 ISP에 별도의 망 사용 대가를 지불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왔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넷플릭스가 지난 2014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출한 서류에서는 넷플릭스가 컴캐스트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넷플릭스와 개별 통신사가 맺은 계약 내용은 제3자가 확인할 수 없는 상호비밀유지조항 때문에 직접 볼 수는 없지만 망 이용 대가를 주고받은 정황은 확실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토마스 볼머 넷플릭스 콘텐츠 전송정책 부문 디렉터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디지털 경제시대, 망 이용대가 이슈의 합리적인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최문정 기자
토마스 볼머 넷플릭스 콘텐츠 전송정책 부문 디렉터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디지털 경제시대, 망 이용대가 이슈의 합리적인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최문정 기자

하지만 넷플릭스는 이날 이같은 관측을 전면 부정하고 나섰다.

토마스 볼머 디렉터는 “넷플릭스가 해외 ISP에 망 이용 대가를 지급했다는 주장을 반박하고 싶다”며 “과거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현재는 세계 어느 ISP에도 망사용료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볼머 디렉터는 이어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로컬 CP는 국내 ISP로부터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인터넷 접속 서비스 등을 제공받지만, 넷플릭스 등 해외 CP는 국내 ISP로부터 제공받는 서비스가 없다”며 “넷플릭스와 관련해 국내 ISP가 하는 일은 (이용자들이 요청한) 콘텐츠를 국내 사용자에게 전송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넷플릭스는 더 이상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이유로 회사가 직접 개발한 OCA를 꼽았다. OCA는 넷플릭스가 자체 개발한 트래픽 분산 시스템이자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다. 한국 소비자가 넷플릭스 미국 서버에 올라가 있는 콘텐츠를 감상하는 상황을 가정하면, 해저케이블을 활용해 미국에서 바로 콘텐츠를 전송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트래픽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

넷플릭스는 매번 미국에서 한국으로 콘텐츠를 전송하는 대신,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콘텐츠를 이용이 적은 시간대에 미리 일본이나 홍콩의 서버에 업로드 해놓는다. 이것이 OCA의 개념이다. 넷플릭스는 OCA를 통해 트래픽 적체 현상을 줄이면서 ISP의 통신망에 부담을 주지 않고 콘텐츠 사업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볼머 디렉터는 “한국의 광대역망은 넷플릭스의 스트리밍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며 “한국 평균 광대역망 속도는 200Mbps인데 비해 넷플릭스 콘텐츠의 평균 스트리밍 트래픽은 3.6Mbps에 불과하다”고 강변했다. 그는 “망 사용료는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이것이 우리가 10년간 10억달러를 투자해 전 세계 142개국에 1만4000개 이상의 오픈커넥트를 구축한 이유”라고 말했다.

볼머 디렉터는 이어 “만약 망 사용료를 지불한다면 한국 업체가 한국 외 국가에 연결하기 위해서도 비용을 지불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더이상 한국에서 콘텐츠 지역화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되레 경고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측은 인터넷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CP로서의 역할을, ISP들은 망의 트래픽 관리 등의 안정적인 관리와 시설 정비의 의무를 다하며 서로 분담해 상호 이득이 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재 소송전을 펼치고 있는 SK브로드밴드와의 협업 가능성도 열어뒀다는 관측도 나온다.

볼머 디렉터는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부사장이 이달 초 방한했을 당시 SK브로드밴드 관계자와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안다”며 “상호 호혜적 방향으로 풀어나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딘 가필드 부사장이 방문했을 당시, SK브로드밴드가 아니라 SK텔레콤 쪽과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 당시에도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조대근 서강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디지털 경제시대, 망 이용대가 이슈의 합리적인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해 발제하고 있다. 사진. 최문정 기자
조대근 서강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디지털 경제시대, 망 이용대가 이슈의 합리적인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해 발제하고 있다. 사진. 최문정 기자

볼머 디렉터에 이어 조대근 서강대 겸임교수는 ISP 측의 입장에서 망 사용료 납부가 정당하다는 내용으로 넷플릭스 주장을 반박하는 주제발표를 해 눈길을 모았다. 

조대근 교수는 “망 이용대가는 겉모습만 보기에는 이중 부과로 보일 수 있지만, CP와 이용자가 각자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조교수는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망중립성의 규제는 특정 CP의 트래픽을 우선 처리해주는 대가로 추가적인 요구를 금지하지, ISP가 CP에 과금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교통정리를 하기도 했다.

요컨대, 망 중립성이 단순히 망이 무료 자산이기 때문에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ISP와 CP가 서로 트래픽과 콘텐츠라는 가치를 물물교환의 형태로 주고받기 때문에 성립한다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이번 넷플릭스의 사례처럼 특정 CP가 트래픽 대량 발생의 책임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인 셈이다.

한편, 이날 학계와 법조계는 이른바 ‘넷플릭스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에 대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개정안은 최근 ‘오징어 게임’, ‘DP’, ‘지옥’ 등 한국에서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음에도, 회사가 국내에서 폭증하는 트래픽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있다며, 국내 ISP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이와 관련된 법안은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김상희 국회부의장 등 여야 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상황이다.

이날 발제 이후 이어진 토론에 참석한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법안들의 전제나 개념 정확성, 법체계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점, 향후 국내 CP들에게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구 변호사는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의 원칙 위반 우려 △평등원칙 위반 우려 △권력분립과 사적 자치 원칙 위반 우려 △국내 CP가 겪을 부정적인 영향 등을 이유로 법안의 재정비를 촉구했다.

ISP 입장의 주장을 펼친 조대근 서강대 겸임교수 역시 △기존 법령의 한계와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계약 당사자 간 자율성 △용어의 명확한 정의와 모호한 표현의 통일 △망 이용대가 가이드라인 활용 △이용자 보호 등의 측면에서 입법 추진을 되짚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공감의 뜻을 표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