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설립된 토종 행동주의펀드의 '맏형님'
한진칼·오스템 투자해 주가 올리고 명성 높이고
자금력 부족은 한계..평판 악화·투자자 이탈 문제도

[편집자주] 올해 주주총회에서 단연 돋보인 건 행동주의펀드입니다. 오스템임플란트, KT&G, 태광산업, 에스엠엔터테인먼트(SM) 등 주주가치 관련 이슈가 있는 기업의 주총 현장에 등장해 대주주와 경영진을 성토하고 주주의 몫을 요구한 토종 행동주의펀드를 시장에서는 'K 행동주의펀드'라고 부릅니다. 이들의 '주총장 습격사건'은 대부분 실패로 끝나 '찻잔속 태풍'이 되고 말았지만 시장에 남긴 족적은 적지 않습니다. 우선 K 행동주의펀드의 활약으로 후진적 지배구조로 대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개선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의 불씨를 봤다는 투자자도 있고, 해외로 눈돌리고 있는 국내 2030 투자자의 발길을 국내로 유턴시키는데 일조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나옵니다. 데일리임팩트는 이들 K행동주의펀드의 움직임을 6차례의 기획기사로 정리했습니다.

[데일리임팩트 박민석·이상현 기자] # "석태수 대한항공 부회장은 회사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 권익  침해 사례가 있어 사내이사 후보자로 부적합하다" 지난 2019년 한진칼 주주총회에 참석한 행동주의펀드 KCGI는 오너의 경영진 구성에 강력 반발했다. 특히 "한진칼이 어려운 시기에 석 부회장이 700억 규모 상표권을 인수한 것은 '부실경영'의 사례"라고 주장하면서 그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 KCGI는 최근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식을 매입하여 오너와 경영진을 압박했다. 그러나 오스템임플란트 측이 초대형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UCK파트너스 등과 손잡고 2조원 딜인 '주식공개매수-상장폐지' 수순을 밟는 바람에 두 달 만에 주식을 정리하고 말았다. 비록 '찻잔속 태풍'으로 끝났지만 KCGI가 행동주의 투자에 나서면서 내세운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저평가된 오스템임플란트 시가총액을 5배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은 지금도 울림이 크다. 

디자인 = 김민영 기자
디자인 = 김민영 기자

 

한진칼 사태 통해 자본시장에 명성 날려

KCGI(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는 한진칼 주식을 산 뒤 주주 자격으로 오너 및 경영진과 대적하여 자기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본시장에 '토종 행동주의펀드'에 대한 인식을 공고히 했다.  후진적 거버넌스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자조섞인 한탄이 대세인 국내 투자 환경에서 KCGI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특히 '저평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소액주주들과 어깨동무해서 투자수익을 올렸다는 점에서 일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KCGI가 대중에게 알려진 건 소위 '한진칼 사태' 때다. KCGI는 2019년부터 2022년 3월까지 3년 반 가까이 한진칼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KCGI는 한진칼 지분 17.29%를 확보한 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과 '제3자 주주연합'을 구성해 조원태 회장을 압박했다.

그러나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조원태 회장을 이기지는 못했다. 총 3차례의 표 대결은 모두 회사측 승리로 끝났고, 결국 KCGI은 호반건설에 지분을 모두 팔고 물러났다.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한진칼은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제정하고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KCGI가 요구한 지배구조개선안을 일부 수용했다. 지배구조가 개선되면서 주가도 올랐다. 한진칼의 주가는 KCGI의 지분 매입부터 호반건설에 지분을 넘기는 시점까지 150%가량 상승했다.

경영권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주주로 활동하는 기간 주가 상승과 지배구조 개선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자본시장에서는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에도 '행동주의'로 참여했으나...

KCGI가 올해 오스템임플란트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자 시장에서는 또 다시 적지 않은 기대를 보였다. 하지만 한진칼과 달리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KCGI는 주주제안 이후 두 달 만에 철수하고 말았다. 주주총회에 참석하지도 못했다. 주주총회 전에 갖고 있던 지분을 팔고 빠져나오고 말았다. 

당시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오스템임플란트에서 직원횡령과 오너 일가의 횡령·배임 등 지배구조 이슈가 터지자 KCGI는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보고 지분 매입에 나선다. 자회사 에프리컷홀딩스를 설립하여 총 6.92%의 지분을 확보, 3대 주주가 된다. 

디자인 = 김민영 기자
디자인 = 김민영 기자

이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KCGI는 오스템임플란트 최규옥 회장의 퇴진과 △독립적 이사회 구성 △주주 권익 증진 △내부통제 강화 △합리적 보수 구조 및 조직문화 개선 등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담긴 주주서한을 보낸 것.

KCGI는 오스템임플란트가 이 제안을 받아들여 투자자 신뢰가 회복되면 시가총액이 2조원대에서 10조원대로 5배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주주 관여 활동을 통한 감시와 견제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KCGI의 요구는 성사되지 않았다. 최 회장이 초대형 사모펀드(MBK파트너스와 UCK파트너스)와 손잡고 회사 매각 작업에 나선 것이다. 최 회장은 MBK와 UCK가 만든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이하 덴티스트리)에 본인 지분의 9.16%를 넘겼다. 이후 덴티스트리는 본격적인 경영권 인수 작업에 나선다. 두 차례의 공개매수를 통해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96.1%를 확보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자발적 상장폐지 요건(지분율 95%)를 갖춘 것이다. 덴티스트리는 현재 상장폐지를 준비 중이다. 이 과정에서 KCGI 역시 공개매수에 응하면서 '행동주의' 활동은 끝났다.

"행동주의 펀드의 한계를 보여준 실패한 투자" 지적도  

KCGI는 오스템임플란트 투자에서도 경영권 확보까지는 못 갔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주주로 활동하는 기간 오스템임플란트 주가는 40% 이상 올랐고, KCGI의 내부수익률(IRR)도 150%에 달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지배구조 문제도 명확히 지적했고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영권이 사모펀드로 넘어가는데도 일조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KCGI의 투자 행보에 대해 '행동주의펀드의 한계를 보여준 사건'이란 분석도 나온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두 사모펀드가 최대주주가 됨에 따라 최 회장의 독주는 막았지만 KCGI가 요구한 지배구조 개선안은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행동주의펀드가 지배구조 개선을 이뤄내려면 결국 자본이 충분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상황이 어찌 됐건 KCGI가 두 달만에 지분을 처분하고 나온 건 행동주의펀드라는 평판을 악화시킨 일"이라며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면 토종 행동주의펀드에 대한 시장과 투자자의 지지는 금방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KCGI는 어떤 펀드인가?

 KCGI는 2018년 등장한 초기 토종 행동주의 펀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KCGI의 펀드 출자약정액은 4797억원이며, 운용 중인 펀드는 5개다. 

강성부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어 '강성부펀드'로 불리기도 한다. 강 대표는 대우증권, 동양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15년간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국내 증시 저평가의 원인과 해법이 기업 지배구조에 있다고 판단해 KCGI를 설립했다.

KCGI의 행동주의 전략의 특징은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한 저평가된 기업'을 타깃으로 한다는 점이다. 실제 과거 한진칼, 오스템임플란트에 주주 활동에 나선 이유도 땅콩 회항, 물컵 갑질, 임직원 횡령 등 대주주나 오너 일가의 비윤리적 이슈, 내부통제 미흡에 따라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같이 저평가 기업에 주주 제안을 하고, 주주활동을 통해 대주주의 비효율적 경영 방식을 개선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KCGI는 기본적으로 장기투자와 지배구조 개선을 지향한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적 특성 및 정서를 반영한 지배구조 개선 △경영권 분쟁보다 견제와 균형으로 주주 권익 추구 △기업의 장기적 성장 △장기투자를 통한 지속가능 경영 등을 투자철학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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