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대기업 VS 이커머스 신흥 강자 힘겨루기
수차례 협상에도 이견 상당…소비자 불편 가중

쿠팡이 CJ제일제당의 즉석밥 '햇반' 상품 발주를 중단한 가운데, 한 대형마트에서 햇반이 할인가로 판매되고 있다. 사진. 황재희 기자.
쿠팡이 CJ제일제당의 즉석밥 '햇반' 상품 발주를 중단한 가운데, 한 대형마트에서 햇반이 할인가로 판매되고 있다. 사진. 황재희 기자.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즉석밥 시장점유율 1위 제품 '햇반'을 두고 쿠팡과 CJ제일제당이 갈등하는 가운데 아직도 양사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과 쿠팡은 지난주 수차례 만나 내년도 납품할 햇반의 마진율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아직도 양사가 양보 대신 서로의 입장을 고집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어떻게 해결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번 갈등은 쿠팡이 올해 말까지 납품받기로 한 CJ제일제당의 주요 상품 발주를 지난달 일방적으로 중단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내년도 햇반 납품 관련 공급가 협상을 앞두고 CJ제일제당은 쿠팡에 공급가 인상을 요청했다. 그러나 쿠팡은 공급가 인상이 무리한 요청이라고 거부했다.

쿠팡은 올해도 CJ제일제당측이 여러 차례 공급가를 인상해달라는 요구를 맞춰줬음에도 납품 물량을 제때 공급하지 않는 등 오히려 피해를 봤다는 입장이다.

반면 CJ제일제당은 올해 햇반 발주 물량 폭주로 쿠팡 외에 다른 이커머스 업체에게도 발주 물량을 제때 맞추지 못했다며 쿠팡만 차별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현재 쿠팡에서 구입할 수 있는 햇반은 중간유통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재고 물량이다. 쿠팡이 직매입하는 로켓배송 품목에서는 빠져 있다. 대신 오뚜기의 즉석밥은 로켓배송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사태를 두고 유통업계에서는 납품업체가 판매업체에게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시장점유율이 높은 식품 대기업인 CJ제일제당이 이커머스 등 유통업체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게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쿠팡이 햇반 상품 발주를 중단하자 CJ제일제당은 이달 초 11번가, G마켓 등 다른 이커머스 업체와 대대적인 할인 프로모션에 들어가며 세력 과시에 나섰다.

이와 함께 CJ제일제당이 햇반 외에 비비고 만두, 통조림 햄 스팸, 해찬들 고추장, 백설 밀가루 등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주요 상품군 20여개 품목에 대해 국내 물가 상승율보다 최대 4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쿠팡에 납품하며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는 목소리도 나오며 사건 국면이 달라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식품 1등 기업이 가격을 올리고 나면 후발주자들이 뒤따라 가격을 상향 조정하기 때문이다.

현재, 쿠팡을 기준으로 맛있는 오뚜기밥은 개당 210g짜리 36개입이 3만1150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CJ제일제당의 햇반 백미밥의 경우 210g짜리 36개입이 3만8840원으로 판매되고 있다. 햇반이 7690원 더 비싸게 팔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 즉석밥 시장 점유율은 CJ제일제당이 66.9%, 오뚜기가 30.7%로 1위와 2위 기업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쌀값은 전년 대비 24.9% 떨어졌다. 45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도  CJ제일제당은 지난 4월 햇반 가격을 평균 7.6% 올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제품 단가는 원재료 외에 에너지, 물류, 인건비 등 여러 요인이 결합돼 결정되는 관계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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