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피파이식 물류서비스 ‘네이버 도착보장’ 시작
판매자-구매자 연결만…사후관리서 자유로워
직매입하는 쿠팡…비용 부담 크고 분쟁 관리도

[데일리임팩트 최진호 기자] 네이버가 이커머스업계 강자인 쿠팡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상품 배송 서비스 '도착보장'을 전격 론칭했다. '도착보장'은 네이버가 쿠팡의 로켓배송에 비해 취약했던 물류 부문을 보완하기 위해 내놓은 서비스다.

사진. 네이버 도착보장 홈페이지 캡처.
사진. 네이버 도착보장 홈페이지 캡처.

'중개'만 하겠다는 네이버

네이버가 이번에 선보인 도착보장은 '얼라이언스' 방식으로, 글로벌 커머스 시장에서 떠오르고 있는 쇼피파이 및 알리바바도 같은 방식을 택하고 있다.

얼라이언스 모델은 상품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중개 역할만 하되 최대한의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쿠팡 및 아마존 등의 직매입 방식은 판매자가 제품 판매 금액은 정상적으로 받지만, 상품 유입경로 및 구매 주기, 데이터분석처럼 향후 마케팅에 활용될 수 있는 정보를 알 수 없다.

때문에 네이버의 방식을 이용할 경우 판매자 또는 브랜드사는 더 다양한 판촉전략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나이키나 이케아 등 글로벌 브랜드사들이 아마존에서 쇼피파이로 넘어간 것도 정보 지원 떄문이었다. 

네이버는 D2C 역할을 하기에 책임 측면에서도 자유롭다. 상품 관리를 하지 않는 까닭에 불완전 제품, 배송중 파기 등과 같은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을 피할 수 있다. 더욱이 납품가격을 놓고 판매사와 실랑이를 벌일 필요가 없다. 브랜드사 또는 판매자가 네이버로부터 이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직접 공급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네이버 도착보장 서비스는기본적으로 도착 날짜 정확도를 높이는 게 목표고 날짜가 지켜지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판매사와 이용자 간 갈등에 대한 프로세스가 없다"라며 "반품이나 환불 등 상품 결함은 도착보장 보상 대상이 아니다. 입점 브랜드사가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배송 속도를 담보할 수 있느냐다. 네이버는 지난 2년간 CJ대한통운 및 품고, 아르고 등 물류사들과의 네이버 풀필먼트 연합(NFA)을 구축했다. 물류사들이 자체 센터를 통해 다수의 상품을 갖추고 있다면 빠른 배송이 가능하지만 반대의 경우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쿠팡처럼 다양한 제품을 신속하게 배송하기 어려운 것이다. 

쿠팡 물류센터. 사진. 쿠팡
쿠팡 물류센터. 사진. 쿠팡

'빠른 만큼 위험성 큰' 쿠팡식 모델

업무 효율성을 따지면 쿠팡의 모델이 안전할 수 있다. 쿠팡은 현재 전 세계 이커머스 시장 1위인 아마존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 브랜드와 판매사 제품을 매입한 뒤 배송하는 리테일러 방식이다. 

직접 모든 상품을 매입·배송 하는 만큼, 통제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재고량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고 기상 악화 같은 돌발 변수가 생겨도 즉각 대응할 수 있다. 연중 안정적으로 공급망을 운영할 수 있기도 하다. 이를 바탕으로 특정 타깃층을 겨냥한 신규 서비스를 발굴, 시행하기도 용이하다. 

그럼에도 네이버가 쿠팡과 다른 노선을 택한 데에는 비용 문제가 자리한다. 많은 양의 물류를 처리해야 하기 떄문에 인프라 구축과 인력 운용 등에 막대한 자금이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한다.

실제 쿠팡은 100여개에 달하는 물류센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6조원을 썼다. 지난 3월 준공한 대구 풀필먼트센터엔 3000억원 가까이 들어갔다. 여기에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지난 몇 년간 10조원 이상을 쏟아 붓고있다.

원활한 상품 공급과 사후 관리에도 신경써야 한다. 공산품의 경우, 해외로부터 제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사례가 많은데 주문 취소나 배송지연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또 상품을 직매입하다 보니 이윤을 늘리기 위해 브랜드사와 갈등도 빈번하다. 실제 LG생활건강 및 CJ제일제당과 납품 가격을 놓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오픈마켓 특성상 최저가 정책을 고수하려면 경쟁사보다 더 낮은 가격에 더 빨리 상품을 매입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납품업체의 마진율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담은 피하고 수수료와 같은 수익만 챙기기 위해 네이버가 얼라이언스 방식을 택했다는 지적이다. 이를 놓고 플랫폼 기업으로서 책임을 방기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솔루션만 팔겠다는 결정은 경영적 판단이고, 그 자체로는 비판할 수 없다"면서도 "네이버가 커머스 서비스를 통해 큰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도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의지가 약하다는 건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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