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위법' 유권해석에도 구글 태도변화 無…인앱결제 고수

행정소송 등으로 시간끌기…“빅테크 중심 생태계 고착화될 것“

인앱결제 관련 이미지. 제공. 이미지투데이
인앱결제 관련 이미지. 제공.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엄포에도 구글이 꼼짝하지 않을 태세다. 아웃링크를 불허한 구글의 결제정책이 위법 행위라는 방통위의 유권해석에도 개선안을 내놓지 않았다. 

방통위는 이틀 연속 구글에 경고장을 날렸다. 사실조사까지 예고하며 ‘구글의 꼼수를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구글음 꿈쩍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사실상 버티기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정책을 바꾸는 대신 행정 소송 등 다양한 대응 전략을 펴면서 시간을 최대한 끌 것이라는 지적이다. 방통위와 빅테크들의 핑퐁게임 속에 국내 콘텐츠 생태계만 고사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방통위의 유권해석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이 인앱결제에 공식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글은 “최근 대한민국 방송통신위원회의 보도자료를 확인했으며, 그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발전시키고 대한민국 이용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개발자 커뮤니티와 지속적으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구글은 아웃링크 허용 여부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모바일 생태계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모든 이용자들을 위해 안전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로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가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에 에둘러 반박했다. 

앞서 구글은 사실상 인앱결제를 강제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 했다. 앱 개발사는 인앱결제와 앱 마켓 내 제3자결제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인앱결제는 최대 30%, 제3자결제 방식은 최대 26%의 수수료를 구글에 내야 한다. 이를 따르지 않고 외부 결제를 안내하는 웹페이지를 연결시켜 놓을 경우 이달부터 해당 앱의 업데이트를 금지하고 오는 6월 1일에는 삭제키로 했다. 구글의 결제정책에 반기를 드는 앱 제작사를 두고 보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은 셈이다. 

방통위는 구글이 국내법을 준수하도록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전날 방통위는 구글이 아웃링크 불허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아웃링크는 별도의 웹사이트를 통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앱 이용료가 제작사에 직접 전달되는 만큼, 최대 30%에 달하는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구글이 정해놓은 결제방식을 강요하면서 이에 따르지 않는 앱 이용을 막는 것은 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게 방통위의 입장이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 제1항 제9호에 따르면 앱 마켓 사업자는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모바일 콘텐츠 제공 업체에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할 수 없다.

특히 방통위는 구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구글이 계속 아웃링크를 제한하고 특정 결제방식을 강요하면 실태점검을 실시하고 이 과정에서 위반 정황이 포착되면 사실조사를 벌인 뒤 제재한다는 방침이다. 사실조사를 위한 자료 제출 명령에 2회 이상 불복하면 매일 일평균 매출의 0.1~0.2%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별도로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도 물린다. 위법 행위가 발견되면 매출액의 최대 2%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되, 위법행위가 중대하다고 판단되거나 시정 요구에 반복적으로 불응하면 검찰 고발까지도 고려키로 했다. 

다만 방통위는 구글의 위법 행위가 확인돼야 움직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앱 업로드가 2주 간격으로 이뤄지는 점을 고려해 14일 이후에 구글이 인앱결제를 강제했는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가능성이 높다. 방통위는 일단 이달 중 앱 마켓 부당행위 피해사례 신고센터를 통해 온·오프라인에서 앱 개발사의 피해사례를 모을 계획이다.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맨앞)이  '구글 갑질방지법'  통과를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국회 제공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맨앞)이  '구글 갑질방지법'  통과를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국회 제공

방통위의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계에서는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금지행위’가 구체화되지 못했고 위법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도 불명확하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부당하게 지위를 이용한다, 부당하게 심사를 지연한다 등으로 애매하게 표현해놨는데 도대체 ‘부당’의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며 “법을 위반해도 제재 수준이 살짝 따끔한 정도라 법 준수 의지를 북돋우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글이 앱을 삭제해놓고 ‘이용자 보호에 문제가 있어서 취한 조치’라고 명분을 내세우면 제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계속 모르쇠로 일관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구글은 법의 허점을 악용해 제재를 피하겠다는 꼼수를 드러냈다. 제3자 결제를 허용했으니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한 게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빅테크들이 방통위 제재 앞에 대동단결 했다는 점이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은 플랫폼 사업자의 지위를 악용해 시장을 교란시키는 행위를 제한한 첫 번째 제도다. 비슷한 규제를 추진하는 세계 각 국이 한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제재 수위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구글이 방통위의 제재에 행정소송으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 거둔 짭짤한 수익도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구글과 애플은 앱 마켓에서의 절대적 영향력을 무기 삼아 자체 결제 시스템으로만 유료 앱·콘텐츠를 결제하게 했다. 이를 통해 매년 막대한 수수료를 챙겼다. 한국모바일산업협회(MOIBA)에 따르면, 국내 앱 개발사 246곳이 2020년 한 해 동안 구글·애플·원스토어에 지불한 수수료는 1조6358억원에 달한다. 구글은 무려 1조529억원을 수수료로 챙겼고, 애플 역시 4430억원을 수수료로 받아갔다. 

애플은 구글과 각을 맞추며 버티기에 돌입했다. 일단 아웃링크 대신 제3자 결제를 허용하는 것으로 갈음할 태세다. 제3자 결제를 택할 경우 26%의 수수료를 적용한다. 구글과 같은 수준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애플의 방식이 구글보다 ‘더 일방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구글은 인앱결제와 제3자 결제 중에서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지만, 애플은 앱 개발사가 아예 인앱결제와 제3자 결제 중에 선택한 뒤에 이용자들에 노출시키도록 했다. 

구글 플레이 관련 이미지. 사진. 구글코리아 유튜브 캡쳐.
구글 플레이 관련 이미지. 사진. 구글코리아 유튜브 캡쳐.

빅테크들이 국내법 우회 전략을 고수하자, 콘텐츠 업계의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 또 다른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구글이 버티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행정소송을 벌이면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수년이 걸린다. 결국 구글이 바라는 대로 앱 개발사들이 구글의 방식이 ‘순응’하는 생태계가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민관은 상생협약을 맺고 구글·애플의 대안으로 토종 앱 마켓 원스토어를 육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게임 3사, 웨이브·티빙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멜론컴퍼니·지니뮤직·플로 등 음원서비스업체들은 신규 앱을 출시할 때 국내외 앱 마켓에 동시에 공개하기로 약속했다. 

이 같은 의지와 달리 해외 앱 마켓의 종속에서 벗어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안드로이드 폰 사용자 대부분이 구글플레이를 사용하지 않나. 아이폰 이용자도 굳이 앱스토어 외의 다른 마켓을 써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앱 마켓 매출 비중이 높은 게임은 구글·애플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 국내 디지털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구글·애플의 제3자 결제를 택할 경우 전자결제 수수료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인앱결제보다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국내 OTT업체들이 모바일 결제 시 정기 구독 요금을 일제히 인상했다. 하지만 인지도를 올려야 하는 업체들은 가격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까닭에 수수료 부담을 감수할 가능성이 있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도 데일리임팩트에 “브랜드 영향력이 떨어지는 영세업체들은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다”며 “수익성이 악화돼도 구글·애플에 항의를 하기 어려우니 제 살을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통위의 태도도 업계의 불안감을 키우는 부분이다. 방통위는 구글과 애플의 자발적 이행을 바라는 눈치다. 빅테크에 대한 제재가 자칫 미국과의 통상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최근 미국은 자국 기업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망 이용대가 의무화를 법제화하는 것에 우려를 표시했다. 망 사용료 문제를 놓고 넷플릭스와 소송을 벌이는 SK브로드밴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방통위가 절차, 시장 논리를 강조하는 걸 보면서 강력한 제재가 이뤄지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일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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