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자체 플랫폼 출시 및 제휴 등으로 잇단 진출

‘비금융 데이터’ 우위 확보 위한 승부수…수익성은 ‘글쎄’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국내 은행업계에서 때 아닌 ‘배달 경쟁’이 불기 시작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음식 배달 플랫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은행업계 내에 여‧수신 시장 외에 또 다른 전장(戰場)이 열린 것이다.

배달앱 시장에 뛰어든 시중은행은 모두 ‘혁신금융’의 기치를 앞세워 배달앱 서비스를 활용한 비금융 데이터 확보, 마이데이터 확장성 도모 등 직간접적인 미래성장 동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국내 주요 배달앱 플랫폼 사와 제휴를 맺거나, 직접 배달앱 플랫폼 시장에 뛰어드는 방식으로 음식 중개 플랫폼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그동안 빅테크의 공세에 밀려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호소했던 은행업계가 오히려 빅테크의 본거지 중 하나인 ‘배달앱 시장’에 직접 침투, 맞대응에 나선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생활금융 플랫폼 진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

그동안 은행업계는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승부를 보기 위한 무기 중 하나로 ‘생활금융 플랫폼’을 내세워왔다. 이는 네이버, 카카오 등 소위 ‘빅테크(BigTech)’의 금융업 진출, 토스와 같은 전문 핀테크 플랫폼의 약진으로 본격화된 금융권 내 플랫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다.

이 같은 전략은 주요 시중은행들이 최근 중점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이른바 ‘원앱(One App)’전략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원앱이란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 뿐 아니라 비(非)금융 영역의 다양한 서비스를 탑재한 하나의 앱을 의미한다. 국민 메신저라는 닉네임까지 갖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역시 카카오톡 기반의 금융·쇼핑·콘텐츠를 기반으로 거대한 ‘카카오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실제로 최근 국내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원앱 구축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러한 움직임은 내년 1월부터 시작되는 마이데이터 본사업과 연계해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원앱 전략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 조직 내부에 별도의 플랫폼 사업팀을 꾸리고 플랫폼 탑재할 생활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다. 대부분 이종 산업군과의 협업을 통한 플랫폼 공유의 성격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특히 그 중심에는 바로 ‘결제 서비스’가 존재하고 있다. 플랫폼으로의 사업 확장을 도모하면서도 그 안에서 금융업의 본질을 살린 ‘결제’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마이데이터 사업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고객이 생성하는 방대한 ‘결제 데이터’다. 플랫폼 내에서 발생하는 결제 데이터를 토대로 생활금융 플랫폼, 나아가 은행의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이 은행업계의 기대이자 목표다.

배달 서비스 진출 이유는 ‘데이터?’

이런 상황에서 뜬금없이 은행업계가 실질적인 ‘배달업’을 진행한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배달앱 플랫폼과의 협력, 그리고 은행 결제 서비스와의 연동이라는 정석을 벗어난 전략이기 때문이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은행이 기대하는 것은 배달앱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이 아닌 비정형화된 데이터“라며 ”추후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상품 운영 시 신용평가모형(CSS)고도화에 활용할 데이터를 얻기에 적절한 플랫폼이 바로 배달이라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존 배달앱 플랫폼에 결제 시스템을 탑재하는 방식을 활용하면 배달 주문 고객의 결제금액과 관련한 정보만 데이터화할 수 있다. 반면, 직접 배달앱을 운영할 경우, 고객 결제 뿐 아니라 ▲구매 이력 ▲라이더 수수료 수입 ▲가맹점 주문 정보 등의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향후 은행들은 이러한 비금융 데이터를 신용평가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보다 정밀한 신용평가를 통한 대출 차주의 부실화 방지, 또는 상환능력이 충분함에도 단순 신용점수 문제로 대출이 어려운 차주에게 신규 대출을 내주는 등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배달시장에 가장 적극 대응하고 있는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내년 1월 본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최근 자체 배달앱 ‘땡겨요’의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땡겨요’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율이다. 가맹점에게는 업계 최저 수준의 중개 수수료율 2%를 적용하는 등 소상공인의 부담을 최소화했다. 이는 기존 배달앱의 평균 중개 수수료 11.4%(결제 수수료 별도)와 비교해도 차이가 뚜렷하다.

사진. 신한은행.
내년 1월 정식 서비스 예정인 신한은행 배달 서비스 '땡겨요' 이미지. 사진. 신한은행.

특히 라이더들의 배달 이력을 신용평가 모델에 반영, 향후 이들을 위한 맞춤형 금융상품 개발 및 대출 한도 산정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최근 편의점 배달 서비스 ‘My편의점’을 자체 플랫폼 ‘우리WON뱅킹’에서 선보였다. My편의점은 우리WON뱅킹으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 사이 세븐일레븐에서 판매 중인 식료품 및 생필품 등을 주문(1만5000원 이상), 결제 시 고객이 신청한 장소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이밖에 KB국민은행은 배달플랫폼 ‘요기요’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시너지 강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하나은행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자영업자를 위한 맞춤형 금융상품을 개발 중이다. 전략과 방향은 다르지만 4대 시중은행 모두 배달앱 플랫폼 사와 협력하고 있는 셈이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사실 은행업계 내부에서도 이 같은 시도가 ‘배달 서비스’ 자체의 흥행과 수익 창출 등의 성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다만 데이터 확보와 같은 부가적인 시너지 창출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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