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 데이터 전쟁 서막’…금일 오후부터 시범 서비스 시작

금융사‧핀테크 차별화로 승부수, ‘치열한 주도권 다툼’ 전망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금융업계의 미래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평가받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다. 내년 1월 정식 시행을 앞두고 시범 서비스가 시작된 가운데,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마이데이터 사업자들 간의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시범 서비스가 본 서비스를 앞두고 각 사의 경쟁력을 가늠할 중요한 시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향후 한 달간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각 사가 선보일 차별화된 서비스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API 방식을 통한 금융 마이데이터 전면시행에 대비해 주요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시범 서비스를 운영한다.

이번 시범 서비스에 참여하는 사업자는 내년 1월 1일부터 마이데이터 본 서비스를 제공하는 총 37곳이다. 우선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모두 참여하며, 금융투자사 및 카드사, 상호금융 등 전통적인 금융사들의 참여가 눈에 띈다.

특히 기존 금융업계와 자웅을 겨룰 것으로 예상되는 핀테크 업체(뱅크샐러드, 핀크)도 마이데이터 시범사업에 합류한다.

한편, 1일부터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총 17곳이다. 나머지 20곳은 12월 중 순차적으로 시범 서비스에 참여할 계획이다. 추후 참여할 사업자 중에는 카카오페이, 토스, 네이버파이낸셜 등 국내 대표 핀테크도 포함돼있다.

'시범 서비스 개시' 달아오르는 마이데이터 시장

이번 마이데이터 사업 시범 서비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본허가를 취득한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자사의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첫 시험 무대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마이데이터 사업은 금융업계 내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기존 금융회사와 빅테크 기업, 관공서, 병원 등에 흩어진 개인신용정보를 토대로 맞춤형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추천·개발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무한한 확장성을 지닌 사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업계에서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금융시장의 주요 전장(戰場)으로 떠오른 플랫폼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국내 5대 시중은행은 이번 마이데이터 사업을 은행, 나아가 지주사 전반의 경쟁력 강화 기회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금융지주사 내 카드, 증권, 보험 등 계열사와의 협업을 넘어 유통·통신·헬스케어 등 이종산업군과의 협업에도 마이데이터 사업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범 서비스는 자사 서비스의 차별성을 금융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신규 고객 유치와 기존 집토끼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중요 시험무대다. 이미 주요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자체 서비스 상용화에 필요한 시스템 점검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마이데이터 사업을 주관하는 금융당국 역시 이번 시범 서비스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초기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과도한 트래픽 발생, 서버 중단 등의 문제를 모니터링하고 사전 예방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지난 오픈뱅킹 서비스 론칭 당시에도 일부 은행의 시범테스트 참여를 통해 발생 가능한 시스템 오류 등의 문제를 사전 예방할 수 있었다”며 “이번 시범 서비스를 통해 내년 1월 참여 예정인 사업자들의 원활한 서비스 시행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차별화로 승부수 ‘눈길’

마이데이터 시범 서비스를 앞두고 눈길 가는 행보를 보이는 곳은 역시 시중은행이다. 이미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특화된 플랫폼을 신설한 시중은행 업계는 집토끼와 신규 고객을 잡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하나은행은 마이데이터 기반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 ‘하나 합’을 오늘부터 공식 론칭한다. 이번 ‘하나 합’ 출시를 통해 하나은행은 기존 소수의 고액 자산가에게만 제공되던 자산관리 및 외환 투자 전문 컨설팅을 디지털을 통해 모든 고객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자산 진단에서 처방까지 한 번에 해결해주는 ‘자산관리 스타일’ 서비스뿐 아니라 ▲고객 개개인의 지출을 분석·제공 ▲외화 자산을 불려주는 ‘환테크 챌린지’ 서비스 등 개인별 최적화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특히 이번 마이데이터 사업에 국내 금융그룹 중 가장 많은 계열사(하나은행·하나금융투자·하나카드·핀크)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고객들에게 더욱 다양하면서도 차별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은행 역시 우리WON뱅킹 플랫폼에서 개인의 신용 및 자산 상태에 대한 통합 분석 리포트는 물론, 초개인화 맞춤 금융 상품 및 서비스 추천 기능까지 제공하는 ‘우리 마이데이터’를 준비했다.

사진. 신한은행.
사진. 신한은행.

신한은행도 자체 모바일 플랫폼 ‘쏠(SOL)’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 ‘머니버스(Moneyverse)’를 선보인다. ‘머니버스’는 금융 정보 통합조회, 자산‧재무 분석, 소비‧지출 관리, 목표관리, 개인화 상품 추천 등을 제공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다.

특히 완성된 자산을 관리하는 방법이 아닌, 자산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투자 타이밍과 같은 기회들을 제공해 고객의 자산관리 및 형성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신한은행측의 설명이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도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소비패턴 분석,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 신용점수 관리, 부동산 시세정보 등 생활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i-ONE 자산관리’를 전면에 내세운다.

특히 숨겨진 정부지원금 찾기, 재직이력을 활용한 맞춤형 일자리 정보 제공 등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위한 특화서비스도 제공해 핵심 고객인 중견·중소기업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반대로 핀테크는 친숙함과 경험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는 방침이다. 이미 기존 스크래핑(개인 데이터 긁어오기) 방식의 초기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주도해온 만큼, 기존 금융사보다 풍부한 경험과 이미 확보한 고객을 유지해 기존 금융사들과 경쟁하겠다는 각오다.

핀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기존 금융사가 오픈뱅킹을 통해 플랫폼 확장을 도모했다면, 핀테크 입장에서는 마이데이터가 플랫폼 확장의 열쇠가 될 것”이라며 “그만큼 마이데이터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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