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사‧핀테크, ‘차별화’ 전략으로 주도권 선점 기대

궁극적으로 필요한 금융-핀테크 간 협력‥상생 노력은 ‘과제’

이번 본허가 취득으로 KB국민은행 등 28곳의 업체가 마이데이터 사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 사진. 국민은행.
내달 1일 서비스 론칭을 앞두고 있는 KB국민은행의 마이데이터 사업 이미지 . 사진. 국민은행.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마이데이터 시장 선점을 위한 금융권의 물밑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권 허가를 취득한 50여 개(본허가와 예비허가 포함) 금융 및 플랫폼 사는 이미 서비스 시행을 위해 필수인 주요 심사를 속속 통과하며 시스템 고도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취득한 기업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국민‧NH농협)과 핀테크(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뱅크샐러드 등)를 포함해 총 45곳이다.

이처럼 수많은 금융사 및 핀테크 업체가 마이데이터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시장이 가진 엄청난 잠재력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금융시장의 주요 전장(戰場)으로 떠오른 플랫폼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기존 금융업계는 핀테크와의 주도권 경쟁에서 승기를 가져오기 위한 목적뿐 아니라, 업계 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핀테크보다 금융 노하우는 상대적으로 풍부한 만큼, 이를 기반으로 핀테크를 아우르는 금융업계 전반에서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은행이 있다. 특히 금융지주사 내 은행 계열사는 카드, 증권, 보험 등 계열사와의 협업을 넘어 유통·통신·헬스케어 등 이종산업군과의 협업에도 마이데이터 사업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은행의 최대 강점인 영업점(오프라인 채널) 기반의 마이데이터 사업이 시행될 경우, 핀테크와의 차별화에도 나설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전략적인 협업을 통해 생산한 데이터는 마이데이터, 나아가 플랫폼 사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다”며 “특히, 내부 데이터에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이종업계의 데이터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마이데이터 사업 확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이미 금융당국의 테스트를 통과하고 막바지 고도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저마다 강점을 지닌 키워드를 앞세워 마이데이터 사업에서의 차별화도 꾀하겠다는 의지다.

국내 은행권 최초로 API 기능적합성 평가를 통과한 NH농협은행은 고유의 정체성인 ‘농업’에 포커스를 맞춘다. 농업과 농촌, 그리고 지주사 내 계열사의 데이터를 활용한 별도의 플랫폼을 구축해 농업 분야의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분석 및 실질적인 지원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진. 농협은행.
사진. 농협은행.

KB국민은행은 ‘생활금융’ 기치를 내걸었다. 기존에 강점을 가진 자산관리 서비스에 타 사와의 협업을 통한 신용관리(나이스평가정보), 자동차관리(KB캐피탈)를 추가해 생활금융플랫폼으로의 도약의 기반을 닦는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데이터뱅크(Data Bank)’라는 키워드를 선택했다. 핵심 플랫폼인 ‘우리WON뱅킹’을 통해 통합 자산관리, 생활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갖출만큼 월등한 수준의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방대한 데이터를 융합할 수 있는 안정된 기술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는 스마트한 데이터 기반 은행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마이데이터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해당 사업의 양대 축인 시중은행과 핀테크 간 협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직도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을 주장하는 은행권과 ‘혁신금융 성장 우선론’을 주장하는 핀테크 업계 간 갈등은 지속하고 있다.

당장, 은행업계는 영업점 내 마이데이터 서비스 시행을 주장하고 있다. 모바일 활용이 서툰 금융취약계층을 위해서라도 영업창구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은행업계의 입장이다.

반면 핀테크 업계에서는 이러한 은행업계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자칫 영업점 내 마이데이터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고객의 계좌를 포함한 개인정보가 창구 직원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영업점 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창구 직원의 PC가 아닌 고객 전용으로 분리된 태블릿PC를 활용해 제공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며 “결국 마이데이터 자체가 기존 금융사와 핀테크 간 상생과 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인 만큼 양측의 원만한 갈등 봉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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