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단 워크샵에서 “재무적 지표 앞서 고객 가치 깊이 고민해야” 주문

질적 성장으로 경영 불확실성 돌파…체질 개선·사업경쟁력 강화 가속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9월 경기도 평택시 LG디지털파크 내 LG전자 HE연구소를 방문해 OLED 대세화 추진 현황을 살피고 있다. 사진. LG.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9월 경기도 평택시 LG디지털파크 내 LG전자 HE연구소를 방문해 OLED 대세화 추진 현황을 살피고 있다. 사진. LG.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위드 코로나 시대 생존전략으로 ‘고객 가치 실천문화의 체질화’를 제시했다. 향후 더욱 치열해질 기업 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중심에 둬야 한다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전날 사장단 워크샵을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이번 워크샵에는 계열사 최고경영진 30여명이 참석했다. 

매년 9월 열리는 사장단 워크샵은 경영 현안과 산업 환경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LG 경영의 밑그림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특히 구광모 회장은 취임 이후 워크샵을 통해 디지털 전환·개인화 전략 강화와 같은 화두를 던진 뒤 연말 인사와 다음해 경영전략에 반영해왔다. LG의 경영 방향과 목표를 가늠할 수 있는 자리인 셈이다. 

LG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로 가전·통신 등 주력사업이 호조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백신 접종률이 높아짐에 따라 시장에서는 벌서부터 내년 실적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세계 각 국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데다, 저성장 기조로 돌입하면서 경영환경은 더욱 불투명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때문에 기업들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5G 등 혁신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미디어·보안·신재생에너지·바이오와 같은 신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추세다. 

구 회장은 고객 가치 경영을 통해 경영 불확실성을 돌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소비자·협력사 등 고객을 예의주시할 때,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그룹의 체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구 회장은 재무성과와 같은 양적 성장에 치중하기 보다 고객 가치를 모든 경영활동의 중심에 두는 질적 성장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구 회장은  “우리가 그 동안 흔들림 없이 추진해 온 ‘고객 가치 경영’에 더욱 집중해 사업의 경쟁력을 질적으로 레벨업하는 게 더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 됐다”며 “사업의 목적과 지향점부터 고객 가치에서 출발해, 재무적 지표에 앞서 고객 가치로 정작 무엇을 만들지, 어떻게 혁신할 지 훨씬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업 목표에는 고객 가치 측면의 의미와 목적성이 같이 담겨야 하며, 목표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어떠한 고객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목적을 먼저 수립하고 필요 역량과 자원 투입계획을 실효성 있게 마련할 때, 매출과 시장점유율 등의 외형적 성과들이 후행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LG 최고경영진은 구 회장의 지적에 공감했다. 이에 모든 고객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사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내년에 전반적인 코로나19 특수가 약화되고 국가·지역별로 상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지역·제품의 시장 예측력 향상, 공급망 관리(SCM)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사업 혁신 역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AI·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 전환 속도 향상, 디지털 신기술 분야에서 사업 기회 확대, 탈탄소 역량 강화 등 사업 혁신의 속도를 올리기로 했다. 

한편, 고객 가치 경영은 LG의 경영방식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고객 가치 경영은 품질부터 서비스까지 모든 영역을 아우른다. 때문에 대외 환경에 유연하고 역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구 회장은 고객 가치 경영이 LG를 실질적으로 변화시켜 왔다고 보고 있다. 실제 LG 계열사들이 사업 전반에 고객 가치를 적용하면서 유연하게 변했다는 평가다. 주요 소프트웨어 표준화, 업무지원로봇과 언어 자동번역 시스템 도입 등 디지털전환이 빠르게 진전되면서 업무 효율성이 증대됐다. 

기존 고객센터 중심의 소통채널을 온라인·사회관계망서비스(SNS)·고객 커뮤니티 등으로 확대하거나 최고경영인(CEO)이 직접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는 제품이 탄생하기도 했다. LG전자 스탠바이미 TV, 48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등이 대표적이다. 

구 회장은 LG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애플처럼 LG팬덤을 만들자는 의미다. 이와 관련, 수시로 찾아 고객 가치 경영과 미래 전략을 연결시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구 회장은 수행원 없이 현장을 찾아 실무자들과 소통하는 일이 많았다”며 “다방면에서 고객을 최우선해야 한다는 소신이 강한 만큼, 올해는 현장경영이 더 잦아졌다”고 데일리임팩트에 설명했다. 

실제 구 회장은 LG전자 서초 디자인경영센터(4월),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마곡 LG사이언스파크(6월), LG유플러스 본사·LG전자 평택 디지털 파크(8월) 등을 찾아, 고객 접점 확대와 미래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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