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미디어SR 전문가 칼럼=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코로나19 이후 창업시장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일단 쉽게 도전할 수 있고 운영이 단순한 업종으로의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아울러 로봇이나 IT시스템을 장착한 스마트 업종들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무인스토어의 인기도 상한가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밀키트전문점의 세력 확장이 눈에 확 들어온다. 밀키트전문점 창업 추이가 파죽지세처럼 여겨지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불과 6개월만에 수백개의 가맹점을 개설한 밀키트전문점을 통해 창업시장의 키워드와 노하우를 짚어본다.

코로나 이후 얼어붙은 시장을 녹이는 히트업종들

지난해만 해도 밀키트의 주요 구매창구는 온라인이었다. 하지만 새해들어 밀키트전문점은 온라인 중심의 밀키트 구매를 오프라인으로 끌어냈다.

지난 해 초 처음으로 밀키트전문점 사업모델이 등장한 이후 이미 수십개 브랜드가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에 뛰어들면서 밀키트의 득세는 창업시장에서 단연 화제가 됐다.

조만간 대한민국은 온동네 방방곡곡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밀키트를 만날 수 있는 '밀키트전문점 춘추전국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관측된다.

무인(無人)아이스크림전문점도 손쉽게 운영할 수 있는 무인점포로 각광받고 있다. 빙과 제조업체의 구세주가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확산일로에 있는 아이스크림 무인점포는 한 명의 가맹점주가 5~6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아 이미 시장이 포화된 상태이기도 하다.

뜨는 사업을 내 것으로 만드는 순발력과 부지런함

우리나라 사업가들의 두드러진 장점 중 하나는 순발력이다.

어떤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사업이나 사람이 등장하면 너도 나도 그 분야로 몰려든다. 전세계가 인정하는 남다른 열정과 부지런함 덕분에 새로운 히트 분야가 떠오르면 그곳은 순식간에 소위 전문가나 실력자들이 몰려들고 넘쳐나게 마련이다.

프랜차이즈나 소상공인 분야만 그런 것은 아니다. 스포츠나 유튜브, K팝도 당연히 예외가 아니다. 

이처럼 ‘빅히트' 혹은 대박이나 엄청난 성공에 대한 열망은 대한민국 산업을 이끄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정된 시장에서 진입 장벽이 낮은 업종간의 모방 경쟁은 모든 경쟁자를 한 순간에 ‘초록은 동색’으로 만들어 버린다. 지나친 출혈경쟁은 결국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안목으로 눈앞의 기회만 생각한다면 1년, 2년 후 가능성 있는 유망사업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사업들이 경쟁 속에서 동반 쇠퇴가 아닌 동반 성장을 하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사업 전개 방법은 모방하되 사업의 정체성이나 핵심 컨셉은 차별화해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세분화해서 만족시키는 전략을 구사해야만 한다.  

뜨는 업종의 경쟁자들이 동반 성장하려면

개성없는 경쟁으로 치킨게임이 벌어진다면 모두 다 패자로 전락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높아지면 사업 자체를 외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진화에서도 종(種)과 종 사이의 차별성을 유지하려는 암묵적인 노력이 본능적으로 이뤄진다. 마찬가지로 비즈니스에서도 경쟁자간에 적절한 수준의 차별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똑같다면 여러 개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존재 이유는 '다르다'는데 있다.

K-드라마의 사례를 보자. 이선균과 이지은(아이유)이 주연한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국내 인기 못지않게 해외에서 호평받고 있다. 네티즌들의 리뷰를 보면 ‘인생드라마’ ‘최고’ ‘강력 추천’같은 단어 일색이다.

출연자들의 연기도 뛰어났지만 우리가 늘 보던 것과는 다른 스토리로 감동을 이끌어내며 K-드라마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영화계에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겨준 ‘미나리’ 역시 차별화된 콘텐츠의 감동이 블록버스터를 제치고 역대급의 가성비 있는 성공을 만들어냈다.

사업은 ‘동일한 규칙’을 놓고 누가 더 잘하는가를 평가하는 올림픽 경기와는 다르다.

슘페터의 말처럼 더 잘하는 것 못지 않게 ‘혁신’이 중요하다. 숨어 있는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여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르게 마련이다.  진입장벽이 낮아 과열될 우려가 큰 소자본 창업시장의 경우 더욱 더 그렇다.

신사업으로 블루오션이 만들어지는 건 바람직하다. 하지만 비슷한 업종끼리 경쟁이 과열되면 성장은 멈추고 피해자가 늘어나므로 서로가 차별화된 사업을 통해 각자도생할 수 있을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적인 차별화와 경쟁우위 추구가 생존전략

성장하는 시장에는 선발주자도 있고 후발주자도 있다. 후발주자의 미덕은 차별성과 경쟁우위에 달려있다. 출발선에서 차별화하기 어렵다면 사업 전개 과정에서라도 ‘다름’과 ‘개성’을 꾸준히 추구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공존의 비결이다.

조만간 '프랜차이즈 1+1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법안은 직영점 한 개를 1년간 운영해야 프랜차이즈 사업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법이 통과되면 KFC 창업자인 할랜드 샌더스가 60이 넘은 나이에 빈털터리로 레시피 하나 들고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을 키운 것과 같은 신화는 한국에서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자유로운 시장 진입과 경쟁을 막는 법이어서 결코 반가울리 없다. 중국에는 이런 법규가 있지만 미국도 몇 개 주에서만 시행되는 법이고, 일부 국가에서는 효용성이 없어 폐기되기도 했다. 지구촌에 이런 법안 자체가 없는 나라가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의 카피캣 현상이 너무 심하다보니 결국 이런 법이 시행될 지경에 이르렀다. 이 법을 피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브랜드를 만들어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가맹본부가 무려 1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6000개 안팎의 정보공개서 등록 수가 4월말 현재 7800개를 상회할 정도로 늘어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IT기술 접목해 신업태를 만들다

1000개가 넘는 신규 프랜차이즈 가운데 하나가 바로 ‘프린트카페’다. 이 사업은 대학가 주변에서 흔히 만나던 복사기 전문점을 현대적으로 탈바꿈시켜 무인화한 블루오션 업종이다.

㈜잉크와 오피스는 ‘프린트카페’ 프랜차이즈 사업을 위해 관련 IT회사를 인수하고 무인 매장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한국을 넘어 전세계 대학가에 무인 ‘프린트카페’를 확산시켜 친환경 복사(Copy)와 프린트 문화를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이미 매장에서는 몇 개국어로 서비스가 가능할 정도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짧은 기간에 70여개의 가맹점을 확보했을 정도다. 적게는 2~3개 많게는 8~9개 점포를 운영하는 다점포 사업자가 많다는 점도 눈에 띈다.

‘프린트카페’ 처럼 IT를 도입해 기존 사업을 혁신시킨 신규 프랜차이즈가 더 많아져야 한다. 

40년 전통의 축산 노하우를 가진 한 육가공제조기업은 인공지능 기반으로 기존 육식문화를 혁신시킬 프랜차이즈 사업을 계획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방의 한 푸드트럭 출신 청년창업자는 새우잠을 자면서 개발한 수제 식혜로 새로운 프랜차이즈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발효음료의 장점을 살린 이 사업은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하는 유망프랜차이즈 사업화 우수모델로 선정돼 정부의 지원하에 혁신을 다져나갈 수 있게 됐다.

코로나 이후 소상공인과 프랜차이즈, 상생 다음은 혁신

경쟁촉진 측면에서 보면 ‘프랜차이즈 1+1’은 환영할 법안이 아니다. 하지만 이 법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프랜차이즈 산업에서 혁신적인 신(新)업태가 더 많이 등장해야 한다.

국밥프랜차이즈인 ‘더진국’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 해 추석, 전(全) 가맹점에 현금 100만원씩을 지급해 업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지난 한 해 많은 가맹본부들이 코로나 위기에 봉착한 가맹점을 지원하기 위해 발빠르게 대응하고 상생을 실천했다. 덕분에 소상공인들이 기댈 수 있는 가맹본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역으로 입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이후는 어떤 변화가 올까. 

상생 다음은 바로 '혁신'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금도 좋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하지만 새로 프랜차이즈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신규 브랜드들이 내실경영으로 차별화되고 혁신적인 업태를 성공시킨다면 코로나로 우울했던 소상공인들에게 새로운 생존방식의 길이 활짝 열리게 될 것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프로필

27년간 창업, 신사업 개발 및 프랜차이즈 컨설팅 분야에서 독보적 위상을 구축해 '창업전도사'로 통한다.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세종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ENTREPRENEUR MBA 과정과 경희사이버대 호텔관광학과 MBA과정,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프랜차이즈 MBA 등에서 기업가정신 및 창업, 프랜차이즈, 마케팅, 외식업, 상권 등을 강의하며 수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으로 프랜차이즈 및 창업, 유통 및 마케팅 컨설턴트로 활약하고 있다. 저서로는 <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를 비롯해 <탈샐러리맨 유망사업정보>, <맛있는 요리>, <돈 되는 창업>, <실버정책과 창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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