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본부 인근 저탄장(석탄 보관장). 출처 : 구글어스 캡쳐

재난 수준의 미세먼지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당장 국내에서 추진할 수 있는 미세먼지 저감 방법이 있음에도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인근에는 저탄장이 있다. 원료가 되는 석탄 보관소다. 옥외 저탄장은 말 그대로 석탄을 산처럼 쌓아둔 시설이다. 충남 당진시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옥외 저탄장 한 곳만 하더라도 25만 평방미터로 축구장 30배 규모다. 이러한 옥외 저탄장에 덮개를 씌워 옥내화하면 비산먼지와 미세먼지 배출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발전사는 저탄장 옥내화 추진 걸림돌로 예비 타당성 조사를 원인으로 삼고 있다. 한국서부발전은 2017년 태안화력본부 발전설비 1~8호기 옥외 저탄장을 옥내화 하기로 했으나 2017년에 이어 지난해 12월에도 기획재정부 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23일 미디어SR에 "지난달 타당성 없다는 결과가 나와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야외 저탄장 옥내화 법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해당 법안이 통과하면 이사회 승인을 거쳐 착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기획재정부 측은 발전사의 이 같은 주장은 핑계라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예비 타당성 조사가 아니더라도 옥내 저탄장 건설 착수할 수 있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 1월 예비 타당성 지침을 개정해 수익 창출이 어려워도 공공성이 큰 사업은 추진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핑계가 될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나름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석탄화력발전소 저탄장 옥내화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기재부는 해당 법령 개정 이후 환경부와 협의해 옥내 저탄장 건설을 예타 면제 사업으로 포함한다는 계획이다.

발전사 측은 해당 법안 통과 여부가 불확실해 예비 타당성 조사에 나서지도, 저탄장 건설 기본 계획 수립과 입찰 공고를 내지도 못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발전사는 정부를 정부는 발전사 탓을 하는 동안 전국의 옥외 저탄장에서는 미세먼지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김순태 아주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미디어SR에 "화력발전소 저탄장 1곳의 미세먼지 배출량만 하더라도 연간 최대 400톤 규모로 추산된다. 특히, 충남 지역 석탄화력발전소 저탄장은 수도권에 밀접해 관리가 절실하고 인근 주민을 생각하더라도 시급히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진 화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매일 창틀을 청소하고 농사를 짓지도 못하는 등 심각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옥내 저탄장은 선진국만의 환경 시설은 아니다. 페루, 튀니지, 볼리비아,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가에서도 석탄화력발전소 저탄장에 덮개를 씌워 비산먼지 배출과 환경 오염 최소화에 힘쓰고 있다. 미세먼지로 고통받는 한국의 저탄장 옥내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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