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등 OTT 구독료 인상에 소비자 부담 가중
정부,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위해 대책 마련 지시
해외사업자, 규제 비껴 가고 이통3사가 책임 떠안아
"OTT 구독료 인상하면 토종OTT 업체도 타격 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OTT) 관련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OTT) 관련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이통3사가 최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가격 인상에 따른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가  OTT 구독료 인상 문제와 관련 해당 플랫폼 사업자뿐아니라 통신사 관계자들도 불러 대책 마련을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는 그간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등 다양한 OTT 구독 서비스를 월 1만원 내외로 제공해왔다. 문제는 지난해 말부터 일부 OTT 제휴사들이 구독료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이 책임을 통신사들이 떠안게 됐다는 것.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들은 최근 OTT 결합 요금제 개편을 검토중이다. 최근 OTT 사업자들이 잇따라 구독료 인상에 나서며 소비자 비용 부담이 가중되자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가계통신비 인하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도 서둘러 주요 OTT 사업자들과 이통3사를 불러 서비스 요금 인하를 당부하고 나섰다. 가계 통신비에는 OTT 등 디지털콘텐츠 이용료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3 OTT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전국 13세 이상 국민 5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중 86.5% 가 OTT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료 서비스 중에서는 넷플릭스가 50.0%로 1위였고 무료 서비스에서는 유튜브가 약 80%에 달하는 등 가장 선호도가 높았다.

문제는 OTT 서비스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는 반면  이용료는 낮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는 광고 없이 시청할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오는 4월부터 한달 구독료를 1만4900원으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기존 1만450원의 비용에서 무려 42.6% 가량 올린 셈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말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요금제 정책을 바꿨다. 광고 없는 최저 요금제인 베이직 멤버십(월 9500원)의 신규 가입을 중단하고 최소 1만3500원의 요금을 지불하도록 했다. 또 동일 가구에 거주하지 않는 이용자와 계정 공유를 위해선 매달 5000원을 추가로 내도록 했다. 

16일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대표가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 건물을 찾아 기자들과 깜짝 미팅을 진행했다. /사진=황재희 기자
16일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대표가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 건물을 찾아 기자들과 깜짝 미팅을 진행했다. /사진=황재희 기자

디즈니플러스 역시 광고 없는 프리미엄 요금제를 1만3900원으로 기존 9900원보다 4000원 더 인상했다. 해외 OTT사업자가 가격을 올리자 티빙도 구독료를 20% 가량 인상하는 등 토종 OTT 가격 인상도 이어지며 소비자들의 디지털 콘텐츠 이용 부담이 높아졌다. 

이같은 스트림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해외사업자가 요금제 다양화를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늘리는 노력이 우선해야 한다. 다만 이들은 해외 사업자이다보니 국내 규제 대상 범위에서 비껴가 있다. 서비스 가격 정책을 정부가 강요할 수 없단 뜻이다. 게다가 티빙·웨이브·왓챠 등 국내 주요 OTT 사업자들은 넷플릭스 독주에 힘을 못 쓰고 수년 째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처지다.  

불똥은 이통3사에게로 튀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주요 OTT  5개사를 만난데 이어 통신사 관계자들도 만나 OTT 결합 요금제를 보다 다양화해달라고 주문했다. OTT 구독료를 인상한 사업자들이 실질적으로 가격을 인하하기 어려우니, 관련 구독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통신사들이 먼저 나서줄 것을 당부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국내에서 영향력이 높은 OTT 가 주로 해외 사업자이다보니 정부 규제 대상인 국내 통신사에게 정책 변경을 주문하는 게 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OTT 요금제 인상을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플랫폼 사업자가 아닌 통신사가 짊어지는 게 공정한지의 여부다. 통신사의 경우 이용자 서비스 혜택 강화 측면에서 OTT 업체와 제휴를 맺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개인의 역할을 맡는다. 제휴사의 가격 정책에 따라 통신사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정부는 OTT 구독료 인상 책임을 해외 사업자에게 묻는 대신 이통3사에게 떠넘기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이통3사가 OTT 구독료 인하를 하기는 어려워 업계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통3사 중 KT는 가장 먼저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를 5월부터 47.1%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유튜브 가격 정책이 변경된 탓이다. 이에 따라 월 9450원이었던 이용료가 1만3900원으로 늘어난다.업계에서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역시 이같은 추세를 따를 확률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해외사업자를 비껴 간 정부 규제로 통신사 뿐 아니라 토종 OTT 업계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보통 OTT 이용자들은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티빙, 쿠팡플레이 등 토종 OTT를 같이 구독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라며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1위 사업자가 가격을 올릴 경우 구독료 부담이 높아지면  콘텐츠 경쟁력이 낮은 토종 OTT는 해지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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