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 1조7798억원, 영업이익 1373억원 기록
전년 대비 31%, 75% 감소…리니즈 시리즈 부진 영향
기대작 TL도 미진…발표 자료서 게임별 매출 제외
부진한 성적에도 김택진 대표 등 과도한 성과 챙겨
"거버넌스 개선과 반대로 가…주주로서 우려" 지적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전경. 사진.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전경. 사진. 엔씨소프트.

[데일리임팩트 이승석 기자] “방만함 맞다. 방만함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고 곧 여러 가지 좋은 안을 도출해 실행하려 한다.”

8일 엔씨소프트의 컨퍼런스콜 현장.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과도하다는 것은 충분히 유념하고, 지금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라며 경영 쇄신을 약속했다.

컨퍼런스콜은 시장과 투자자에게 기업의 경영 실적을 설명하는 자리다. 분기, 반기 나아가 연간 단위로 기업이 경영 성과를 달성하고자 경주한 노력을 알린다. 실적이 부진했다면, 성장 잠재력을 강조하고 향후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복안들을 제시하게 된다. 해당 기업의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자리인 셈이다. 잠재적 위험요소를 파악하기 위한 질문이 나올 때도 있지만 기업에게 해명의 기회를 주는 성격이 짙다

그러나 이날 컨퍼런스콜에서는 이례적으로 날카로운 질문이 나왔다. 문준기 베어링자산운용 연구원은 “엔씨소프트가 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하나, 전일 공시나 오늘 IR 자료를 보면 오히려 역행하는 것 같다. 현재 대한민국 상장사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거버넌스를 개선하고 있는 상황인데, 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아 주주로서 심히 우려돼 말씀드린다”고 꼬집었다. 

문 연구원은 엔씨가 실적 부진에도 핵심 경영진이 과도한 성과를 챙겨가고 있다고 했다. 지배주주인 경영진들이 연봉과 성과급을 받는 사례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엔씨는 경영진 대부분이 주주로서 배당을 받아가고 있다. 그는 “김택진 대표가 지난해 기준 128억원의 연봉과 성과급을 가져갔다”며 “국내 다른 상장사와 비교를 해보면 (실적이 좋지 않은데 대표가)100억 이상 가져가는 회사는 거의 없다. (고연봉은) 회사 실적, 현금 흐름과 연동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흡한 주주환원 정책도 문제 제기했다. 엔씨는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정작 실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문 연구원은 “1조원에 이르는 순현금이 있는데 주주환원이나 인수합병(M&A) 등 자기자본이익율(ROE)를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게임사답지 않은 인력 규모와 구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감원이 아니라 오히려 추가적으로 글로벌 RDI센터(가칭) 설립을 위해 5800억원을 투자한다는 점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엔씨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글로벌 RDI 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2만5719.9㎡ 규모로 건립 목적은 업무효율성 증대, 안정적 업무 공간 확보다. 엔씨의 직원은 현재 5000명에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효율적 경영 기조와는 맞지 않을 뿐더러 향후 어떤 종류의 게임을 개발하기 위한 투자인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빈약하다. 

이런 가운데 엔씨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게임별 매출현황을 공유하지 않았다. 문 연구원은 “이번 IR 자료부터 게임별 매출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 실적이 창피하다고 해서 숨기는 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는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원준 CFO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지금 말씀해주신 사항이 무슨 상황인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회사 내부에서도 이러한 내용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홍 CFO의 답변은 엔씨의 폐쇄적 경영 기조가 유지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는 경영진 보수에 대해 “보상위원회를 통해서 모든 게 이루어지고 있다. 재무팀과 회사가 관여하고 있는 사항은 아니다”라며 “주주총회 등 다른 경로를 통해서 이슈가 될 경우에 말씀드리는 게 적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홍 CFO는 게임별 매출을 발표하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전 세계 회사 중에서 저희처럼 발표하고 있는 데가 없더라”면서 “전세계 트렌드를 따라가고자 한 것이지, 게임별 매출을 숨기고자 한 것은 전혀 아니다. 게임별 매출은 얼마든지 IR을 통해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공개하겠다”고 해명했다.

홍 CFO는 “방만함 맞다. 방만함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고 좋은 대책을 마련해 실행하려 한다”면서도 적절한 투자를 단행했다고 항변했다. 그는 “RDI 센터 설립은 아까 언급했던 회사의 인오가닉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이라며 “논퍼포밍(무수익) 애셋을 퍼포밍(수익) 애셋으로, 리턴을 발생시키는 애셋으로 바꾸려고 하는 게 저희가 추진 중인 제일 중요한 원칙이다. 전일 열린 이사회에서도 이를 동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홍 CFO는 소통이 부족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게임 커뮤니케이션도 오픈형 R&D 개발 문화인 엔씽 등을 통해 개별 IP 개발팀이 직접 소통하는 것으로 진행 중인데, 올해에도 소통을 지속적으로 갖겠다”면서 “신비주의 기조에서 오픈 기조로 바뀌고 있는데, 더욱 철저하게 시장과 커뮤니케이션을 펼치겠다”고 했다.

컨퍼런스콜에서의 해프닝은 엔씨가 처한 현재를 방증하는 것이다. 국내 게임업계를 이끄는 3N 중 하나였지만 엔씨는 리니지 IP와 MMORPG라는 장르에 안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엔씨의 실적은 이를 증명해준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7798억원, 영업이익 137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31%, 75% 빠졌다. 모바일게임 매출이 감소한 결과다. 리니지 시리즈 매출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기대작 쓰론 앤 리버티(TL)도 힘을 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4분기 엔씨는 매출 4377억원, 영업이익 39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1%, 영업이익은 무려 91.9%나 폭락했다. TL 출시에도 신작 효과가 없었다는 뜻이다. 실제 TL에 대한 국내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다. 홍 CFO는 “TL의 국내 출시 이후 여러 지표가 시장의 기대치만큼 나오지 않은 것은 잘 인지하고 있다. 콘텐츠 난이도에 대한 이슈와 조작 편의성, PvE 콘텐츠 밸런스 문제 때문에 초반 리텐션 지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도 “TL 팀에서 유저들의 요구 사항들을 빠르게 반영하면서 콘텐츠도 개선하고 여러 가지 최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덕분에 고객 유지(리텐션) 지표가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홍 CFO는 TL의 해외 출시 이후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봤다. 그는 “TL이 해외에서 새로운 지표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서구권 이용자들의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고 해외 이용자들의 관심이 상당히 크다”며 “올해 출시하는 일정에도 변화가 없다. 퍼블리셔인 아마존게임즈가 마케팅 전략상 글로벌 경쟁 환경을 고려해서 최적의 시기를 결정해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엔씨는 사실상 ‘리니지’ 시리즈 외에 이렇다 할 흥행작이 부재한 상태다. 국내 게임 유저 사이에서는 ‘신규 이용자 유치는 안 하고 기존 이용자만 붙들고 있다’며 ‘개고기집’이라는 멸칭으로도 불릴 정도로 게임사로서 기대감이 줄어들었다. 

엔씨는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올해 신작을 통해 장르 다변화와 매출 다각화를 이루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현재 LLL, 프로젝트 M 등을 개발 중이다. LLL은 올해 외부 테스트를 계획하고 있고, 프로젝트 M은 게임 시나리오와 조직 정비가 진행 중이다. 

게임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라이브 IP의 이용자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된다. 아이온2가 대표적이다. 홍 CFO는 “아이온2는 엔씨소프트에게 있어 중요한 IP로, 성공적인 계승을 위해 전사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엔씨가) 제일 잘하고, 잘 할 수 있는 MMORPG 시장에서의 가장 중요한 IP다. 엄청난 양의 PvEP를 제공하는 IP로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신규 IP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 동력 확보도 추진 중이다. 홍 CFO는 “게임, 비게임 관련 새로운 IP를 확보하는 데 주안점을 맞추고, 엔씨가 저평가된 서구권과 동남아 시장으로 확장하는 걸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며 “이러한 기조를 바탕으로 인수합병(M&A)에 굉장한 노력과 시간을 쏟아붓고 있기에 올해는 실질적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엔씨는 올해에도 비용 통제와 경영 효율화를 지속할 계획이다. 지난해 엔씨의 영업비용은 1조6425억원으로 전년보다 18% 감소했다. 인건비(8229억원), 마케팅비(850억원) 역시 전년 대비 3%, 55% 줄었다. 홍 CFO는 “그동안 비용 절감을 많이 했는데, 올 상반기까지 집중적으로 경영효율화를 할 것”이라면서 “올해 추가적인 비용절감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 밖에 엔씨는 콘솔 다각화, 비즈니스 모델(BM) 전략 변화, 경영 및 의사 결정 체계의 효율성 제고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홍 CFO는 “하반기부터 신작 성과가 반영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TL을 포함한 지역 확장, IP 스핀오프 출시 등을 통해서 IP 매출 체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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