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1개 사업장, 22개 협력업체에서 임금 체불 발생
하도급 대금 지급 직불 전환된 현장은 128곳 중 80곳
현금 55억원, 현장직불 568억원... 협력사에 추가 지급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공사현장. / 사진 = 한나연 기자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공사현장. / 사진 = 한나연 기자

[데일리임팩트 한나연 기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돌입한 태영건설의 전국 11개 사업장에서 65억원 규모의 임금체불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 위기가 현장 근로자에게까지 미치자 태영건설은 밀린 임금 청산에 나서고 있다. 다만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이하 외담대)를 통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협력업체들의 부담이 해소될지가 관건이다.

태영건설은 설 명절에 앞서 지급하기로 한 12월분 협력사 대금을 현금 및 현장직불 등의 방식으로 지급했다고 7일 밝혔다. 현금은 55억원, 현장 직불 방식으로는 568억원이 지급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산업 활력 회복을 위한 관계 부처 합동 간담회’에서는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사업장의 임금 체불 규모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발표에 따르면 전국 11개 사업장, 22개 협력업체에서 65억5000만원의 임금이 체불됐다.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2500명이었다.

이에 정부는 근로자 임금을 포함한 하도급 대금을 발주자 직불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종합건설사의 위기가 협력업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는 하도급 대금 지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공공 사업장은 바로 직불로 전환하고 민간 사업장은 대주단 협의 등의 지원을 통해 전환되는 방안이다.

지난 5일 기준 태영건설의 착공 현장 128곳 중 80곳은 하도급 대금 지급이 직불 전환된 상태다. 이 중 65곳은 공공사업장이며, 15곳은 민간 사업장이다. 아직 전환되지 않은 민간 사업장은 48곳이다.

앞서 태영건설은 임금체불로 인한 여파가 커지자 공사 현장 미지급 노무비를 설 연휴 전에 최대한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노무비 비중이 높은 공정 현장을 중심으로 2차에 걸쳐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지난달 25일 53억원을 상봉동 청년주택 현장 등 노무비 지급이 시급한 현장에 1차로 지급했다.

협력업체 임금체불로 공사가 중단됐던 태영건설의 대구 동구 신천동 동부 정류장 후적지 건설 현장도 지난 1일 공사가 재개됐다. 태영건설이 근로자 390여명의 체불임금 11억원을 지난달 31일 모두 지급한 덕이라고 대구고용노동청은 밝혔다.

해당 건설 현장 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분 임금을 받지 못해 지난달 16일부터 공사를 중단한 바 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절차에 돌입하면서 그간 외담대 방식으로 인건비를 받은 협력업체가 근로자 임금 지급을 할 수 없게 된 것이 원인이었다.

협력업체의 자금 확보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태영건설의 외담대 한도 부족이 하청 노동자 임금 체불로 이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자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협력업체의 외상매출채권 현금화 및 현금 임금 지급을 위해 이달 중 외담대 할인분(452억원) 상환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 임금체불 금액은 약 4363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49.2% 증가한 액수다. 또 산업 전체 임금 체불액 1조7845억원 가운데 건설 비중은 24%로 제조업(30.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취업자 대비 건설근로자 비중이 7.8%인 것을 감안하면 건설업 임금체불 비중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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