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동 청년주택 현장 등 두곳 공사 중단
건정연 "태영건설 하도급 현장 92곳서 피해 발생"
"하도급업체 보호 강화 방안 필요" 지적

25일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공사현장. / 사진 = 한나연 기자
25일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공사현장. / 사진 = 한나연 기자

[데일리임팩트 한나연 기자] #25일 오후. 오는 11월 준공을 앞둔 태영건설의 상봉동 청년주택 공사 현장은 고요했다. 지나가다 멈춰 공사 현장을 한 번씩 올려다보는 행인들만 있을 뿐이었다.

태영건설의 상봉동 청년주택은 노동자 임금 미지급 문제로 지난 17일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해당 부지는 상봉역에서 걸어서 10분 남짓 거리에 위치해 입지도 나쁘지 않았다.

한창 공사가 진행돼야 할 청년주택 공사 현장 외부 전체를 둘러봤으나 어느 곳에서도 관계자를 만나 볼 수 없었으며 작업도 전혀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공사 현장의 소음도를 측정하는 소음 전광판에는 아무 정보도 표시되지 않고 있어 중단된 공사 현장을 실감케 했다.

이 자리에는 지하 4층에서 지상 25층의 주상복합건물(782세대)이 들어서기로 예정돼 있었다. 지난 2021년 10월 착공을 시작했고 준공 예정일은 오는 11월이다. 공사 중단으로 준공예정일을 맞출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 해당 현장의 노동자들은 지난해 11~12월분 임금을 받지 못하면서 현장 출근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공사현장의 소음전광판. / 사진 = 한나연 기자
25일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공사현장의 소음전광판. / 사진 = 한나연 기자

현재 태영건설의 공사 현장 중 임금체불 등의 문제로 공사가 중단된 곳은 상봉동 외에 한 곳 더 있다.

태영건설의 대구 동구 신천동 동부정류장 후적지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지난해 12월분 임금을 받지 못해 지난 16일부터 공사를 중단했다. 이 현장의 협력업체는 그간 외담대로 자재비와 인건비 등을 지급받아 왔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은행의 대출이 막히자 근로자 임금 지불도 밀리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사업장에는 지하 3층에서 지상 20층, 450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지어질 예정이었다. 후분양인 만큼 분양 계약 피해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근로자들의 임금 지급이 밀리면서, 근로자들은 생계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태영건설은 대주단과 협의해 밀린 임금 지급 문제를 최대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25일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공사현장에 걸린 현수막. / 사진 = 한나연 기자
25일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공사현장에 걸린 현수막. / 사진 = 한나연 기자

이처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개시된 태영건설의 하도급 공사를 수행하는 일부 현장에서 직간접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경영 위기가 현장 근로자에게 미치기 시작하면서, 하도급 업체 피해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하도급 업체를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실제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하 건정연)이 발표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진단과 하도급업체 보호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이후 직간접적 피해가 발생한 현장이 92곳으로 조사됐다.

건정연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태영건설 하도급 공사를 수행하는 452개사의 862개의 현장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며 이 중 71개 사 104개 현장이 응답했다. 응답 결과 현장 14곳에서 대금 미지급이 발생했고, 50곳에서는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이하 외담대)이 60일에서 90일로 변경되는 식으로 지급기일이 변경됐다.

12곳은 현금 대신 어음이나 외담대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결제 수단이 변경됐고 2곳은 직불 전환됐다. 그 외 어음할인 불가 등도 14곳이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태영건설 외에도 향후 종합건설업체 위기가 발생한다면 하도급업체의 피해가 지속해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하도급대금 지급 보증 제도가 있지만 제도상 허점이 있어 피해를 완전히 보상받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게 건정연의 설명이다.

하도급업체는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기업의 워크아웃 신청 시 하도급대금지급보증 또는 직불 합의를 적극 활용해야 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도급대금 보전을 위해서는 '하도급법' 및 보증기관의 ‘하도급대금지급보증 약관’ 을 자세히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건정연은 "원도급업체의 부실에 따른 하도급업체 보호에 있어 하도급대금지급보증 활용이 가장 효과적인 피해구제 방식이긴 하지만 보증기관마다 약관이 달라 하도급업체의 대응이 쉽지 않아 이를 표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를 살펴보면 표면적으로는 하도급업체 보호를 위한 직접지급을 규정하고 있지만 특정한 요건이 덧붙여져 있어 발주자 입증에 관한 문제로 실효성이 부족한 상황이다.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명백한 사유가 있다고 발주자가 인정하는 경우’ 등이 현행법의 제한 요건들이다.

이에 건정연은 보고서를 통해 “‘필요성’, ‘명백한 사유’ 등 제한 요건을 삭제하고 발주자의 재량을 강행규정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하도급업체들이 흑자도산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와 관련 기관, 건설업체의 선제 대응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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