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알짜카드 폐지'-보험 '약관대출 비용 전가' 등 대표적

지난해 7월 13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 세 번째)과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왼쪽 네 번째) 등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포용적 금융·따뜻한 동행을 위한 상생친구 협약식’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는 모습/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지난해 7월 13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 세 번째)과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왼쪽 네 번째) 등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포용적 금융·따뜻한 동행을 위한 상생친구 협약식’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는 모습/사진=금융감독원 제공

[데일리임팩트 심민현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생금융'이 금융권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카드∙보험업계 등 제2금융권도 상생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카드업계는 상반기 2조원이 넘는 상생금융안을 발표했고 하반기에는 보험업계가 자동차보험료 인하 등의 상생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두 업계 모두 뒤로는 고객 혜택을 축소하는 이중 행보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카드업계, '리볼빙 미끼 논란'∙'알짜카드 폐지'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업계는 업황 부진을 이유로 고객에게 사실상 리볼빙 사용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2년부터 카드론(장기 카드 대출)도 정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 들어가면서 카드론 영업이 어려워지자 카드사들은 리볼빙 신규 고객 유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는 지난해 10월까지 리볼빙 이용 회원을 늘리기 위해 수수료율을 20% 할인해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리볼빙 이용 문턱을 낮춰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이다. KB국민카드도 리볼빙을 신규 등록하는 고객에게 1만원을 돌려주는 캐시백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대금을 일부만 결제하고 최대 90%까지 연체 기록 없이 다음 달로 이월할 수 있는 서비스로 카드사 수익 증가에 큰 도움이 되는 상품 중 하나다. 일단 신청하면 출금계좌 잔액 여부와 상관없이 10%에서 최대 20%에 달하는 고금리 이자가 청구될 수 있어 당장 막아야 할 급전이 필요한 경우 아니면 최대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 만큼 위험한 금융 상품이다. 

실제 신용 점수가 낮은 중∙저신용자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빚의 늪에 빠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리볼빙을 권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8개 카드사의 리볼빙 이월 잔액이 7조5115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카드사들이 이른바 '혜자카드'로 불리는 알짜카드를 계속해서 단종시키는 것도 문제다. 카드사들의 알짜카드 단종 움직임은 업황 악화가 본격화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23년 1~3분기 국내 8개 전업카드사(신한·KB국민·우리·하나·삼성·롯데·현대·BC카드)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781억원으로 전년 대비 11.7% 감소했다.

그 결과, 지난해 1~9월 신용카드 247종, 체크카드 34종 등 총 281종의 카드가 발급이 중단됐다. 이는 2022년 전체 단종 수인 116종(신용 79·체크 37)의 두배를 넘는 수치다. 고객 입장에선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알짜카드가 없어지는 것만 해도 분통이 터질 노릇인데 더 큰 문제는 고객에게 제대로 된 사전 고지 없이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카드를 단종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여신금융법 상 카드사가 부가서비스를 축소하려면 최소 6개월 전에 고객에게 전화, 이메일, 홈페이지 등으로 사전고지를 해야 하는 반면 카드 단종 여부는 카드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고객을 무시한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보험업계, 약관대출과 무관한 비용 고객에게 전가

보험업계 행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부 보험사들이 서민들의 '급전창구'로 불리는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이자에 대출과 무관한 비용을 전가하는 등 불합리하게 금리를 산정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의 보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해지환급금의 일부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보험사의 대출 서비스다. 신용등급 하락위험이나 심사절차가 없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어 신용도가 낮아 일반 금융회사 대출 이용에 제약이 있거나 자금흐름이 안정적이지 않은 금융소비자에게 급전창구로 유용하게 쓰인다. 실제 생활비가 부족해 보험료 납부가 어려운 가입자가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대신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로 통한다.

그러나 금감원 점검 결과 보험회사 간에 가산금리 항목이 일부 상이하고 보험계약대출과 관련이 적은 비용이 배분되는 등 불합리한 사항이 확인됐다.

보험계약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책정되는데 이때 가산금리는 유동성프리미엄(예비유동성 기회비용), 대출업무 관련 인건비·물건비 등의 업무원가, 교육세 등의 법적비용, 목표이익률 등으로 구성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3개 생명보험사와 1개 손해보험사는 가산금리 산정시 법인세 비용은 업무원가 배분대상이 아닌데도 업무원가 항목에 배분해 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보험사는 대출업무와 관련성이 적은 상품개발 부서에서 발생한 비용을 업무원가에 포함시키거나 합리적 근거 없이 금리유형별로 상이한 업무원가를 적용하기도 했다.

또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한 보험계약대출은 특성상 조달금리와 대출금리간 격차로 인한 비용과 관련이 없는데도 9개 생명보험사는 가산금리 내 유동성프리미엄에 시장금리 변동위험에 따른 기회비용을 반영했다. 이밖에 6개 생명보험사와 4개 손해보험사는 목표이익률을 별도로 산출하지 않고 가산금리를 먼저 확정한 후에 업무원가를 빼서 목표이익률을 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카드·보험업계 모두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올해는 진정한 상생정신을 발휘해야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