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로봇·AI·에너지 중심의 Mi-RAE 프로젝트 진행
미래 산업 수요에 대응…사업구조 재편·신기술 양산

장덕현 사장이 CES 2024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삼성전기.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삼성전기가 올해 미래 산업에 초점을 맞춰 부품·소재 핵심 기술 경쟁력을 강화한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4대 영역 중심의 사업구조로 재편하고 신기술을 확보해 세계 초일류 부품사로 도약할 발판을 놓겠다는 구상이다. 

장덕현 사장은 10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2024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자산업은 모바일, 모빌리티 플랫폼을 지나, 인공지능을 접목한 휴머노이드가 일상 생활과 산업에 적용되는 시대가 빠르게 도래할 것"이라며 신사업 추진 계획을 밝혔다. 

장 사장은 '삼성전기가 준비하는 미래'를 주제로 한 이날 간담회에서 "미래 산업의 기술 실현은 반드시 부품·소재가 기반이 되어야 가능하며, 이 분야 핵심 기술을 보유한 삼성전기에게는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기는 현재 'Mi – RAE (미-래)'라고 명명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기술력이 입증된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카메라모듈, 패키지기판 같은 핵심기술을 활용해 전장, 로봇, AI·서버, 에너지와 같은 미래 산업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것. 관련 기술 연구개발에 속도를 올리면서 실리콘 캐패시터, 글라스기판, 전장 카메라용 하이브리드 렌즈, 소형 전고체 전지,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SOEC) 등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신사업 속도를 올릴 예정이다. 

글라스 기판.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는 AI 확산에 대응해 글라스 기판으로 고성능 반도체 수요를 공략한다. 장 사장은 "반도체 성능을 높이기 위해 여러 반도체 칩을 하나의 기판 위에 올리기 때문에 패키지기판 기술 고도화가 필요하다"며 "기판 뼈대 역할을 하는 코어를 플라스틱에서 유리 재질로 바꾼 글라스 기판은 온도에 따른 변형과 신호 특성 우수해 미세화·대면적화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더 얇고, 더 넓으면서도 반도체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글라스 기판은 서버 중앙처리장치(CPU용), AI가속기 등 고성능 반도체가 탑재되는 하이엔드 제품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장 사장은 예상했다. 삼성전기는 올해 글라스 기판 시제품 생산 라인을 구축한다. 내년에 시제품을 내놓고 2026년 이후 본격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고성능 컴퓨팅에 필수적인 실리콘 캐패시터 사업도 확장한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AI 구현을 위한 첨단 반도체 패키지 기술에 대응하기 위한 차세대 캐패시터로, 실리콘 웨이퍼를 활용해 만들어진다. 마이크로에 불과한 작은 크기에도 고용량인 데다 고온, 고압에서도 안정적 성능을 구현한다. 실리콘 캐패시터를 사용할 경우, 반도체 패키지 면적과 두께를 줄일 수 있을 뿐더러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 가까이 배치시킬 수 있어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삼성전기는 내년 고성능 컴퓨팅 패키지기판에 실리콘 캐패시터를 적용한 뒤 서버·네트워크, 자동차 등으로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장용 하이브리드 렌즈. /사진=삼성전기.

최근 성장세가 가파른 전장은 하이브리드 렌즈를 내세워 입지를 넓힌다. ADAS·자율주행 기술의 발달로 자동차에 탑재되는 카메라가 많아지고 서라운드 뷰, 센싱 같은 기능도 추가되는 추세다. 하이브리드 렌즈는 이러한 니즈를 반영한 제품이다. 플라스틱과 유리 렌즈의 장단점을 결합해 고온, 흠집 등에 의한 변형에 강하고, 생산 효율성이 높다. 카메라의 소형화·경량화에도 유리하다. 장 사장은 "하이브리드 렌즈는 플라스틱 렌즈 수를 늘릴수록 열, 충격에 의한 신뢰성과 정밀한 설계가 필요해 개발이 어려운 분야"라며 "전장 카메라 시장의 '게임 체인저'"라고 강조했다. 삼성전기는 내년부터 하이브리드 렌즈를 양산하고, 전장 카메라 시장에서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기는 탈탄소 트렌드에 맞춰 신사업을 준비 중이다.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전지가 대표적이다. 전고체 전지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보다 형상 자유도가 높은 반면 폭발 위험이 적다. 확장현실(XR) 기기나 입는 형태의 보조용 로봇 같은 웨어러블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기는 MLCC의 적층 기술, 글라스 세라믹 재료기술을 접목해 전고체 전지 소형화와 대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했다. 여기에 업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밀도와 용량도 확보했다. 장 사장은 "현재 신뢰성 조건을 보증하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며 "2026년 웨어러블 시장 진입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SOEC Cell. /사진=삼성전기.

친환경 그린수소 핵심 기술인 고체산화물 수전해(SOEC)도 삼성전기가 기대하는 신사업이다. 회사가 개발 중인 SOEC는 MLCC의 원재료인 세라믹 기반으로 섭씨 700도 이상의 고온에서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장 사장은 "MLCC사업에서 확보한 세라믹 재료 기술과 적층·소성 등 공정기술을 활용해 그린수소 생산 핵심 기술인 SOEC 셀(Cell)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며 "SOEC의 가장 중요한 특성인 전류밀도를 상용품 시장 기준 최고 수준으로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내년 시제품을 개발하고 2027년 양산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이 밖에 고분자 전해질 기반 수전해(PEMEC) 등의 개발에도 속도를 올린다. PEMEC는 '멤브레인'이라 불리는 고분자막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수전해 기술이다. 

삼성전기는 차세대 플랫폼인 휴머노이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광학설계·정밀가공·구동제어 기술을 활용한 신기술을 준비하고 있다. 시스템·AI 데이터 처리를 위한 패키지기판, MLCC와 센싱을 위한 카메라모듈, 전원공급·구동기술을 적용한 액츄에이터를 개발하고 있다. 

장 사장은 "앞으로 다가올 디지털 미래는 '핵심기술' 확보가 기업 생존 여부를 가를 핵심"이라며 "다가올 미래를 새로운 성장 기회로 삼고, 어떤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사업체질 구조로 변화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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