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탄소 감축 계획 발표
산업 부문 감축량, 14.5%→11.4% 하향
에너지 전환·CCUS·국제감축은 상향 조정
환경단체 "산업계 위한 숫자 맞추기냐" 비판
경제계 "매우 도전적 목표"…정부 지원 요청

온실가스 감축목표 조정 내용. 자료.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온실가스 감축목표 조정 내용. 자료.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정부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산업 부문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다. 2018년 대비 14.5% 감축에서 11.4% 감축으로 낮춘 것. 

다만 산업계의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전환 부문 등의 목표치를 늘린 점을 두고 우려가 상당하다. 신재생에너지와 국제감축분 등을 늘린 것을 두고 우려가 상당하다. 관련 시설 증설 등 재정이 추가로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민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는 국가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가 처음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 계획안이다. 정부는 2030년 탄소 배출량을 2018년 40% 줄인다는 NDC는 유지하되 세부 감축량 목표치를 조정해 구체적 이행 계획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산업 부문 목표치는 문재인 정부와 비교해 3.1%포인트, 810만톤이 줄었다. 원료 수급 제한, 기술 개발 지연 등 현실적 어려움과 에너지 다소비 산업 구조의 특성, 수출 경쟁력을 고려했다는 게 탄녹위의 설명이다. 

반면 에너지 전환 부문 감축 목표치는 1.5%포인트 늘어났다. 기존 1억4990만tCO₂e(2018년 대비 44.4%)에서 1억4590만tCO₂e(45.9%)로 상향됨에 따라 400만톤의 온실가스를 더 감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원전 비중을 2021년 27.4%에서 2030년 32.4%로 늘리고, 이 기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도 7.5%에서 21.6%+α로 높인다. 태양광·수소 등 청정에너지 전환도 가속화 한다.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이용(CCUS) 부문은 국내 탄소저장소 확대를 통해 온실가스 흡수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판단, 90만톤을 추가 감축한다. 국제감축 부문도 온실가스 배출 국가들과의 민관협력 사업을 발굴하고 투자를 확대해 기존 목표치보다 400만톤 더 줄이기로 했다. 

정부는 계획 달성을 위해 올해부터 2027년까지 89조9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부문별로는 온실가스 감축 사업 54조6000억원, 기후적응 분야 19조4000억원, 녹색산업 성장 6조5000억원이다.  

정부안을 놓고 벌써부터 '실현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018년 기준 산업과 에너지 전환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의 73%를 차지한다. 산업 부문의 책임지는 감축분이 줄어들면, 에너지 전환 속도를 올려야 한다. 전력망, 저장체계 등과 같은 기반 구축을 위한 추가 예산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탄녹위는 "시장원리에 기반한 합리적인 에너지 요금 체계를 마련에 수요 효율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요금인상을 시사한 셈이다. 

더욱이 산업 부문에서 업종별 목표가 구체화되지 않았다. 정부는 관련 기술 확보와 저탄소 구조 전환을 방법으로 제시했다. 감축 기술 상용화,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확대 등을 통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성능 개선이나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일례로 CCUS의 경우, 기술 성숙도가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산화탄소를 처리∙저장할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국제감축 또한 이행 기반을 확대하는 게 관건이다. 베트남, 몽골 외에 국제적으로 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는 감축사업을 발굴·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마땅한 대상국이 없거나, 협정 체결 과정에서 목표치가 조정될 여지가 있다.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정책의지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환경운동연합은 "기존 NDC에서도 전환, 수송 등 타 부문이 27%~46%까지 감축하는 동안 산업부문은 14.5%만 감축할 정도로 느슨한 책임을 지고 있었다"며 "산업부문 배출량은 2018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35%를 차지하는 최대 배출원 중 하나임에도 가장 적은 감축량을 할당받았다. 오히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잔여 탄소 예산 등 국제 동향과 오염자부담의 원칙에 입각해 상향됐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NDC 수정안은 기존 NDC보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10% 가까이 낮추고, 수명이 만료된 원전을 계속 운전하려는 계획"이라면서 "신한울 3·4호기가 2030년까지 완공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공수표에 불과하다. 과감한 기후위기 대응을 골자로, 화석연료의 퇴출과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에너지정의행동도 "국민의 삶과 밀접한 이 기본계획에 대해 법정 시한을 불과 3일 남겨둔 상황에 의견을 묻겠다 발표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면서 "20년간의 계획이 담겨야 하는 법정 규정도 무시하고 10년치의 계획만을 담은 것도 모자라 그것조차 또 다른 위험과 미래세대로 미루는 계획으로 과연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석탄발전에 대해 별도의 계획조차 담기지 않았고, 감축 목표가 대폭 증가한 해외 감축과 CCUS는 사실상 아직 기술 개발이나 국제적인 협조가 필요해 무책임한 감축 방법"이라며 "산업계 감축 목표를 줄이기 의한 숫자 맞추기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불만족스럽기는 경제계도 마찬가지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현재 어려운 경제 상황이지만, 경제계도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국가 정책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2030년까지 채 7년밖에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현재 온실가스 배출수준을 40% 삭감한다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목표임에 틀림없다. 국내 경제 상황과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고려해 기술개발과 설비개선, 인센티브 확대 등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써야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기존 14.5% 감축 목표는 기술개발 및 연료공급의 불확실성, 경제성을 갖춘 감축수단 부족 등을 반영하지 않은 무리한 수치였으나, 수정안은 이러한 현실을 일부 반영해 불확실성을 완화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경총은 "현재 우리나라 탄소중립 핵심 기술 수준과 연구개발 진척도, 상용화 정도 등에 비해서는 여전히 도전적인 목표치"라며 "정부 차원에서 연구개발 확대, 기업 지원을 위한 충분한 예산 확보 등 적극적인 지원을 바란다"고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또한 "제조업 중심인 우리나라 산업구조를 고려했을 때 여전히 매우 도전적인 목표"라면서 "탄소감축을 위한 획기적인 기술개발과 상용화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국내에서의 추가적인 설비투자는 추가배출을 수반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기업들이 고비용·고위험 탄소감축 기술개발 및 상용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정부는 세제혜택 등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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