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PB제품군 라인업 강화

고물가시대 속 저렴한 가격 앞세워 매출 급상승

업계 "골목상권 침해 후유증 대비해야" 목소리 커져

롯데마트 서울역점 냉동코너에서 한 고객이 롯데마트의 가정간편식 자체브랜드(PB) '요리하다'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 롯데마트.
롯데마트 서울역점 냉동코너에서 한 고객이 롯데마트의 가정간편식 자체브랜드(PB) '요리하다'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 롯데마트.

[데일리임팩트 최진호 기자]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이 자체브랜드(PB) 영업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고물가시대에 즈음해 골목상권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엔데믹 이후 경기침체와 인플레가 소비심리를 억누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형마트들의 저가 공세가 유통가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PB 매출 곡선이 최근 빠르게 우상향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마트의 가정간편식(HMR) 'PB, 요리하다'는 지난 10월부터 11월까지 두달 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0% 상승했다. 특히 PB, 홈플러스시그니처 홈밀의 매출은 지난달 20일 기준으로 같은 기간 대비 231%나 증가했다. 

매출 급성장의 배경에는 가격 경쟁력이 자리한다. 일례로 이마트 PB 우유, 1A 우유는 900ml를 1900원대에 판매되자 온라인에서 일시 품절됐다. 서울우유,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유제품 기업들의 흰 우유 가격은 3000원대에 육박한다. 

대형마트들은 최근 PB제품군을 늘리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나섰다. 피자, 치킨, 탕수육 등 즉석요리쪽으로 눈을 돌린 것. ‘반값‘을 강조한 이들 제품은 어느새 델리 매출을 견인하는 효자로 자리를 굳혔다. 홈플러스 당당치킨 덕분에 1~11월 전체 델리 매출이 전년 대비 196%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PB제품은 실적 외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소 제조기업들과의 상생이라는 명분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PB제품들은 고객들의 입장에서 가장 질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형 유통 플랫폼들이 만들어가는 하나의 전략”라며 “롯데제과, 해태제과, 오리온같은 대기업에 밀린 중소 제조업체들에게는 안정적 수익 기반을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목동깨비시장 골목. 언젠가 다시 이곳에 축제가 열리면 테이블과 의자가 길에 놓이고, '술을 빚는 사람들'이 정성껏 만든 깨비어를 마시게 될 것이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목동깨비시장 골목. 언젠가 다시 이곳에 축제가 열리면 테이블과 의자가 길에 놓이고, '술을 빚는 사람들'이 정성껏 만든 깨비어를 마시게 될 것이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문제는 PB 제품들의 파괴력이 골목상권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PB제품을 다각화하는 과정에서 소상공인이 활발히 진출하는 분야까지 손을 뻗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믿을 만한 상품들이 필요한데, 과거와 달리 PB가 제품의 질이 나쁘지 않을뿐더러 가격도 싸니까 PB로 신뢰가 생기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라며 “하지만 이러한 PB의 다양화 과정에서 당장은 사람들이 문제없이 소비하지만 플랫폼 시장의 독점 형태로 갈 수 있는 것 또한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형마트 진출 이후 전통시장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PB 브랜드의 확장은 대형마트의 가격 결정권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전통시장의 존재감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공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전통시장 수는 1401개로 2006년의 1610개보다 209개(13.0%)나 감소했다. 시장 내 점포수도 22만 5725개에서 20만 7145개로 8.2% 감소했다.

소공진은 전통시장이 대거 줄어든 이유에 대해 대기업의 공세가 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막대한 자본력과 편리한 시설을 앞세워 인근 시장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도 주요 플랫폼 사업자들이 막강한 자금력, 물류센터, 배송시스템을 기반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입점업체 상품을 들러리 세워 자사 PB상품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개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PB상품도 수익만을 위한 것인지 미끼 상품 등을 끼워넣기 위한 전략인지 등에 따라 나쁘게 보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과거 반값치킨 등 상황처럼 유통 플랫폼에서의 PB가 소상공인을 위협하는 수준이 된다면 이는 지양해야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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