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성향‧부수업무 등 규제 완화 언급…산업 경쟁력 강화 기대↑

금리 등 일부에선 정책 기조와 엇박자, 당국-업계 간 논의 필요성

간담회에 참석한 (왼쪽부터)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소영 부위원장, 추경호 부총리,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 기획재정부.
간담회에 참석한 (왼쪽부터)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소영 부위원장, 추경호 부총리,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 기획재정부.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그동안 국내 산업군 가운데 대표적인 ‘규제 산업’으로 분류돼온 금융업계가 이번에는 웃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금융당국이 그동안 업계를 옥죄어온 규제 완화를 통해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업계 내부에선 그동안 사업 확대의 걸림돌로 지목돼온 은행권의 부수업무 규정, 배당 성향 제약 등 규제 리스크의 해소를 통한 금융산업 자체의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는 눈치다.

다만, 예대금리차 공시 의무화, 금리산정 개입 등 규제 혁신 발언과 역행하는 일부 부문에 대해서는 금융당국 차원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도출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 및 정부의 주요 관계자들은 국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회장단과 새 정부 출범 후 첫 상견례를 통해 그동안 꾸준히 문제로 제기된 각종 규제를 완화 또는 철폐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특히 이 자리에 참석한 정부‧금융당국 관계자가 해당 분야의 사령탑인 추경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의 후임자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추 부총리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부터 과감한 규제 철폐를 약속했다는 점에서 차기 금융위원장 역시 이러한 정부의 기조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추경호 부총리. 사진. 기획재정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추경호 부총리(가운데). 사진. 기획재정부.

이날 자리에 참석한 추경호 부총리는 “금융이 규제 대상이라는 과거의 인식이 금융의 산업적 여건을 위축시킨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며 “필요한 규제라 하더라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추 부총리는 “디지털 전환, 리스크 관리 등 혁신을 통해 규제를 넘어 지속가능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며 금융이 산업의 관점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뜻도 강조했다.

김소영 부위원장 역시 자율성에 기반한 금감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금리, 배당 등 가격변수에도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금융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지원할 것”이라며 “정례적인 소통 채널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금융지주사 측과) 의견을 공유하겠다”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금융‧경제 부문 수장들의 발언에 화색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권은 과도한 규제가 금융업계의 성장과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과거의 낡은 규제는 완화하거나 아예 철폐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정부와 금융당국에 요청해온 바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특정 서비스, 특정 분야의 성장을 목적으로 했을 뿐 ‘금융산업’ 자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정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라며 “금융업을 ‘산업’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산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

주요 금융지주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업계 내부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핵심 규제 중 하나는 바로 핵심 계열사인 은행업계의 부수업무 규정 완화다. 지나치게 깐깐한 부수업무 규정이 은행업계의 혁신 서비스 도입을 저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같은 목소리는 지난해부터 불거진 소위 빅테크(Big Tech)와의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으로 인해 더욱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은행법에 따르면 은행은 은행업에 관련된 부수 업무만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채무의 보증, 상호부금, 보소예수 지자체 금고 대행 등 일부 사업이 은행업 부수업무로 규정돼있다. 사실상 은행업과 관련 없는 사업에는 진출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에 대한 은행권의 불만을 다독이기 위해 ‘혁신금융서비스’ 제도를 운용하며 일부 예외 사업을 허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음식배달플랫폼 ‘땡겨요’,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 등이 대표적인 혁신금융서비스다.

일단 은행업 부수업무 규제 완화 부분은 이미 금융당국과 업계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르면 오는 7월경 관련 법 개정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라며 “은행권의 부수업무 확대를 골자로 혁신과 산업 성장에 초점을 맞춘 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규제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금융권 내 배당성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2021년부터 금융당국은 자본 건전성 확보를 위한 충당금 적립을 권고하며 배당성향을 사실상 제한해왔다. 이에 따라 주요 시중은행들은 대부분 배당성향을 20% 수준으로 결정한 바 있다.

당시, 은행권에서는 주주가치 제고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배당성향을 금융당국이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경영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반발해왔다. 최근까지도 금융당국은 배당성향에 자율성을 부여한다면서도 “일단 충당금 추가 확보가 더 시급한 문제”라며 사실상 배당성향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큰 국내 금융사의 특성상 지속적인 배당 확대는 기업가치 제고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배당성향에 완전한 자율성을 부여할수록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업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첫 조찬 회동을 가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 한국은행.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 한국은행.

엇박자 규제에 ‘가이드라인’ 필요성도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겠다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움직임 속에서도 일부 영역에서는 엇박자가 나는 모습도 보인다. 대표적으로 금리 부문이 손꼽힌다. 금융시장에서 민감한 부분 중 하나인 금리 정책 관련해 금융당국 내부에서 다소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리산정 등 다소 예민한 부분에 대한 금융권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면서도, 정작 정부 차원의 핵심 정책에는 △금리산정 방식 공개 △예대금리차 공시 의무화 등이 포함돼있다. 기존 규제를 완화하면서 또 다른 규제를 추가하는 다소 기형적인 모습이 연출되는 것이다.

특히 은행업계에서는 금리산정 기준을 공개하는 것이 사실상 각 사의 영업기밀을 공개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리 정책에 자율성을 부여하겠다는 금융당국이 사실상 더 강도 높은 규제를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업계 내부에서는 금리정책에 자율성을 부여하되, 과도한 예대금리차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도출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다소 획일화된 금리 체계가 금융시장의 다양성을 저해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지만 당분간 금리 인상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양측이 합의가능한 수준의 지표를 만드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최근 이와 관련해 “예대금리 문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가계대출 관리가 금융안정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고, 시장금리 급등에 따른 가계의 부담을 고려하면 가이드라인 적용 등을 포함한 실효성 있는 대책 강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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