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독립성·전문성이 쟁점...도덕성 흠결 장외 여론전
의결권 자문사 찬성에 손동환 후보 선임 가능성 ↑
국민연금 중립으로 방경만·임민규 동시 진입은 '난항'

KT&G 사옥 전경 / 사진=KT&G
KT&G 사옥 전경 / 사진=KT&G

[데일리임팩트 최태호 기자] KT&G 정기 주주총회를 이틀 앞두고 최대주주인 IBK기업은행과 KT&G측의 장외 여론전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오는 28일 주총에서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놓고 펼쳐질 표대결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지배구조자문위원회는 지난 25일 KT&G 정기 주총 의안분석보고서에서 방경만 사장과 임민규 사외이사 선임 건에는 찬성 의견을, 손동환 사외이사 선임 건에는 반대 의견을 밝혔다. 방 후보와 임 후보는 KT&G 측이, 손 후보는 기업은행이 제안한 이사 후보다.

자문위는 방 후보에 대해 “회사 성장 기여도가 크고, 부결 시 경영공백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서는 “임 후보는 임원 및 대표이사 역임으로 전문성이 확인된다”며 “반면 손 후보는 해외사업 확장을 위한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상장협이 KT&G 측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주총을 앞둔 장외 여론전도 격화되고 있다. 양측은 각종 논란과 의혹들을 제기하며 상대측 도덕성 흠결 내기에 집중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사옥 / 사진=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 사옥 / 사진=IBK기업은행

기업은행은 공시 및 주주 설명자료 등을 통해서 방 후보와 임 후보의 외유성 출장 의혹을 제기했다.

기업은행은 “임 후보는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 고급 호텔 등 연간 수천만원의 회사 자금을 제공받았다”며 “방 후보는 시민단체로부터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됐고 임 후보도 이사회 의장으로 관련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KT&G는 입장문을 통해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한편 글로벌 의결권자문사인 ISS와 행동주의펀드 FCP(플래시라이트캐피탈)의 공모 의혹을 제기했다.

KT&G는 “ISS가 FCP와 미팅을 진행했다고 밝히면서도 미팅 노트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ISS가 FCP 자료를 받았을 뿐 스스로의 사실여부 검증에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ISS는 방 후보와 임 후보 선임 건에는 반대의견을, 손 후보 선임 건에는 찬성의견을 권고한 바 있다. FCP는 기업은행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지지한 상황이다.

주총 주요 쟁점은 이사회 독립성과 전문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방 후보와 임 후보의 선임과정에서 독립성이 결여됐다고 보고 있다.

기업은행은 “방 후보는 사외이사 회유를 통해 기업 내 지위를 강화했다”며 “방 후보가 임 후보를 재지명하고 임 후보가 방 후보를 추천해줬다”고 주장했다.

반면 KT&G는 손 후보에 대해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고 나섰다. KT&G는 “손 후보가 보유한 특정법 전문성은 회사에서 요구되는 전문분야와 관련성이 낮다”라며 “국내법 전문성을 보유한 사외이사가 미국법 관할 사항에 전문성을 보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양측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며 주총에서는 이사 후보 3명 선임을 두고 표대결이 펼쳐진다. 이번 주총 이사 선임은 통합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 후보에 대한 찬반투표 대신 3명의 이사 후보들 가운데 다득표자 2명을 뽑는 식이다. 주주들은 1주당 의결권 2개를 받는다.

지난해말 기준 KT&G의 주요 주주는 △기업은행(7.11%) △ 국민연금공단(6.64%) △First Eagle Investment Management(6.1%) △소액주주(59.3%) 등이다.

이중 2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 6.64%)이 방 후보와 손 후보에 표를 똑같이 쥐어주며, 캐스팅보트는 외국인들의 지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말 기준 외국인 지분은 42.44%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의 의견을 대체로 따른다”며 “손 후보의 선임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방 후보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의견이 달랐지만, 손 후보의 사외이사 선임에는 모두 찬성을 권고했다.

방경만 KT&G 대표이사 후보 / 사진=KT&G
방경만 KT&G 대표이사 후보 / 사진=KT&G

방 후보도 국민연금의 표 절반을 획득하며 대표 선임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사내기금 산하재단 등 우호지분(18.3%)을 합하면 방 후보의 표도 적지 않다.

그러나 표대결을 앞둔 KT&G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손 후보도 방 후보와 마찬가지로 국민연금의 표 절반을 받으며 임 후보와 함께 이사회 동시 진입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손 후보에 '몰표'를 주면 되는 기업은행측과 달리 표를 나눠야 하는 상황이라 임 후보의 이사회 진입을 장담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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