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9년만에 대표이사 교체
기업은행 추천 손동환 사외이사 선임으로 표대결 '무승부'

28일 오전 대전광역시 대덕구 KT&G 본사 인재개발원에서 제37기 정기 주주총회가 진행됐다. / 사진=KT&G
28일 오전 대전광역시 대덕구 KT&G 본사 인재개발원에서 제37기 정기 주주총회가 진행됐다. / 사진=KT&G

[데일리임팩트 최태호 기자] KT&G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펀드 FCP(플래시라이트캐피탈)와 손을 잡은 최대주주 IBK기업은행과 KT&G 측의 표대결이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이사회가 추천한 방경만 대표이사 후보와 주주제안으로 추천된 손동환 사외이사 후보가 모두 선임돼 이사회에 동시 진입했다.

KT&G는 28일 오전 대전광역시 대덕구 본사 인재개발원에서 제37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했다. 오전 10시에 예정됐던 주주총회는 출석 주식 수 집계가 늦어지며 10시20분에 시작됐다. 의결권이 있는 주식 중 전자투표·위임 포함 80.9%가 이날 표결에 참여했다. 주총장에는 방경만 대표이사 후보가 임원 자격으로 배석했고, 손동환·임민규 사외이사 후보는 둘 다 참석하지 않았다.

대표이사 및 사외이사 선임은 3명의 후보 중 다득표자 2명이 선임되는 통합집중투표제로 진행됐다. 주주들은 1주당 의결권 2개를 받았다.

방경만 대표이사 후보(우측 2번째)가 임원 자격으로 주주총회에 배석했다. / 사진=KT&G
방경만 대표이사 후보(우측 2번째)가 임원 자격으로 주주총회에 배석했다. / 사진=KT&G

득표율은 △방경만 46% △손동환 30.9% △임민규 13.4% 후보 순으로 나타났다. 사측이 제안한 방경만 후보가 대표이사로, 기업은행 측이 제안한 손동환 후보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며 이사회에 동시 진입한 것. 

사내기금 및 산하재단 등 방 후보 우호지분(18.3%)이 임 후보와의 동시 통과 보다 압도적 1등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다. 

특히 KT&G 대표이사 사장 교체는 9년 만이다. 1998년 KT&G의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에 공채로 입사한 후 브랜드실장, 글로벌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사업부문장 등 회사의 핵심 분야를 두루 거치며 경험을 쌓았다.

특히 브랜드실장 재임 시 출시한 '에쎄 체인지'는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로 국내 시장 점유율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백복인 KT&G 대표이사가 28일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의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 사진=KT&G
백복인 KT&G 대표이사가 28일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의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 사진=KT&G

이번 주총은 최대주주인 IBK기업은행과 KT&G 경영진의 표대결이 최대 화두였다. 앞서 양측은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두고 장외 여론전을 벌인 바 있다.

2대주주인 국민연금(6.64%)이 방 후보와 손 후보에 각각 표를 절반씩 주며 외국인(42.44%)의 표심이 표결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예측됐다. ISS, 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가 기업은행 안에 찬성을 권고함에 따라 손 후보의 이사회 진입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날 주총장에서는 외국인투자자의 투표를 두고 기업은행 측과 KT&G 측의 언쟁이 오갔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외국인투자자의 경우 투표 사이트에서 시스템상 집중투표제가 구현되지 않아 표결에 2배 수가 적영되지 않았다”며 “KT&G는 이런 왜곡 현상을 알고 있음에도 합리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KT&G 관계자는 “지난해 예탁결제원에 외국인 집중투표제 문제 해결을 이미 요청한 상황”이라며 “올해에는 시스템이 완비됐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그 외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은 모두 별다른 질의응답 없이 가결돼 주총은 시작 약 1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데일리임팩트에 “집중투표제의 대표적인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득표수가 제대로 집계되지 않는 점이 아쉬웠다”며 “각 안건이 별다른 설명 없이 진행된 점도 상당히 아쉽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KT&G 노동조합이 주주총회가 진행된 인재개발원 앞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 사진=최태호 기자
28일 오전 KT&G 노동조합이 주주총회가 진행된 인재개발원 앞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 사진=최태호 기자

한편 KT&G 노동조합은 이날 주총장 앞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단기적 성과나 수익을 목표로 하는 행동주의펀드와 기업은행의 지난친 간섭으로 고용안정 훼손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사장 선임 반대로 경영공백을 조장하고 기업 가치를 망가뜨리는 무책임한 행동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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