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심각한 내수부진 빠진 한국지엠 역전카드
타사 소형 SUV 경쟁차종 대비 가격경쟁력 돋보여
원가절감 아쉬움 있지만…소형 SUV 다크호스 부각

22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출시행사에서 전시된 트랙스 크로스오버 RS 트림(왼쪽)과 액티브(ACTIV) 트림(오른쪽). 사진. 김현일 기자
22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출시행사에서 전시된 트랙스 크로스오버 RS 트림(왼쪽)과 액티브(ACTIV) 트림(오른쪽). 사진. 김현일 기자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제 2의 토레스’가 될 수 있을까. 시작가 단돈 2000만원의 높은 가격 경쟁력에 디자인까지 갖춘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모델이 소형 SUV 1위 기아 셀토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비록 원가절감을 통해 파워 면에서는 다소 부족함이 느껴질 수 있는 사양으로 출시되긴 했으나, 그를 뛰어넘는 가격 경쟁력과 디자인을 고루 갖추는 등 최근 내연기관차 대세를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은 22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쉐보레의 엔트리급 모델인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출시했다.

이번에 출시된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지난 2022년 단종된 국내 첫 소형 SUV인 트랙스 1세대 모델을 잇는 2세대 모델이다. SUV의 실용성과 세단의 승차감을 함께 갖춘 차량으로 기획돼 다른 장르가 교차한다는 뜻의 ‘크로스오버’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신형 트랙스는 GM 본사가 지난 2018년 구조조정 이후 세운 한국지부 경영정상화 계획에서 트레일블레이저와 함께 한국에 배정했던 2개의 전략 차종 중 하나이기도 하다. 때문에 한국지엠은 신형 트랙스에 5년간의 개발기간을 들이고 창원공장 및 부평공장에 9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기도 하는 등 심혈을 기울여 왔다.

GM이 이번 트랙스 크로스오버에 이렇게 공을 들인 이유는 한국지엠의 전기차 도입 가능성은 물론, 수년간 내수 시장 부진을 이어오고 있는 한국 사업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지엠은 총 26만4875대(완성차 기준)을 판매했으나 내수 시장에서는 3만7237대 판매에 그쳤다. 지난 2021년 대비 수출 판매량은 44.9% 가량 급증하며 수익성 자체는 상승했으나 내수 판매량은 31.4% 감소했다.

경쟁자들 대비 내수 시장에서의 부진도 돋보이는 상황이다. 작년 토레스 출시로 기사회생한 KG모빌리티(구 쌍용자동차)의 같은 기간 판매량인 6만8666대에는 물론 르노코리아자동차의 5만2621대에도 크게 밀렸다. ‘GM의 수출기지’라는 오명을 좀체 떼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2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지엠 트랙스 발표 행사에서 정정윤 한국지엠 CMO가 발표를 진행 중이다. 트랙스 크로스오버 LS 트림의 가격은 2052만원이다. 사진.김현일 기자
22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지엠 트랙스 발표 행사에서 정정윤 한국지엠 CMO가 발표를 진행 중이다. 트랙스 크로스오버 LS 트림의 가격은 2052만원이다. 사진.김현일 기자

하지만 베일을 벗은 트랙스는 이런 우려를 충분히 떨쳐낼 수 있는 차량으로 출시됐다.

킨텍스에서 처음 확인한 트랙스는 소형 SUV다운 가격과, 그에 걸맞지 않은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한국지엠의 전략 차종다운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트림 별 가격은 개소세 인하 기준 △LS 2052만원 △LT 2366만원 △ACTIV 2681만원 △RS 2739만원으로 매우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같은 소형 SUV 모델군과 비교해도 △기아 셀토스 2062~2862만원 △현대차 코나 2468~3468만원 △르노코리아 XM3 1958~3337만원(하이브리드 모델 포함) △기아 니로 하이브리드 2660~3306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셀토스와 비슷하지만 약간 저렴한 가격대로 출시됐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022년 소형 SUV 부문 1위를 기록한 셀토스의 아성에 전면 도전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22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전시된 트랙스 크로스오버 운전석 전경. 사진.김현일 기자
22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전시된 트랙스 크로스오버 운전석 전경. 사진.김현일 기자

셀토스 대비 전장은 150mm, 전폭은 25mm 늘어난 대신 전고는 40~60mm 낮다. 과거 셀토스가 소형 SUV 답지 않은 크기로 인기를 누렸던 것처럼 트랙스 역시 넓은 2열 공간과 트렁크 확장성 등이 돋보였다.

그간 쉐보레 브랜드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지적되던 투박한 운전석 디자인도 개선됐다.

22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트랙스 크로스오버 출시 행사에서 한국지엠 관계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로베르토 렘펠 한국지엠 사장, 스튜어트 노리스 GM 인터내셔널 앤 차이나 디자인 부사장, 호돌포 캄포스 한국지엠 차량성능개발 총괄, 정정윤 한국지엠 CMO, 윤명온 한국지엠 홍보부문 전무. 사진.김현일 기자
22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트랙스 크로스오버 출시 행사에서 한국지엠 관계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로베르토 렘펠 한국지엠 사장, 스튜어트 노리스 GM 인터내셔널 앤 차이나 디자인 부사장, 호돌포 캄포스 한국지엠 차량성능개발 총괄, 정정윤 한국지엠 CMO, 윤명온 한국지엠 홍보부문 전무. 사진.김현일 기자

다만 비용절감을 위해 4륜구동(4WD) 없이 전륜구동 모델로만 구성한 점이나, 트레일블레이저의 1.35L 가솔린 터보 엔진 대신 1.2L 엔진을 택한 점 등으로치고 나가는 파워가 부족할 수 있는 점은 향후 동급차량과 경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시승을 해봐야 알겠으나 출력 면에서 한계는 분명히 느껴지리라 본다“라며 ”트레일블레이저의 1.35L엔진이 꽤나 비싼 만큼 트랙스에 탑재하기에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간만에 소형 SUV스러운 합리적인 가격과 그를 뛰어넘는 디자인을 갖추고 출시된 차량인 만큼, 충분히 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 대권을 노려볼 만한 상품성을 갖춘 차량임에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GM에 따르면 신형 트랙스는 먼저 출시돼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북미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GM 측에서도 트랙스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메리 바라 GM 회장은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합리적인 가격은 물론, 뛰어난 안전사양과 탁월한 연비까지 보유하고 있다”라며 “트랙스는 한국과 미국에 있는 우리 GM 팀들의 긴밀한 협력의 결과물이며,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에서도 인기가 좋다 보니 물량 확보가 역으로 힘들어지며 국내 소비자들의 재고 확보가 다소 어려울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미국에서 워낙 많은 수요가 있다 보니 국내 물량 부족도 예상된다”라며 “그에 대비해 물량 확보도 서둘러야 할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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