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기술 발전에 디지털 전환 가속…비대면 수요 지속

블록체인, 기술 확장성 좋아…NFT·암호화폐 진출 활발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경제생태계도 구축 가능

NFT 관련 이미지. 사진. 이미지투데이
NFT 관련 이미지.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카카오, LG전자, SK텔레콤, 넷마블, 삼성전자.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이들 기업을 관통하는 단어가 있다.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당장 기존 사업과 접목할 수 있는 게임업계를 비롯해 IT·전자·자동차업계까지 업종을 막론하고 모든 산업계가 블록체인을 새 성장 동력으로 점찍었다. 

블록체인 중에서도 대체불가토큰(NFT)이나 가상화폐는 가장 관심이 집중된 분야다. 관련 기술을 보유한 유망 스타트업이나 전문기업에 투자하는 데에서 나아가 사업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블록체인의 확장성을 고려하면 이제 막 태동하는 사업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출사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업의 생존의 높이려는 이상의 의도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LG전자는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했다. 회사가 영위하는 사업의 목적에 블록체인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판매업, 암호화 자산의 매매 및 중개업을 추가했다. 사업 목적을 추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다만 LG전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이후 사업 효율성과 미래 전망을 고려해 옥석을 가리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스마트폰처럼 선대 회장이 공들인 사업이라도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반등의 기회가 없다고 판단되면 철수했다. 정관 변경이 사실상 신사업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온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유망해 보이는 사업은 일단 정관을 바꾼 뒤 가능성을 타진한다”며 “LG전자의 행보를 감안하면 블록체인 사업을 본격화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LG전자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SW)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과정에서 블록체인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봤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서비스가 보편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기술을 개발해왔다. 2019년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인 클레이튼운영 협회에 참여한 이후 최고기술책임자(CTO) 직속 조직인 아이랩을 세우고 세계적 분산원장 플랫폼인 헤데라 해시그래프의 운영위원회에 참여하는 등 속도를 냈다. NFT 자체 플랫폼을 개발한 데 이어 관련 서비스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라운드X의 디지털지갑을 활용한 드롭스갤러리 서비스를 내놨고 블랙도브의 디지털아트 플랫폼을 상업용 디스플레이에 탑재했다. 서울옥션 자회사인 서울옥션블루와는 NFT 예술 콘텐츠 사업을 추진 중이다. 향후 스마트 TV를 시작으로 전자제품에 NFT 플랫폼을 도입하고, 서비스 영역을 넓힐 것으로 관측된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정체성을 강화 중인 SK는 전사 차원에서 블록체인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중심은 SK스퀘어다.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사업 기반을 닦고 있다. 가상화폐거래소 코빗에 873억원을 투자했고, 최근엔 자회사를 통해 사업을 본격화할 채비에 들어갔다. SK플래닛은 코빗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포인트·멤버십 서비스와 플랫폼에 블록체인을 접목키로 했다. SK텔레콤이 메타버스 플랫폼인 이프랜드 내에 경제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만큼, 선제 적용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업계에서는 연내 가상화폐를 발행하고 블록체인 생태계를 확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도 NFT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블록체인 사업은 이재용 부회장이 주목해 온 먹거리였다. 투자 전문 자회사 삼성넥스트를 통해 대퍼랩스, 니프티스, FTX, 스카이마비스, 메타플렉스 등에 투자하며 기술 확보에 집중했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사내외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할 수 있는 NFT다. 올해 초 스마트TV를 통해 NFT를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자사 TV 화질을 강조하기 위해 미술작품을 볼 수 있도록 했는데, 거래까지 가능하게 해 NFT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기아는 기아 전기자동차 라인업을 활용해 디자인센터에서 자체 제작한 기아 EV NFT 6개를 판매한다. 사진. 기아.
기아는 기아 전기자동차 라인업을 활용해 디자인센터에서 자체 제작한 기아 EV NFT 6개를 판매한다. 사진. 기아.

NFT에 빠진 것은 전자업계만이 아니다. 제조업 중심의 중후장대 기업들도 사업 진출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기아차는 디자인센터에서 자체 제작한 기아 EV NFT 작품 6개를 공개했다. 헤딩 작품들은 다음달 1일까지 NFT 유통 플랫폼인 클립 드롭스에서 판매된다.

그동안 블록체인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시장 불확실성으로 그다지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었다. ICT 기술에 민감한 IT와 전자, 통신기업 등 일부 업종의 먹거리로 여겨졌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 이후 ICT 기술이 광범위하게 적용된 가운데 소비자들도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해지면서 블록체인 진출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NFT는 가장 진출이 활발하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NFT는 고유한 인식값을 부여한 콘텐츠다. 사진, 미술품은 물론 음악, 영상까지 다양한 콘텐츠에 적용할 수 있다.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희소성을 갖기 때문에 자산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전에는 무료로 제공하던 서비스에 적용하면 소유권을 명확히 할 수 있을뿐더러, 유료화에 따른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지금은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 영상’에 NFT를 적용하면 사고 팔 수 있는 콘텐츠가 된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이윤을 올릴 파이프 라인이 늘어나는 셈”이라고 했다. 

때문에 위메이드, 넷마블, 컴투스, 펄어비스, 엔씨소프트 등 주요 게임기업들은 앞다퉈 NFT에 진출하고 있다. 기존 게임머니와 게임 아이템을 NFT화한 데서 나아가 NFT를 활용해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P2E(Play to Earn)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NFT는 유용한 수단이다. 일반적인 제품과 서비스는 사는 순간 가치가 떨어진다. NFT는 다르다. 상황에 따라 더 높은 값에 팔수도 있다. 남들과 다른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의 구미에 맞다. 최근 NFT 콘텐츠를 구매한 이모씨(34세)는 데일리임팩트에 “NFT에 대해 찾아보면서 조금 더 능동적인 소비를 한다는 느낌도 들고 남들과는 다른 콘텐츠를 소유한다는 만족감이 크다”며 “앞으로 가격이 상승할 수 있으니 합리적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미 NFT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SK텔레콤은 스마트폰 신제품 사전 구매자에게 NFT를 제공했다. CU는 레이레이와 함께 NFT를 발행하고 증정 이벤트를 열었고, BBQ는 자사 캐릭터인 치빡이를 NFT로 발행했다.

전문가들은 NFT를 포함해 관련 사업 진출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친시장을 강조하는 차기 정부가 암호화폐를 활성화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중에는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 NFT 거래 활성화, 디지털자산시장 육성, 가상자산 거래소발행(IEO) 도입 및 암호화폐공개(ICO) 허용 등이 포함돼 있다. 

게다가 시장지배력을 늘리려는 기업들이 블록체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자체 코인을 발행하고 각종 거래 수단으로 활용하도록 하면 환차손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동시에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가상화폐가 활성화되는 건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기업별 코인이 나오고 활용처를 늘려 가면 기존 화폐를 대체할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갖게 된다. 환율 변동 등에 영향 받지 않는, 강력한 경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으므로 블록체인 사업에 속도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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