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순자산가치 75조 목표”…파운드리 M&A 가능성 제기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1월 신년사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SK텔레콤 제공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1월 신년사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SK텔레콤 제공

[미디어SR 변윤재 기자] SK텔레콤이 17일 신설 투자회사명을 SK스퀘어로 확정했다. 

스퀘어는 ‘광장’, ‘제곱’을 뜻하는 단어다. 이를 사명에 붙인 것은 ICT 산업을 아우르고 이를 기반으로 융합·혁신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 가치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게 SK텔레콤 측의 설명이다.

특히 SK그룹 내에서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사령탑을 맡음에 따라, 반도체를 비롯한 ICT 분야에서 공격적 행보가 예상된다. 

SK텔레콤은 오는 10월 12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11월 1일 SK텔레콤과 SK스퀘어의 두 회사로 거듭난다. 이를 통해 기업가치 상승과 미래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존속회사인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SK텔링크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이동통신(MNO)과 유·무선 사업을 담당한다. AI(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신사업과 연계된 서비스를 개발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고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재 추진 중인 구독형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메타버스와 같은 신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SK스퀘어는 ICT 투자를 통해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SK하이닉스(반도체)를 비롯해 11번가(이커머스)·ADT캡스(융합보안)·티맵모빌리티(모빌리티)·원스토어( 앱마켓) 등 뉴 ICT 자회사들이 핵심 축이다. 

기존에 성과를 내고 있던 원스토어나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은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추진한다. 양자암호·디지털 헬스케어·미래 미디어 콘텐트 등 미래혁신기술 연구개발에도 힘 쏟는다. 아울러 국내외 반도체 관련 회사와의 M&A이나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통해 비통신 분야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고 투자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주력한다. 

SK텔레콤이 투자회사를 출범키로 한 것은 통신전문회사로서는 ICT빅테크 기업으로 성장하기에 한계가 있어서다. 이미 SK텔레콤 내에서 비통신 분야의 매출 비중이 커졌다. 지난해부터 이커머스·모빌리티·미디어 등 뉴ICT 비중은 30%를 넘겼다. 

특히 SK하이닉스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손자회사가 M&A를 추진할 경우, 인수 대상 기업 지분을 100% 확보해야 한다. IoT(사물인터넷)·5G(5세대 이동통신)·스마트 모빌리티 등 반도체 수요처가 늘면서 반도체 업계를 호황을 맞고 있다. 게다가 세계 각국이 반도체를 전략무기로 규정하고 기술 패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관련 기업 몸값이 높아지는 추세다. 지배구조를 개편하지 않는 한 SK하이닉스의 인수 부담이 너무 크다. 

게다가 반도체는 본업인 통신과 다소 거리가 있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면 통신사업의 안정성을 보고 투자한 주주들로부터 반발을 살 수 있다. 

이에 SK스퀘어를 설립해 투자 족쇄를 풀겠다는 복안이다. 이미 공격적 행보도 예고했다. 2025년까지 순자산가치를 75조원 규모로 키워 글로벌 ICT 투자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다. 이는 현재의 3배 규모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반도체 투자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과 관련해 신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박정호 사장은 지난 4월 월드 IT쇼에서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들이 TSMC 수준으로 파운드리를 해주면 여러 벤처가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공감해 파운드리에 많은 투자를 할 생각”이라고 말한 데 이어 K반도체 전략회의에선 “현재 대비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영상 MNO 대표(SK텔레콤)와 박정호 사장(SK스퀘어)에게 각 회사의 사령탑을 맡은 부분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박 사장은 2012년 하이닉스 인수를 시작으로 2017년 일본 키옥시아 지분 투자, 2020년 인텔 낸드사업 인수 등을 진두지휘 했다. 

SK하이닉스의 체질 개선을 생각한다면 파운드리를 비롯한 시스템반도체 투자가 필요하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시스템반도체 매출 비중은 70%가 넘는다. 시스템반도체 중에서도 파운드리는 IT기기 고사양화, 자동차 전장화, 비대면 기조 확산 등으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시스템반도체에서 존재감이 적다. 파운드리 매출은 전체의 2% 가량에 불과하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맞춤형 소량 생산이 가능한 ‘틈새시장’ 8인치 파운드리 사업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미 SK하이닉스는 사업 확대를 염두한 생산 효율화가 이뤄지고 있다.

파운드리를 맡고 있는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는 청주공장 설비를 중국 우시공장으로 이전 중이다. 반도체 굴기를 위해 팹리스를 키우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조치다. 이전이 완료되면 신규 투자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이에 맞춰 최근 8인치 파운드리 기업과 반도체 후공정(OSAT)기업에서 일한 경력자를 영입했다. 8인치 파운드리 시장 조사 분석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M&A를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새마을금고중앙회와 함께 키파운드리(옛 매그나칩 파운드리부문) 지분 인수에 참여해 49.8%를 확보했다. 키파운드리 완전 인수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 측이 “반도체 분야에서 공격적인 투자 및 인수합병으로 SK하이닉스와 시너지를 제고하는 한편, 2030년까지 세계 최대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계획인 K반도체 벨트 조성에도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반도체 투자가 임박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SK텔레콤은 올해 안으로 중간 지주사 전환을 매듭 짓는다는 방침이다. 인적분할을 택한 이유다. 인적분할을 하게 되면, 기존 주주들은 보유 지분만큼 신설회사의 지분을 나눠갖는다. 기업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적고 주주들의 반발도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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