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롯해 재계 주요 그룹 신규 채용 돌입
대부분 수시 채용…'탄력적 운용' 기조 강화
채용 예정 기업 절반, 총 선발 규모 미확정
직무 경험자 선호…R&D 인력 확중 '무게'

삼성의 온라인  직무적성검사인 GSAT 예비소집날 삼성 직원들이 시스템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의 온라인  직무적성검사인 GSAT 예비소집날 삼성 직원들이 시스템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의 온라인  직무적성검사인 GSAT 예비소집날 삼성 직원들이 시스템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올 상반기 채용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재계 맏형' 삼성이 올 상반기 최소 80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선발에 나서는 것을 시작으로 SK, 현대차그룹, LG 등 재계 주요 그룹들은 이달 신입사원을 뽑는다.

다만 고용 촉진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유튜브, 이베이 등 세계 유수의 빅테크들이 인력 감축에 나설 정도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국내기업들도 안정적 경영을 강조하며 보수적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첨단 기술력을 선제 확보하려는 재계 주요그룹들의 인재 확보전이 신규 채용 마중물이 될 지 관심이 쏠린다.  

상반기 채용 시즌 개막

11일 재계에 띠르면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생명 등 삼성 주요 계열사 19곳이 이날부터 상반기 공채에 들어갔다. 오는 18일까지 그룹 채용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 서류를 접수받은 뒤 4월 삼성직무적성검사(GSAT), 5월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직무적성검사(GSAT)는 온라인으로 실시되며, 지원자들은 독립된  장소에서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응시할 수 있다. 다만 소프트웨어 개발, 디자인처럼 실무 역량이 중요한 일부 직군은 소프트웨어 역량 테스트, 디자인 포트폴리오 심사를 병행한다. 

올해 삼성 공채도 뉴스가 됐다. 삼성은 재계의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채용에서도 마찬가지로, 삼성 공채를 시작으로 기업 채용이 본격화 된다. 

다른 주요 기업들도 올 상반기 신규 채용을 서두르고 있다. 다만 대부분 계열사 또는 사업별 수요를 반영해 수시 채용을 택하고 있다. 

SK그룹은 사업 분야의 선행 기술 확보에 초점을 맞춰 탄력적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경우,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개발인력을 집중적으로 확충했다. 올해도 같은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14일까지 신입 사원과 채용 전환형 인턴 사원 모집한다. 연구개발(R&D), 디자인, 생산·제조, 사업·기획 등 6개 분야 24개 직무에서 선발한다. 

LG 그룹도 이달 인력 확충에 나선다. 지난해부터 3·5·7·9월에 집중적으로 채용을 실시 중인데 이달에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생활건강 등 7개 계열사에서 신규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 

롯데그룹 또한 수시 채용을 하되 LG처럼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선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올해 3·6·9·12월에 계열사 신입 채용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달에는 롯데케미칼, 롯데호텔,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10개 계열사가 신규 인력을 찾는다. 

포스코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달 25일까지 상반기 신입사원 지원 접수를 받는다. 포스코는 생산기술과 설비기술, 공정기술 등 이공계 분야부터 마케팅과 구매 , HR·총무 등 인문사회계까지 고루 채용할 계획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시추 엔지니어, 영업, 선박연료사업관리 직군을 뽑는다.

한화 그룹은 에너지 계열사를 중심으로 신규 인력을 보강 중이다.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 한화토탈에너지스, 한화파워시스템, 한화엔진 등 5개의 계열사는 다음달 7일까지 통합 채용을 실시 중이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신규 채용 규모를 확정하지 못했다는 응답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체감 취업문은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업 규모가 클수록 신규 채용 규모를 확정하지 못했다는 응답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체감 취업문은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대세로 자리잡은 수시 채용…좁아진 취업門

재계 주요 그룹이 신입 채용에 나섰지만 지원자들 사이에선 한숨소리가 들린다. 익명을 요구한 20대 취업 준비생은 데일리임팩트에 "수시 채용이라고 하면 더 많이 선발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더라.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고 선발 규모도 짐작하기 어려워 취업 문턱이 높아졌다는 느낌"이라면서 "차라리 예전과 같은 공채가 더 기회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영계에서도 지원자들이 체감하는 취업문은 예년보다 좁아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신규 채용을 계획 중인 기업이 소폭 줄어든 데다, 채용을 하더라도 규모는 '미정'인 기업이 적지 않아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100인 이상 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올해 신규채용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66.8%가 '신규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보다 3%포인트 적다. 반면 아직 채용 계획을 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22.2%로, 1년 사이 9.8%포인트 늘었다. 

신규 채용을 계획하고 있더라도 상당수의 기업들이 보수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채용 예정 기업의 57.5%는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인원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채용 계획을 세운 기업 2곳 중 1곳꼴로 신규 채용 규모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선발 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려는 움직임은 기업 규모가 클수록 강했다. '채용 규모 미확정' 응답 비율을 보면, 100~300인 미만 기업은 11.5%인 데 반해 1000인 이상 기업은 30.3%나 됐다. 

특히 신규 채용을 하더라도 '검증된 인력을 최소한으로 가려 뽑을' 것으로 보인다. 응답 기업의 60.6%가 '수시채용만 실시한다'고 답했다. 정기공채와 병행하는 기업까지 포함해 수시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은 무려 92.8%에 달한다. 이에 반해 '정기공채만 실시한다'는 응답은 7.2%에 불과했다. 

수시 채용은 사업 회사의 수요를 반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잉여 인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대신 고용 효과를 크지 않다. 실제 수시 채용에 나선 대부분의 기업들은 '경영상의 이유로' 구체적인 규모를 밝히길 꺼린다. 사실상 올해 신규 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시각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에 대해 취업 포털 인크루트 측은 "지난해의 경우 포스트 코로나 시대 도래로 모든 업종의 채용 계획률이 상승했지만, 올해는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아 대졸 신입 채용 계획이 줄었다"며 "신입 구직자들은 취업을 희망하는 업종의 채용 동향을 확인 후, 이에 맞는 취업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 말했다.

올해 신규 채용 시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로 기업들은 직무 경험을 꼽았다. /자료=경총.
올해 신규 채용 시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로 기업들은 직무 경험을 꼽았다. /자료=경총.

각광받는 경력직…줄어드는 신입의 자리 

무엇보다 채용 시장에서 '신입'의 가치는 예전보다 떨어지고 있다. 경총 조사에서 74.6%의 기업이 신규 채용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로 '직무 관련 업무 경험을 꼽았다. 과거 중시되던 인성·태도(9.4%)를 비롯해 직무 관련 전공( 6.2%), 직무 관련 자격증(5.4%), 기업 컬처핏(2.2%), 최종 학력(1.8%)은 후순위로 밀렸다.  

기업 영업비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인건비, 다만 첨단 기술 확보와 고객 경험 강화를 고려할 때 줄일 수 있는 인건비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부터 경기 침체와 고금리·고환율 등 불확실한 경영상황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인력 채용에서도 효율성을 따지기 시작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에 경력직 선호 현상이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주요 인사관리 플랫폼, 경제단체들의 조사를 보면 과반수 이상의 기업들이 '경력직 선호도 강화'를 올해 채용 트렌드로 꼽고 있다.

실제 국내 대기업에 입사 지원자 중 1~2년 미만의 '중고 신입' 비율이 높아졌다는 전언이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불이익 등을 고려해 지원할 때는 밝히지 않았지만, 입사 후 조사해보면 어떤 형태로든 회사에 고용된 형태로 근무한 경험을 가진 신입 비율이 높아졌다"며 "조직생활을 경험했기에 생초보 신입보다는 업무 적응이 빠르고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어서 기업 입장에서도 중고 신입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귀띔 했다. 

코로나19로 경영 부담이 가중된 지난 2022년부터 중고 신입은 채용 시장에서 각광받는 인재로 떠올랐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분석 결과, 2022년 대졸 신규입사자 5명 중 1명은 평균 1.4년의 경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배터리·조선 등 신산업 수요가 발생하거나 경기 호전이 예상되는 분야에 인력이 집중되는 현상도 더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채용에 나선 기업들은 산업 재편에 대응하고자, 연구개발(R&D)이나 IT, 인공지능(AI) 인력 확보를 우선시하고 있어서다. 

경력직과 특정분야 선호 현상으로 채용 시장에서 불균형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 관련, 1957년 국내기업으로선 처음 공채를 도입한 이래 재계 4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공채를 유지 중인 삼성도 최근 경력직과 외국인 인재 영입에 공들이고 있다. 역량 있는 인재에 삼성의 초격차 경쟁력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 1월 자사 명장 15인을 만난 자리에서 "미래는 기술 인재의 확보와 육성에 달려 있다"며 기술 인재 선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다른 기업들도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기술연구원에서 일할 석박사 인재를 선발 중이다. 

이에 특정 직군 또는 업무 경험을 지닌 중고 신입을 중심으로 신규 채용이 이뤄져, 지원자들이 기대하는 수준까지 고용시장이 활성화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더 치열해짐에 따라 고용 미스매치 현상도 심화될 수 있다. 헤드헌팅 업체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기업의 직무 훈련 프로그램은 한정된 인원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까닭에 이런 기회를 잡는 것도 쉽지 않다"면서 "신기술 전문인력을 원하는 기업들의 '콜'이 더 많아지는 추세이므로, 채용 시장에서 신입들의 설 자리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