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분야 협업…기기개발서 콘텐츠·플랫폼까지
하드웨어 역량-차세대 퍼스널 디바이스 '윈-윈'

(사진 왼쪽부터)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가 2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확장현실(XR) 사업의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전략적 논의를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가 2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확장현실(XR) 사업의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전략적 논의를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LG전자가 세계적 빅테크인 메타와 테크 동맹을 맺는다.

양사가 협력을 논의한 분야는 확장현실(XR). 내년 XR 기기를 함께 선보인 뒤 콘텐츠·서비스,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협력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 XR 시장을 선점하는 게 목표다. 

다만 LG전자와의 테크 동맹은 LG그룹 차원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LG그룹은 자체적으로 초거대 인공지능(AI)을 개발하고 계열사 사업에 접목 중이다. 메타 역시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AI를 개발하고 생성형 AI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게다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유플러스, LG에너지솔루션 등 그룹 계열사들은 MR 기기는 물론, 미래 산업의 핵심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가 LG전자, 메타의 논의 자리에 동석하면서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저커버그-조주완, XR 협력 놓고 구체적 논의

28일 LG전자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메타와 XR 신사업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전략적 논의를 진행했다. 이번 논의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아시아 시장 방문에 맞춰 추진됐다.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 조주완 LG전자 CEO, 박형세 LG전자 HE사업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XR 사업 추진에 있어 기기뿐 아니라 플랫폼과 콘텐츠 역량까지 균형 있게 갖춰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메타와의 협업은 이러한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향후 사업 추진과 관련, 밀도 높은 논의가 이뤄졌다는 전언이다. 차세대 XR 기기 개발 관련 사업 전략을 물론 구체적 사안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조 CEO는 메타의 MR 헤드셋 퀘스트3와 스마트글라스 레이밴 메타를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양사의 첫 합작물은 내년쯤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 CEO는 기자들과 만나 "XR 기기의 상용화 시점은 2025년은 돼야 할 것 같다"며 "(XR 기기) 콘셉트는 잡았고 디벨롭(개발)하고 있지만, 시장에 나온 제품도 있고 (시장의) 요구사항도 있어 그걸 종합적으로 반영하면 (상용화가) 조금 늦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첫 제품은 경쟁력이 있고 차별화된 제품을 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논의도 했다"며 "빠르게 내는 것이 맞느냐, 제대로 내는 게 맞느냐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메타 퀘스트3. /사진=SK텔레콤.
메타 퀘스트3. /사진=SK텔레콤.

LG전자에 러브콜 보낸 '빅테크' 메타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혼합현실(MR)을 아우르는 XR 기기는 신기술을 체험하려는 얼리 어답터들의 전유물 정도로 여겨졌다. 5G 고도화, AI의 등장은 이 같은 XR 기기 대세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이미 의료현장 등에서는 XR 기기를 활용하고 있다.

웨어러블 형태인 XR 기기는 몰입감, 직관성이 뛰어날 뿐더러,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다.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퍼스널 디바이스라 평가받는 이유다. 그만큼 시장 잠재력도 크다. 대표적 XR 기기인 헤드셋의 경우, 2021년 1100만대에 머물렀지만 2025년 1억500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 역시 비약적 성장이 예고됐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전세계 XR 시장이 2023년 401억달러에서 2028년 1115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성장이 보장된 XR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회사는 메타만이 아니다. 소니, 애플이 XR 시장에 진출했고, 삼성전자는 구글과 손잡고 기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메타가 독점하다시피 했던 시장에 다수의 경쟁자가 출몰한 것이다. 이에 메타의 시장 점유율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22년 4분기 84%에 달했던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49%까지 하락했다. 특히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에 메타는 긴장하는 모습이다. 애플의 비전프로는 사전예약으로만 20만대 넘게 팔렸다. 메타의 퀘스트3보다 약 7배 비싼 3499달러의 고가인 점을 감안하면 핵심 타깃층에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견고한 생태계와 탄탄한 충성 이용자층을 구축한 애플이 XR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메타가 LG전자를 전략적 동반자로 낙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메타의 XR 기기는 비전 프로와 비교해 일부 기능이 뒤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애플과 같은 생태계도 없다. 스마트 기기는 기기간 연결성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데, 이런 측면에서도 아쉽다. 소프트웨어 기술력은 보유했지만 하드웨어는 약한 메타의 약점을 LG전자가 보완해 줄 수 있다. 

LG전자는 전 세계 TV 시장 2위로 자체 TV 운영체제인 웹OS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미디어 사업을 벌이고 있다. 스마트홈 플랫폼인 LG 씽큐를 기반으로 생태계도 구축 중이다. 스마트홈 플랫폼 협의체 HCA, 글로벌 표준 연합 CSA에 합류하면서 LG전자의 스마트홈 생태계 범위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 LG전자가 축적한 콘텐츠·서비스, 플랫폼 역량에 메타의 플랫폼·생태계가 결합되면 XR 통합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 애플의 추격을 물리칠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메타는 LG전자의 콘텐츠 경쟁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회동에 동석한 박형세 HE사업본부장(사장)은 "VR 기기에 미디어 콘텐츠를 어떻게 넣어서 구현할지 이야기를 나눴다"며 "웹OS가 될지 다른 방법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콘텐츠 파트너십이 있으니 그쪽 분야에서 잘해보자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전세계에 있는 LG전자 TV가 2억 대 이상으로 모수가 크다는 것과, LG전자가 3500개 이상의 콘텐츠 업체와 같이 일하고 있다는 데 (저커버그가) 놀랐다"면서 "LG전자와 콘텐츠·미디어 쪽에서 파트너십을 맺고 협업하는 것에 대해 아주 긍정적으로 얘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조주완 사장. /사진=LG전자.
조주완 사장. /사진=LG전자.

이해관계 충돌 우려 없이 상호 윈-윈 가능

LG전자 입장에서도 메타와의 협력은 중요하다. 미래 전략을 실현할 핵심 기기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조주완 사장은 지난해 7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하고 △비(非)하드웨어 △기업간거래(B2B) △신사업의 3대 동력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강화, 소프트웨어 기반의 서비스·솔루션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B2B로 매출을 늘리고 플랫폼을 활용한 서비스로 안정적 수익 기반을 확대하는 한편 신사업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전사 매출과 영업 이익에서 3대 성장동력의 비중은 50% 이상으로 늘어난다. 그 결과, 2030년엔 연평균 성장률 7%, 영업이익률 7%, 기업가치 7배 등 '트리플 세븐(7)'을 달성하고 연간 매출 100조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LG전자의 구상이 실현되려면 스마트 생태계를 견고하게 다져야 한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가전과 TV의 전용 OS가 제각각이고, 씽큐 앱을 통해 연동되더라도 성능을 100% 구현하지 못한다. 2년 뒤인 2026년까지 웹OS 탑재 기기를 3억대까지 늘려 생태계를 만들 예정이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다. TV는 사용 편의성에서 스마트폰을 넘어서지 못한다. 이에 LG전자는 XR 분야에 관심을 드러내왔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는 가상공간 영역에서의 신사업 추진 가속화를 위해 HE 사업본부 내 본부 직속의 XR사업담당을 신설했다. 조 CEO도 "XR 사업의 영역에서 차세대 퍼스널 디바이스 기회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LG전자, 메타의 협력 범위가 더 확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온디바이스 AI 분야가 첫 손에 꼽힌다. 조 CEO도 "그동안 협업해 온 MR 기기, 메타의 초대형 언어모델 라마를 어떻게 AI 디바이스에서 잘 구현할 수 있을지 등 2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며 "전 세계에 판매한 5억대 이상의 기기를 어떻게 AI에 빠르게 접목시키고, 사용자 경험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느냐 하는 측면에서 (메타와) 협업 범위는 굉장히 넓다"고 했다. 이를 방증하듯 조 CEO는 메타가 선보인 다양한 선행기술 시연을 관심 있게 살핀 것으로 전해진다. 메타의 LLM 기반 AI에도 큰 관심을 보이며 온디바이스 AI 관점에서 양사 시너지 창출 가능성도 논의했다.

나아가 메타와의 동맹이 그룹사 전반으로 넓어질 수도 있다. XR 기기에 필요한 부품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에너지솔루션 등의 계열사로부터 조달 가능하다. 애플 비전 프로의 경우, LG이노텍의 센싱 모듈, LG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탑재됐다. 

AI반도체 관련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AI반도체 관련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한편, 메타는 삼성전자와의 협력도 모색한 것으로 관측된다. 저커버그 CEO는 같은날 저녁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찬을 가졌다. 이 회장과 저커버그 CEO는 하버드대 동문으로 친분이 깊다.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당시 저커버그 CEO가 추모 이메일을 보냈을 정도다. 국내외 주요 손님을 초대할 때 사용되는 승지원에서 저커버그 CEO 부부는 이 회장과 다른 배석자 없이 2시간 가량 만찬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눴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과 저커버그 CEO가 AI 반도체 협력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타는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을 선언했다. 차세대 생성형 AI를 위해 LLM 라마3도 만들고 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하고 있지만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칩을 개발한 상태다. 아르테미스로 불리는 이 칩은 연내 메타의 데이터센터에 탑재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부터 위탁생산(파운드리)까지 가능해 메타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 AGI 반도체 개발을 위한 AGI컴퓨팅랩을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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