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운영사업 2년…현대차그룹 선봉
상암·청계천, 포티투닷, 국회, 자체기술
안전주행, 인상적…규제 현실화 필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경내에 주차돼 있는 현대자동차 대형 밴 '쏠라티' 자율주행 택시 모델. /사진=김현일 기자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경내에 주차돼 있는 현대자동차 대형 밴 '쏠라티' 자율주행 택시 모델. /사진=김현일 기자

[데일리임팩트 김현일ㆍ최태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완전 자율주행 수준인 ‘레벨 4’ 시범운행을 시작한지 2년, 지금은 상암동과 국회, 청계천 등에서 자율주행 자동차가 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데일리임팩트는 자율주행 시범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했고,  기자 두 명을 현장에 투입해 탑승했다. 상암동 일대와 국회 경내, 그리고 청계천 등 3곳에서 운행 중인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차량을 직접 체험해 본 것.

그 결과 아직은 발전 단계에 있는 기술인 만큼 조심스럽게 운영되고 있지만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사업을 지속, 자율주행 주도권을 잡겠다는 현대차그룹의 의지가 느껴졌다. 

서울시 무대로 자율주행 사업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2년 8월 자율주행 기업인 포티투닷을 인수한 뒤 11월 자율주행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포티투닷은 서울 상암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에서 여객 운송을 담당할 한정 운수면허 취득과 동시에 서울시 자율주행 운송플랫폼 사업자로도 단독 선정된 곳이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인 탭을 기반으로 청계천, 청와대, 국회의사당, 경기도 용인까지 영역을 넓힌 상황이다. 탭은 자율주행 전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서울에서 운행하는 모든 자율차의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호출·탑승·결제까지 가능하다.

8일 오전 서울 상암동 도로에서 만난 자율주행차량들. (왼쪽부터)기아 대형 SUV '카니발', 기아 소형 SUV '니로'. /사진=김현일 기자
8일 오전 서울 상암동 도로에서 만난 자율주행차량들. (왼쪽부터)기아 대형 SUV '카니발', 기아 소형 SUV '니로'. /사진=김현일 기자

먼저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사업의 시작인 상암을 찾았다. 자율주행을 가장 먼저 선보인 곳답게 생각보다 많은 자율주행차들이 도로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공항철도와 지하철 6호선, 경의선 등이 지나는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내려 탭 어플리케이션으로 탑승 가능 차량을 검색하니 10분만에 배차 받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고 '출발'을 누르니 운행이 시작됐다. 첫번째 운행은 무료. 이후 일반 자율주행차는 2000원(거리·인원수 무관), 합승형 자율주행차의 경우 인당 1200원을 내야 한다. 일반형, 합승형은 운영 지역 및 노선에 따라 요금은 다르다.

현재 상암동에서는 서울시, 포티투닷,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인 SWM 등이 손을 잡고 자율주행 택시 사업을 진행 중이며, 포티투닷의 자율주행셔틀(aDRT)를 포함해 기아 소형 SUV 니로, 대형 SUV 카니발 등이 구간을 나눠 운행되고 있다. 

8일 오전 서울 상암동 일대를 자율주행중인 기아 소형 SUV '니로'의 자율주행 모델 운전석 전경. 해당 모델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 '포티투닷(42dot)'의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됐다. /사진=김현일 기자
8일 오전 서울 상암동 일대를 자율주행중인 기아 소형 SUV '니로'의 자율주행 모델 운전석 전경. 해당 모델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 '포티투닷(42dot)'의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됐다. /사진=김현일 기자

생각보다 안전했던 레벨 4 자율주행

레벨 4의 자율주행차에 대한 첫 인상은 ‘생각보다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차선을 변경할 때 깜빡이도 항상 켜고, 규정속도는 무조건 준수해 15분 가량의 탑승구간 내내 큰 불안감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이용이 가능했다. 특히 교통법규를 FM으로 준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회전 구간 횡단보도에 사람이 없는 데도 움직이지를 않아 뒷차가 경적을 울리는 해프닝도 있었다.

다만 생각 이상으로 과감한 차선변경을 한다든가, 주차장 등 혼잡한 곳에서는 사람의 손이 필요하는 등 개선점도 없지 않았다. 실제 옆차선 차량을 지나쳐 추월할 때 차선 두 개에 걸쳐 이동하거나, 너무 바짝 붙어 이동하는 등 조금은 아슬아슬한 상황도 있었다.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주행중인 현대자동차 대형 밴 '쏠라티' 자율주행 모델 운전석 전경. 운전기사가 손을 놓고 자율주행을 진행중이다. /사진=김현일 기자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주행중인 현대자동차 대형 밴 '쏠라티' 자율주행 모델 운전석 전경. 운전기사가 손을 놓고 자율주행을 진행중이다. /사진=김현일 기자

국회의 경우, 경내에 차량이 거의 없어 상암보다는 여유로웠다. 운행 차량은 현대의 10인승 대형 밴 쏠라티 2대 뿐인데 시속 30km 제한에도 다른 차량이 많지 않아 생각보다 과감하고 속도감 있는 주행이 이뤄졌다.

국회 자율주행 셔틀버스는 현대차와 국회사무처가 지난 2022년 11월 체결한 ‘국회 자율주행 셔틀버스 도입을 위한 업무 협약’을 토대로 진행되고 있다.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국회 경내와 방문객 주차장을 잇는 3.1km 구간을 순환 운행하며, 국회 방문자 누구든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종로 청계천 aDRT의 경우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SDV)으로 일반적인 자동차가 아닌 ‘투어용 이동수단’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청계광장의 최고 속도인 시속 30km를 넘지 않게 이동속도도 시속 20km로 고정이 돼 있었고, 실내 좌석도 맨 뒷좌석을 제외하고는 크게 떨어져 있어 천천히 차량을 타고 주변 경관을 둘러보는 데에 최적화 됐다.

(왼쪽부터)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운행중인 현대자동차 '쏠라티', 기아 '카니발' 자율주행 모델, 포티투닷의 자율주행셔틀(aDRT). 각 모델에는 각각 현대자동차, SWM, 포티투닷의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됐다. /사진=김현일·최태호 기자
(왼쪽부터)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운행중인 현대자동차 '쏠라티', 기아 '카니발' 자율주행 모델, 포티투닷의 자율주행셔틀(aDRT). 각 모델에는 각각 현대자동차, SWM, 포티투닷의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됐다. /사진=김현일·최태호 기자

서비스 주체 따라 기술적 차이

상암·국회·청계천 세 곳의 자율주행 차량은 서비스 주체가 달라 각각 기술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국회 쏠라티에는 현대차, aDRT(청계천·상암·용인 모빌리티 뮤지엄)와 상암의 니로에는 포티투닷, 상암의 카니발에는 SWM의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됐다는 부분이 다르다. 현대차와 SWM은 카메라·레이더(비전)·라이다 3가지를 더한 방식인 반면, 포티투닷은 라이다를 제외하고 카메라와 레이더만으로 자율주행을 구현한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라이다는 레이저 펄스를 발사해서 그 빛이 대상 물체에 반사돼 돌아오는 것을 받아 물체까지 거리 등을 측정하고 물체 형상까지 이미지화하는 기술이다. 레이더와는 동일한 원리이나 전자기파 파장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 적용 분야와 이용 기술에서 차이가 있다.

포티투닷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국회의사당과 상암에 적용된 기술은 다르다”라며 “포티투닷은 상암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중이고, 현대차는 모셔널과 함께 라스베가스 등지에서 연구를 진행중이다. 자체개발, 인수, 합작사 등 다양한 형태로 자율주행을 개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 일대를 운행중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소프트웨어 개발센터 '포티투닷'의 자율주행셔틀(aDRT) 차량 전경. 사진=김현일 기자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 일대를 운행중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소프트웨어 개발센터 '포티투닷'의 자율주행셔틀(aDRT) 차량 전경. 사진=김현일 기자

운전자들 “기술 발전 느껴져”

세 곳의 자율주행 차량 운전자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운영 방식은 출시 직후와 비교해 그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은 듯 했다. 아마 기술 발전 및 법제화 속도가 더딘 만큼 큰 변화를 주기 보다는 데이터를 쌓는 데 주력하고 있는 듯 했다.

다만 운전자들 입장에서 자율주행기술이 발전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는 것이 운행기사들의 소감. 탑승 인원이 적을 때는 고객을 기다리며 개별적으로 테스트 운행을 하며 데이터를 수집하기도 한다는 의견도 나왔는데, 그런 부분들이 쌓이고 쌓여 자율주행 기술 발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국회 자율주행 차량 운전 기사는 데일리임팩트에 “개별적으로 또 테스트를 해야 된다”라며 “저희가 계속 딥러닝을 해서 보완할 점 있으면 보고를 하고, 그에 대한 개선도 하고 그렇게 한다”라고 설명했다.

8일 오전 국회 내부를 운행중인 현대자동차 대형 밴 '쏠라티' 자율주행 모델 내부 스크린. 국회 1문 정류장을 향해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중이다. 사진=김현일 기자
8일 오전 국회 내부를 운행중인 현대자동차 대형 밴 '쏠라티' 자율주행 모델 내부 스크린. 국회 1문 정류장을 향해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중이다. 사진=김현일 기자

다른 운전기사는 “첫 시행 때 컴퓨터가 운전하는 느낌이었다면 이젠 면허를 딴지 3~4개월 이상 된 사람이 자연스레 운전하는 느낌”이라며 “예전엔 총 운행거리 중 자율주행거리 비중이 수동주행거리에 비해 적었지만 이젠 거의 자율주행으로만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운영을 시작한 지도 2년여가 지난 만큼 어느 정도 서비스가 정착이 이뤄져 운전하는 입장에서도 불안하다거나 한 부분도 많이 줄었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애초에 사고가 날 일을 만들지 않는 방향으로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 듯도 했다.

상암의 한 운전기사는 데일리임팩트에 “운전할 때 아무래도 익숙하다 보니까 딱히 불안하거나 이런 건 없는 것 같다”라며 “세팅을 보수적으로 해서 진짜 안전하게 운행을 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내를 운행중인 현대자동차 대형 밴 '쏠라티' 자율주행차량 내부 모습.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차량을 예약하고 탑승권에 적힌 좌석 번호에 맞춰 탑승하면 된다. 사진=김현일 기자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내를 운행중인 현대자동차 대형 밴 '쏠라티' 자율주행차량 내부 모습.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차량을 예약하고 탑승권에 적힌 좌석 번호에 맞춰 탑승하면 된다. 사진=김현일 기자

여전히 높은 사업 확대의 벽 

미완의 기술이라는 점 이외에도 몇몇 아쉬움도 눈에 띄었다.

우선 사업화를 하기에는 턱없이 낮은 이용률이 문제다. 자율주행 차를 개발하기 위한 ‘테스트베드’ 성격의 프로젝트라고 해도, 어느 정도의 상업성을 달성하지 않고서는 자율주행을 계속해서 개발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상실될 수 있는 만큼 대중에게 더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느꼈다. 실제로 유료로 운행되고 있는 상암동 한 노선에는 오전 운행시간 내내 본지 취재기자를 제외하곤 이용객이 한 명도 없었다.

발전한 기술만큼 국내 교통법규체계 역시 개방적으로 발전하지 않고서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국내 도로를 누비기는 어렵겠다는 생각도 든다. 현재 국내에서는 제 아무리 자율주행 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라도 어린이 보호구역 등 많은 구역에서 법제상 수동운전으로 전환해야 한다. 법이 따라오지 않고서는 자율주행차로서의 의미를 상실하게 되는 셈이다.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을 제외하고는 사업을 할 만한 환경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전국적으로 지정된 자율주행 시범지구는 많지만 업체들이 관심을 갖는 지역 자체가 적은 데다, 그 외 지자체에서는 투자 비용이 턱없이 부족한 만큼 기업들이 추가로 지출하는 비용이 많아 갈수록 적자가 늘 수 밖에 없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사업을 하기가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자율주행 차량을 사려는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는 기술의 상용화 시기”라면서도 “기술개발은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법적인 규제가 많아 상용화 시기를 말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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