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조직개편·임원인사 단행
CEO 직속 해외영업본부 신설
글로벌·신사업 분야 인재 전진배치

박형세(왼쪽) HE사업본부장(사장)과 정대화 생산기술원장(사장) /사진=LG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올 상반기 '숙적' 삼성전자를 뛰어넘는 실적을 달성하며 저력을 과시했던 LG전자가 중장기 미래 경쟁력을 강화한다. 

LG전자는 코로나19와 경기 불황 속에서도 '역대급' 성적을 기록, 탄탄한 기초체력을 보여줬다. 이에 내년에는 글로벌 브랜드 위상 제고를 목표로 해외영업과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올린다. 

특히 LG전자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하고 기업간거래(B2B) 사업 확대, 비(非) 하드웨어 사업모델 혁신, 신사업 동력 확보를 중점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소비자의 공간과 경험을 연결·확장하는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인공지능(AI), 시스템온칩(SoC), 클라우드, 스마트모빌리티 등에서 전문성과 잠재력을 갖춘 인재들을 전진 배치하고, 사업본부별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24일 이사회 승인을 거쳐 2024년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조직개편은 지난 7월 발표한 2030 미래비전을 향한 변화와 도약에 속도감을 더하고, 이를 위해 조직 역량과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임원인사의 경우 역량 있는 인재에게 보다 큰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한편, 거시적 안목에서 중·장기 미래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조직개편과 관련,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해외영업본부를 신설한다. 해외영업본부장은 북미지역대표를 역임한 윤태봉 부사장이 맡는다. 해외영업본부 산하에는 북미·유럽·중남미·중앙아시아·아시아 지역대표와 법인, 글로벌마케팅그룹, 소비자직접판매(D2C)사업그룹 등이 배치된다. 

해외영업본부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흐름에서 고객가치 창출의 기회를 발굴해 성장과 변화를 가속화하고, LG전자의 글로벌 브랜드 위상을 제고하게 된다. B2B를 비롯, 전략적 중요도가 높은 사업에 대한 실행력을 강화하고 해외영업 전문역량을 키워 사업본부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D2C사업그룹을 붙여 온라인브랜드숍(OBS) 중심의 온라인 사업과 고객 데이터 기반 디지털마케팅 역량을 강화하며 고객 접점을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4개 사업본부 체제는 유지된다. 대신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을 위해 각 사업본부가 보유하고 있는 원천기술이나 미래준비 차원의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병행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H&A사업본부는 B2B 사업의 핵심인 냉난방공조(HVAC) 사업 시너지 극대화에 무게를 싣는다. 에어솔루션사업부 산하에 엔지니어링담당을 신설해 역량을 제고하기로 했다. 기존 HE사업본부 산하 홈뷰티사업담당도 H&A사업본부 직속으로 이관받아 운영한다. H&A사업본부의 제품군과 시너지를 낼 수 있어서다. 

HE사업본부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 독자 스마트 TV 운영체제 웹OS의 개발, 운영, 지원기능 강화를 위해 본부장 직속 웹OS SW개발그룹을 신설한다. 본부 직속으로 XR(eXtended Reality)사업담당을 새로 만들어 미래 스크린 경쟁에 대비한다. 

VS사업본부는 본부 직속 글로벌고객전략담당을 신설한다. 수주·매출관리 통합 전략을 수립하고 전장 사업의 마케팅 기능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BS사업본부는 북미·유럽·아시아·중남미 등 주요 지역별로 영업·사업담당을 두고 B2B 사업 확대를 추진한다. 이 가운데 성장세가 큰 인도 지역을 담당하는 B2B인도사업실을 B2B인도사업담당으로 격상해 운영한다.

올해 임원 인사에서는 사장 2명, 부사장 5명, 전무 7명, 상무 35명 등 총 49명(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1명 포함)의 승진자가 탄생했다. 전체 승진 규모는 지난해(54명)보다 소폭 줄었다. 그러나 CEO인 조주완 사장의 성장 전략을 힘을 더해줄 맞춤형 인재들이 대거 발탁됐다. 

박형세 HE사업본부장은 콘텐츠·서비스 혁신을 통해 TV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제품(하드웨어) 중심에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영전했다. 박 본부장은 1994년 입사해 국내·외에서 TV, IT 등 사업을 맡아온 홈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문가다. 2019년부터 HE사업본부장을 맡아 올레드 TV 세계 1위 달성을 이끌었다. TV 시장이 침체된 와중에도 프리미엄 제품군과 웹OS 플랫폼을 앞세워 사업 포트폴리오와 수익성을 개선했다는 평가다. 

박 본부장과 함께 사장에 오른 정대화 생산기술원장은 1986년 입사해 다양한 생산 요소기술을 선행 개발, 내재화하는 등 제조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부터는 생산기술원장을 맡아 스마트팩토리 사업화 기반을 구축해 미래 성장의 모멘텀을 확보한 것을 물론, 그룹 계열사 핵심사업 지원을 통해 LG그룹 내 선순환 체계를 강화하는데 기여했다.

이석우 북미이노베이션센터장과 이충환 TV사업운영센터장, 이현욱 키친솔루션사업부장, 왕철민 글로벌오퍼레이션센터장, 김원범 최고인사책임자(CHO)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석우 센터장은 미래사업 기회 발굴, 스타트업·선도기업·정부·학계 네트워크 강화에 기여해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충환 센터장은 아시아지역대표로서 프리미엄 제품 경쟁지위 개선, 성장국 공략 경험을 기반으로 TV 사업의 비하드웨어 영역에서 역할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현욱 사업부장은 고객 맞춤형 제품 개발로 성장동력 확보, 원가경쟁력 강화해 사업구조를 개선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왕철민 센터장 역시 구매, 글로벌 공급망 관리(SCM) 등 전반적인 구조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김원범 CHO는 사업 동력을 높여줄 인사 솔루션을 제시, 내부 시너지를 높였다. 

글로벌 개발 조직체계 구축을 통해 스마트 TV 운영체제인 웹OS 경쟁력 강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관련 제품을 TV 외 타 제품군으로 확대하는 기반을 마련한 이강원 상무(웹OS SW개발그룹장), 전장 사업의 고부가 제품 수주 비중 확대에 기여한 박준은 상무(VS아시아영업/PM담당)를 포함한 7명이 전무로 승진했다. 

차기 경영 리더의 첫 관문인 상무급 또한 미래준비와 고객경험 혁신에 방점이 찍혔다. 특히 인공지능, 시스템온칩(SoC), 클라우드, 스마트모빌리티 등 미래 사업의 기반 기술 분야 연구개발을 주도할 수 있는 수석연구위원(상무)을 6명 선발했는데,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선도기술 확보와 내재화에 대한 의지가 엿보인다.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최고리스크담당자(CRO) 부사장은 김창태 LG이노텍 CFO가 맡는다.

LG전자의 이번 인사를 두고 업계에서는 조주완 사장의 '유임'보다 '부회장 고배'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그룹 내에서 LG전자가 지니는 상징적 의미가 큰 만큼 조 사장이 보여준 '성과'는 부족함이 없었던 까닭이다. 

LG전자는 올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2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를 추월한 것. 2분기 LG전자의 잠정 영업이익은 8927억원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6000억원, 2927억원 더 많다. 1분기 역시 LG전자는 무려 1조497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데 반해 삼성전자는 6400억원에 그쳤다. 

포트폴리오 전환도 순조롭다. 특히 전장사업은 인포테인먼트, 전기차 파워트레인, 차량용 조명 시스템의 삼각편대를 바탕으로 성장 중인데, VS사업본부는 지난해 연간 흑자를 달성한 데 이어 전사 매출에서의 비중도 10.4%까지 올라갔다. 올해 예상 수주 잔고는 100조원, 전사 기여도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조 사장에게 '미션'을 줬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브랜드 가치 제고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경우, 후발주자와 격차도 줄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1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의 점유율(매출 기준)은 내년엔 50%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유럽, 북미 등 선진시장에서는 OLED가 주류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서유럽의 1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은 51.9%에 달한다. OLED에 눈독을 들인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브랜드만 20개가 넘는다. LG전자가 독식하던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의미다. 이러한 조짐은 벌써부터 감지된다. 올 1분기 LG전자의 OLED 점유율은 58.8%, 지난해(62.2%)와 비교해 3.4%포인트 줄었다.

생활가전에서도 1위 아성을 수성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사물인터넷(IoT) 기기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IoT 통신규격인 매터가 개발됐는데 134개 업체가 이를 적용 중이다. LG전자를 포함한 주요 가전업체와 삼성전저, 구글, 아마존, 애플도 매터 생태계에 들어와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로 LG전자의 가전을 제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경쟁사에 주 타깃층을 빼앗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소비패턴이 달라진 점도 부담이다. 소유에서 경험으로, 관계(Engagement) 중심의 소비형태가 나타남에 따라 생활가전 수요는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더욱이 미래 고객층으로 불리는 30대 이하 젊은 층의 선호도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조 사장은 이로 인해 리인벤트(Reinvent·재창조)를 내걸고 조직 문화 개선, 디지털 전환(DX) 교육 실시 등을 추진해왔다.  지난 4월 '라이프 이즈 굿(Life’s Good)'이라는 슬로건 아래 새 브랜드 지향점과 비주얼 정체성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조 사장은 브랜드 선망도를 높이는 동시에 안정적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중임을 맡게 됐다. LG전자는 사업 구조의 대혁신과 질적 성장을 통해 2030년 연평균 성장률 7%, 영업이익률 7%, 기업가치 7배 등 '트리플 세븐(7)'을 달성하고 연간 매출 100조원 시대를 여는 게 목표다. CEO 직속 해외영업본부가 신설된 점을 고려할 때, 조 사장이 적극적인 세일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창태 LG이노텍 CFO를 이동시킨 점도 눈에 띈다. LG이노텍은 품질 대비 높은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경쟁 우위를 지켜왔다. 같은 전략을 LG전자에도 적용할 것으로 여겨진다. 게다가 LG전자는 2030년까지 연구개발(R&D) 투자 25조원 이상, 설비투자 17조원 이상, 전략투자(M&A) 7조원 등 총 50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사업구조를 완전히 바꿀 계획을 세운 터다. 전사 수익성 관리가 보다 정교해져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공격적 투자와 경영 효율화를 함께 진행할 것으로 점쳐진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