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결심공판
검찰,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 구형
"1년6개월 수감..50 중반" 등 소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황재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황재희 기자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삼성을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들의 사랑받는 기업으로 만들겠다.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가는데 집중할 수 있게 기회를 달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후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에 따른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말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앞서 이날 오전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은 재판장에 선 채로 약 8분간에 걸쳐 최후 변론을 차분히 읽어나갔지만 끝에 가서는 감정이 격해졌는지 목소리가 살짝 떨리기도 했다.

이날 이 회장은 "삼성 가족, 주주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도 많은 심려 끼쳐드려 명목이 없다"며 "40대 중반인 2014년 아버지께서 병환으로 쓰러진 뒤 개인적으로 3번의 영장 실질 심사와 1년6개월 수감생활을 겪었는데 어느덧 저도 50대 중반이 되었고 1심 재판을 마무리하는 오늘 이 자리에 섰다"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검찰과 피고인 이 회장의 공방은 지난 2020년 시작됐다. 검찰은 이 회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 후 3년간 106차례의 공판을 이어왔다.

이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합병과 로직스(삼성바이오로직스)회계처리 과정 등 여러 일들을 세밀하게 들을 수 있었다"며 "때로는 왜 이렇게 엉크러졌을까 자책이 들고, 때로는 답답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하지만 저와 삼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은 훨씬 높고, 엄격한데 미처 거기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절감했다"라며 "대한민국 1등 기업, 글로벌 기업에 걸맞게 더 높고 엄격한 기준과 잣대로 임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라고 인정했다. 

이 회장은 지금 시기가 삼성 뿐 아니라 국내 경제를 위해서도 중요한 시기임을 강조했다. 그는 "저에게 많은 불찰과 부족함이 있었지만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지금 세계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그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라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함께 생성형 AI기술이 반도체 시장은 물론 전 세계 사업에 영향을 주고 기술혁신 속도도 빠르다"고 부연했다. 

특히 이 회장은 고 이병철 회장과 고 이건희 회장을 언급하며 책임이 무겁다고 말했다. 그는 "저에게는 기업가로서 지속적으로 회사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에 일자리를 제공할 책무가 있다"라며 "두분 회장이 그랬듯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과의 협업, 친환경,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배구조 선진화, 성숙한 노사 관계 정착 등 새로운 사명이 주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재판에서의 핵심 쟁점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은 회사의 성장과 미래를 위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꼭 필요한 일이었음을 강조했다. 지난 3년간의 재판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이 주주가치 훼손 등 다른 의미로 오해된 점이 "안타깝고 허무하다"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저는 그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신사업, 신기술에 투자하고 인수합병(M&A), 지배구조 투명화를 통해 보완해왔다"라며 "회사의 존속과 성장을 지켜내고 회사가 잘돼 임직원·주주·고객·협력회사·국민 여러분의 사랑을 받는게 저희 목표로 두 회사의 합병도 그런 흐름 속에 추진됐다"고 말했다. 

이어서 "저는 이 합병 과정에서 개인의 이익을 염두해 둔적이 없고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에게 피해 입힌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적이 없다"며 "저와 피고인은 합병이 두 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고 지배구조 투명화와 단순화라는 사회 전반 요구에 부응한다고 생각했다"라고 해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자신에게 맡겨진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라고 약속하며 다른 피고인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회장은 "만약 이 사건으로 법이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몫이 있다면 제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 평생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 달라"며 8분간의 변론을 마무리했다.

이는 앞서 오전 열린 총 14명의 피고인에 대한 검찰의 구형에서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삼성 전 경영진들과 미래전략실(미전실) 임원들에게 징역형과 벌금이 내려진 데 따른 것이다. 

이 회장의 최후 변론에 앞서 삼성 변호인단은 검찰이 내린 구형에 대해서 '유감'이라며 적극적인 반박을 이어갔다. 

변호인단은 "검찰은 3년2개월간 공판 과정과 반박에 의해 밝혀진 사안 대신 이 사건 수사기록의 초안대로 판단을 내렸다"며 사건 관련 이메일,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 골드만삭스 등 해외 투자기관과 정부 의견 등을 근거로 해명을 이어갔다.

검찰이 지배력 강화 목적으로 합병이 진행됐다고 주장하는 점에 대해서 적극 부정하며 적법한 합병이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합병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증대와 주주이익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합법적이고 적법적인 과정에 걸쳐 이뤄졌고 사업적 효과를 기대하고 추진했다"라며 "합병으로 삼성물산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바이오사업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 목적에 승계가 있다 하더라도 경영상 합법적인 목적이다"라며 "소유구조와 지배구조 단순화가 주주들의 요구인데 검찰은 이것을 대주주의 사익으로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시 합병을 하지 않았다면 삼성물산에게 심각한 경영 위기가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합병으로 삼성이 엄청난 부실을 견딜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합병을 통해 건설·상사에서 패션·식음·레저·바이오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지속성장 구조로 재편되는 한편 영업이익 1.5배 증가, 부채비율 감소, 신용 등급 2단계 상승 등 긍정적 경영지표도 얻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당시 삼성물산의 건설 부분은 못받은 공사대금만 2조원 가까이로 (합병 없이) 혼자 부실을 떠안았다면 50% 이상 주가가 하락하는 등 심각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었다"며 "합병으로 삼성물산은 그룹의 지배구조 상단에 위치해 위상이 강화됐고 여러 측면에서 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변호인은 "피고인들은 시장 경제 최일선에서 지금까지 열심히 뛰어온 이들로 과연 이 사안이 기업의 존립 기반인 자본시장을 통째로 훼손한 사건, 범죄라고 말할 수 있는 사건인지, 공판 과정에서 밝혀진 증거에 따라 엄정히 판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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