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가성비에 디자인·주행성·공간까지 구현
초기 모델 한계 명확…분명한 캐릭터는 강점

(왼쪽부터) 지난 9일 인천광역시 영종도의 모 카페 주차장에 주차돼 있는 KG모빌리티의 중형 SUV '토레스 EVX'의 정면 모습 / 영화 '로보캅'(1987) 미국판 포스터. /사진=김현일 기자, 다음 영화
(왼쪽부터) 지난 9일 인천광역시 영종도의 모 카페 주차장에 주차돼 있는 KG모빌리티의 중형 SUV '토레스 EVX'의 정면 모습 / 영화 '로보캅'(1987) 미국판 포스터. /사진=김현일 기자, 다음 영화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영화 ‘로보캅’의 주인공인 머피를 경찰로 임무를 수행 중에 불의의 사고를 겪는다. 이후 두뇌와 장기 일부를 제외한 몸의 대부분을 기계로 바꾼 그는 최초의 ‘사이보그’ 경찰로 활약한다.

KG모빌리티의 중형 전기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토레스 EVX’는 로보캅을 떠올리게 하는 차량이었다. 헤드램프 디자인의 유사성 외에도 토레스 내연기관 모델의 골격을 제외한 대부분을 전동화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천 영종도에서 서울 영등포로 가는 약 66km의 편도 노선 구간을 시승하는 동안 꽤 매력적인 전동화 모델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로보캅’ 디자인, 생각보다 괜찮은데?

지난 4월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처음 공개될 당시만 해도 그리 큰 감흥이 없던 디자인은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매끈하게 구현됐다는 느낌을 줬다. 

로보캅과 닮은 꼴의 헤드램프를 제외하고는 변화가 크게 없지만, 가운데에서 시작해 양옆으로 빛이 자연스럽게 번지는 ‘순차점등 턴시그널 헤드램프’ 등으로 고급감과 멋스러움을 더했다. 

KG모빌리티 중형 SUV '토레스 EVX'의 운전석 전경. 물리버튼을 최소화하고 깔끔하게 구성한 실내가 특징이다. /사진=김현일 기자
KG모빌리티 중형 SUV '토레스 EVX'의 운전석 전경. 물리버튼을 최소화하고 깔끔하게 구성한 실내가 특징이다. /사진=김현일 기자

‘로보캅’답게 내부 디자인 역시 전동화 모델로서 확실한 변화를 가져갔다.

넓은 디스플레이, 물리버튼을 최소화한 깔끔한 실내 등은 이 자동차가 전동화 모델이라는 사실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가격과 실용성, 미적인 부분까지 고려하는 소비자에게 만족스러운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아웃도어 SUV 다운 압도적인 내부 공간

이 모델의 최대 강점 중 하나는 동급에서는 경쟁자를 찾을 수 없는 넓은 공간이다.

차박과 레저 등이 가능한 ‘아웃도어 SUV’를 표방하는 모델답게 중형급 가운데 가장 넓은 839ℓ의 트렁크 공간을 자랑한다. 운전석·조수석·뒷좌석 1.5ℓ 보틀 트레이(조수석의 경우 0.7ℓ)를 포함해 센터콘솔·프론트 사이드 보관함 등 다양하고 넓은 수납공간 역시 활용도가 높다.

토레스 EVX의 2열을 접고 기자가 직접 누워 찍은 사진. 문을 닫아도 충분히 누워서 잠을 청할 정도의 공간이 나온다. /사진=김현일 기자
토레스 EVX의 2열을 접고 기자가 직접 누워 찍은 사진. 문을 닫아도 충분히 누워서 잠을 청할 정도의 공간이 나온다. /사진=김현일 기자

2열 폴딩 시 1662ℓ의 대용량 적재가 가능하다는 것이 KG모빌리티 측의 설명인데, 실제로 2열을 접고 누워 보니 174cm 성인 남성 기준 충분히 누워서 잠을 잘 수 있을 만한 공간이 나왔다. 최소 두 명의 성인이 차박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뿐만 아니라 헤드룸이 높고 2열 레그룸 역시 상당히 넓은 편인 만큼 탑승자 입장에서도 여유로운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174cm 성인 기준 헤드룸은 주먹 2개 반, 레그룸은 1열 위치에 따라 주먹 1~2개 정도의 공간이 나온다.

토레스 EVX의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활용해 LG전자의 소형 TV '스탠 바이 미 고'(Stand By me Go) 제품을 활용중인 모습. /사진=김현일 기자
토레스 EVX의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활용해 LG전자의 소형 TV '스탠 바이 미 고'(Stand By me Go) 제품을 활용중인 모습. /사진=김현일 기자

여기에 차량 전력을 끌어다 외부에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은 한층 강화된 차박 기능에 화룡점정을 찍는다.

차량 배터리가 20%가 되기 전까지 최대 3.5kW(킬로와트)까지 동시에 전력을 사용할 수 있는데, 배터리 잔여 용량이 80%라 가정할 경우 전자기기 사용 예상 시간 및 횟수는 각각 △55인치 OLED TV 약 6.5일 연속 시청 △전기히터 약 3일 연속 사용 △전기매트 약 5일 연속 사용 △에어프라이어 조리 약 58회에 해당한다는 것이 KG모빌리티의 설명. 주행거리가 길지 않을 경우 하루~이틀 정도의 아웃도어 활동은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을 정도다.

강력한 전기심장, 로보캅의 원동력

내연기관 모델에서 약점으로 지적 받았던 출력 부분도 전동화를 통해 크게 개선됐다.

토레스 EVX는 152.2kWh 전륜 구동 모터와 73.4kWh(킬로와트시) 용량의 중국 배터리업체 CATL의 리튬인산철(LFP) ‘블레이드 배터리’를 기반으로 최고 출력 207 마력(ps), 최대 토크 34.6kmf·m의 힘을 낸다. KG모빌리티에 따르면 내연기관 토레스(170마력/28.6kg·m) 대비 최고 출력은 약 22%, 최대 토크는 21% 상승했다.

토레스 EVX의 클러스터. 왼쪽에 주행가능 거리가 369km로 나오고 있다. /사진=김현일 기자
토레스 EVX의 클러스터. 왼쪽에 주행가능 거리가 369km로 나오고 있다. /사진=김현일 기자

실제로 가속페달을 밟으면 시원하게 앞으로 치고 나가는 게 느껴진다. 200km/h까지도 큰 저항 없이 시원스레 뻗는 만큼 답답함은 거의 느낄 수 없다. 여기에 스포츠 모드로 주행할 경우 한층 더 강력한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연비의 경우 영종도 모 카페에서 출발할 때 주행가능거리 369km 수준이었던 것이 영등포 타임스퀘어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약 100km 가량 줄어 있었다. 하지만 스포츠 모드로 고속주행을 적극 활용하며 연비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만큼 이 정도면 무난한 수준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록 날씨가 추워질 경우 LFP 배터리의 고질적 약점으로 꼽히는 ‘저온 주행거리 하락’이 도드라질 수는 있겠으나, 영상 8℃(도 씨)부터 가동되는 ‘EV(전기자동차) 열관리 시스템’ 등을 탑재하고 있는 만큼 이는 올겨울을 지나면서 다시금 재조명이 이뤄져야 할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KG 첫 전기차’답게 아쉬운 부분도

KG모빌리티의 사실상 ‘첫 전기차’, 토레스 EVX에는 분명 최근 시장에 출시되고 있는 타사의 전동화 모델 대비 부족한 면도 다소 존재한다.

우선 내부 디자인. 물리 버튼을 최소화해 내연기관 모델 대비 깔끔해졌다고는 하나 다소 투박한 편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렇다 보니 헤드램프와 그릴 외에는 변화된 부분이 전무한 외부 디자인 역시 굉장히 심심하다는 인상이 강해진다.

토레스 EVX의 1,2열 전경. 사진=김현일 기자
토레스 EVX의 1,2열 전경. /사진=김현일 기자

주행 질감 역시 전기차라기보다는 내연기관, 좋게 말해 하이브리드의 그것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는 점은 호불호가 갈릴 법한 부분. 저속 단계에서는 전기차다운 부드럽고 미끄러지는 듯하다가도 특정 속도 이상을 넘어가면 마치 내연기관을 연상케 하는 다소 투박한 주행이 이어진다. 물론 이를 ‘SUV스럽다’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겠고, 전기차 특유의 주행감이 싫은 이들에게는 의외의 선택지가 될 수도 있겠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일부에 한정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감속 시에 모터의 저항을 활용해 전기 에너지를 충전해 연비를 높여주는 ‘회생제동’ 기능의 경우 사실 가장 강한 단계인 ‘스마트’(Smart) 모드를 제외하고는 큰 의미가 없는 수준이라는 점도 아쉽다. 1, 2, 3, 스마트 모드로 단계를 오갈 수는 있으나 그 차이가 미미하고 제동력이 부족해 실용성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이다. 스마트 모드 역시 감속이 두 단계에 걸쳐 이뤄져 자연스럽지 않은 데다 가속페달 하나로 가속과 감속을 동시에 하는 ‘원 페달 드라이빙’을 할 수 있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KG모빌리티의 인공지능(AI) 기반 첨단 커넥티드카 시스템 '인포콘'(INFOCON)으로 토레스 EVX를 상태를 확인 중인 모습. /사진=김현일 기자
스마트폰을 통해 KG모빌리티의 인공지능(AI) 기반 첨단 커넥티드카 시스템 '인포콘'(INFOCON)으로 토레스 EVX를 상태를 확인 중인 모습. /사진=김현일 기자

또 하나는 소프트웨어에서의 부족함. 주행모드 조작 버튼이 디스플레이에만 내장된 데다 변경 여부가 해당 디스플레이가 아닌 클러스터에만 나타나거나, 조작이 다소 불편한 점, 그리고 핸드폰으로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는 인포콘 시스템 역시 아직 스마트키 이상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한 느낌이다.

이러한 단점들마저 로보캅을 연상케 한다면 과한 해석일까. 영화 ‘로보캅’이 개봉한 것이 1987년도, 현대인들의 시각에서 로보캅은 이미 외관, 시스템 등 모든 면에서 명백히 ‘구형 모델’이다. 그런데 토레스 EVX는 출시를 한 지 얼마 안 된, 그것도 첨단 기술의 집합체인 전기차인데도 그와 비슷한 향기가 난다. 신차들과 비교했을 때 어딘지 오래됐고, 부족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과거 쌍용자동차 시절 ‘코란도 이모션’으로 전기차를 이미 출시한 경험이 있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이는 분명 KG모빌리티 입장에서 심각하게 경계하고, 우려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여전히 살아있는 ‘쌍용’ 정체성에 기대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레스 EVX는 분명 가격 대비 준수한 모델임을 틀림없다. 전기차는 사고 싶고, 활용 공간은 많이 필요한데 픽업트럭은 좀 부담스럽다면 고려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동급 최강의 실내 공간을 자랑하면서도 보조금을 받을 경우 4000만원에 살짝 못 미치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이다.

지난 9일 인천광역시 영종도의 모 카페 주차장에 KG모빌리티의 중형 SUV '토레스 EVX'가 나란히 주차돼 있는 모습. 사진=김현일 기자
지난 9일 인천광역시 영종도의 모 카페 주차장에 KG모빌리티의 중형 SUV '토레스 EVX'가 나란히 주차돼 있는 모습. 사진=김현일 기자

또 KG모빌리티가 자신들이 가장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 계속 도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모델인 만큼, 토레스 EVX의 역할은 인정받아 마땅하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회사의 존폐를 논하던 이들이 사업 정상화를 이룩하고, 어느새 모빌리티의 첨단을 달리는 전기차를 내놓으며 경쟁의지를 불태우고 보여준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국내 최초로 ‘아웃도어 EV’ 시장을 열어젖혔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를 갖는 모델인 토레스 EVX. 머피가 기계화된 이후에도 인간 시절의 마음을 잊지 않음으로써 ‘로봇 이상의 로봇’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KG모빌리티도 ‘쌍용 아이덴티티’를 잊지 않고 향후 전동화 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을까. 당분간 지켜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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