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투자 낙제점 수준…초유의 주파수 회수 통보

지하철 와이파이 서비스 좌초 우려에도 ‘네 탓’만

5G로 올해 3개 분기 연속 영업익 1조 돌파해놓고도

SKT·KT·LGU+, 투자 부담 적은 3.7~4.0㎓에만 관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의 28㎓ 대역 투자가 낙제점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해당 대역 주파수 취소가 유력시하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이통3사들이 돈이 되는 저대역 주파수 확보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의 28㎓ 대역 투자가 낙제점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해당 대역 주파수 취소가 유력시하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이통3사들이 돈이 되는 저대역 주파수 확보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세계 최초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강조했던 국내 이동통신사들에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5G 주파수 할당 당시 약속했던 투자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이통3사는 정부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KT, LG유플러스는 28㎓(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 할당이 취소됐고, SK텔레콤은 내년 11월 30일까지였던 이용기간이 반년 가량 당겨졌다. 정부가 투자 미흡을 이유로 주파수 할당을 취소하는 제재에 나선 건 처음이다. 

그러나 이통3사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28㎓는 사실상 수요가 없어 이통사들이 투자를 놓고 고민했던 까닭이다. 도리어 이통사들은 돈이 되는 3.7㎓ 이상 대역 확보에 나섰다. 국가기간통신망을 운용하는 이통3사들이 반쪽짜리 5G를 만들어 놓고도 수익성 제고와 선점 효과 부각에만 골몰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지난 18일 5G 주파수 할당조건 이행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018년 5G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3년차까지 의무적으로 구축해야 할 기지국 수를 수립하고 이행률이 10% 미만이거나 평가 점수가 30점 미만일 경우, 주파수 할당을 취소한다고 했다. 의무 이행률이 10%를 넘겨도 평가 점수가 70점 미만이면 이용기간을 단축하거나 시정명령을 내리는 등 조치를 취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이통3사 모두 3.5㎓ 대역에서는 조건을 이행했다. 회사별로 2만2500개의 기지국을 구축해야 했는데, 이행률이 300%에 달했다. SK텔레컴 93.3점, KT 91.6점, LG유플러스 93.3점 등 3사가 90점을 넘겼다. 

반면 28㎓는 미흡했다. 5월 기준으로 각 사 수는 SK텔레콤 1605대, KT 1586대, LG유플러스 1868대으로, 이행률이 10~12%에 그쳤다. 당초 이통사마다 1만5000대의 기지국을 세우기로 한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KT 27.3점, LG유플러스 28.9점으로 낙제점을 받았고, SK텔레콤만 30.5점으로 가까스로 기준점을 넘겼다. 

다음달 과기정통부의 청문이 남아 있지만, 업계에서는 28㎓ 대역 주파수가 모두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SK텔레콤은 내년 5월까지 현재의 10배가 넘는 기지국을 구축해야 하는데, 올 3분기까지 1조1240억원의 설비투자가 진행된 상태다. 내년 1월 초부터 28㎓ 대역 투자에 집중하더라도 5개월 안에 목표치를 채우기 불가능하다. 

문제는 28㎓ 주파수를 회수한 이후다. 일각에서는 5G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5G는 3.5㎓와 28㎓ 대역으로 나뉜다. 전국망 구축에 쓰이는 3.5㎓와 달리 28㎓는 넓은 대역폭을 활용해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구현한다. 응답 지연속도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만큼,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자율주행처럼 초고속·초저지연·대용량 데이터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다만 28㎓는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장애물의 영향이 많이 받아 3.5㎓보다 더 촘촘하게 망이 구축돼야 한다. 하지만 28㎓ 대역을 지원하는 스마트폰 단말기가 없고, 투자 부담이 커 정부에서도 실내처럼 한정된 공간을 중심으로 28㎓ 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표적인 장소가 지하철이다. 

정부는 28㎓ 대역을 활용해 지하철 와이파이를 구축해왔다. SK텔레콤 2·8호선, KT 5·6호선, LG유플러스 5·7호선을 맡아 기지국 구축을 완료했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 한다. 당장 내년부터 KT, LG유플러스가 담당했던 5·6·7호선 5G 와이파이 사용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왼쪽부터)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사진. 구혜정 기자
(왼쪽부터)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사진. 구혜정 기자

이런 와중에도 이통3사와 정부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촌극을 연출하고 있다. 정부는 해외에서 28㎓ 망 구축이 확대되고 있는데도 우리나라가 더딘 건 이통사 등 사업자들의 투자 의지가 적은 탓이라는 입장이다. 미국은 4만5000대, 일본은 2만2000대를 연말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호주·인도 등 33개국은 주파수 할당과 관련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28㎓ 대역 지원 스마트폰은 6100만대 이상 보급됐다. 

이통업계에서도 볼멘 소리가 나온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선점 효과를 위해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불만이 흘러 나온다. 주무부처에서 사업성 같은 부분까지 고려해 속도를 조절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 전문가는 데일리임팩트에 ”이통3사 모두 민간기업이고, 주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실적을 내놔야 한다.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한 투자를 추진할 수 없다는 얘기”라며 ”무엇보다 28㎓ 대역은 사업 수요가 사실상 0이고, 관련 산업도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실제 자율주행은 이제서야 실증사업이 진행 중이다. 때문에 정부는 기업들이 28㎓ 대역을 이용해 자체 5G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유도해왔다. 이음 5G로 불리는 특화망 사업이다. 

이통3사에 면죄부를 줄 순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통3사는 단가가 높은 5G 가입자가 증가한 덕에 올해 성장을 이어갔다. 3개 분기 연속 이통3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겼다. 심지어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구축 완료한 장비만 인정키로 한 기준을 완화해 장비 개설 신고만 해도 망 구축을 한 것으로 인정해줬다. 

이통3사의 행태는 수익성에 골몰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통 3사는 6223억원을 내고 28㎓ 대역을 할당받았다. 기지국 구축에 따른 투자 비용도 발생했다. 회사마다 수천억대의 손실이 안게 된 셈이다. 이를 보전하기 위해 주파수 추가 할당을 노리고 있다.  

지난 2018년 경매 결과, LG유플러스는 3.42~3.5㎓ 대역에서 80㎒를, KT는 3.5㎓~3.6㎓ 대역에서 100㎒를 확보했다. SK텔레콤은 3.6~3.7㎓ 대역에서 100㎒를 할당받았다. LG유플러스가 지난 7월 3.40~3.42㎓ 대역에서 20㎒를 추가로 낙찰받으면서 이통3사는 대역대만 다를 뿐 100㎒씩 나눠 갖게 됐다. 단, 이통3사의 5G 가입자는 차이가 크다. 3분기 말 기준 SK텔레콤 1246만명, KT 794만명, LG유플러스 569만명이다. 주파수 폭이 넓을수록 5G 품질 올라가는 특성상, 3.7~4.0㎓ 대역이 어느 기업에 돌아가느냐에 따라 향후 5G 경쟁에서 유불리가 판가름 난다. 

더군다나 3.7~4.0㎓ 대역은 돈이 된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3.5㎓와 인접해 추가 할당을 받으면 바로 5G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다. 주파수 할당에 따른 투자금을 즉각 회수할 수 있는 셈이다. 통화 품질 개선 효과가 커 가입자 유치에도 유리하다. SK텔레콤이 3.7~4.0㎓ 대역에서 추가 할당을 요청하자, 다른 회사들은 특정기업에 특혜가 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아예 3.7~4.0㎓ 대역을 공동망으로 구축하자는 의견까지 내놨다. 

이로 인해 이통3사의 6G 마케팅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하다. 5G 경쟁력 약화라는 세간의 비판에 대해 차세대 통신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명분을 쌓고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공교롭게도 과기정통부의 5G 주파수 할당조건 이행 점검 결과 발표를 전후해 통신 기술 관련 자료를 냈다. SK텔레콤은 NTT도코모와 5G에볼루션과 6G 기술 연구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고, LG유플러스는 차세대 안테나 기술인 재구성 가능한 지능형 표면(RIS) 기술을 실증해 전파방송기술대상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고 전했다. KT는 RIS 개발과 검증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통신사들이 5G 덕분에 안정적 수익 기반을 강화했는데도 투자에 유독 인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제대로 된 5G 구현이 고객 가치를 제고하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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