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인뱅’ 친숙한 Z세대…시중은행 ‘잠재고객 유치’에 사활

재미‧트렌드로 승부수, ‘금융놀이터’ 플랫폼‧서비스 속속 공개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MZ세대에 대한 금융권의 러브콜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주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이른바 ‘Z세대’로 분류되는 10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유행에 민감하면서도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10대 고객을 선점해 미래 고객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상당수 10대 고객들이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 등 플랫폼 기반 금융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강하다는 점에서 이들을 유입시키기 위한 시중 은행권의 소위 ‘놀이터’ 전략도 업계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10대 고객, 소위 ‘Z세대’를 미래 고객으로 선점하기 위한 플랫폼 경쟁에 돌입했다. 기존 금융 플랫폼 고도화, 원앱 또는 슈퍼앱 전략 등과는 별개로 Z세대만을 위한 별도의 플랫폼 및 서비스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시중은행들이 Z세대 고객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이들이 가진 소비력과 특성 때문이다. 우리금융연구소가 발표한 ‘MZ세대가 주도하는 금융업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는 오는 2030년 생산연령인구(15~64세)의 약 60%를 차지하며 경제활동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고객’ Z세대를 잡아라

Z세대에는 청소년 뿐 아니라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연령대도 포함돼있다. 부모님, 또는 보호자의 도움 없이는 독립적인 금융활동이 어려운 청소년들과 달리, 성인은 본인이 주도적으로 금융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제공: 케이뱅크, 카카오
제공: 케이뱅크, 카카오

처음 금융 생활을 시작하는 Z세대를 시중은행으로 유입시킬 수 있다면, 충분히 미래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은행업계의 생각이다.

문제는 Z세대 고객 중 상당수가 전통적인 은행보다는 핀테크 플랫폼을 보다 친숙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하나금융연구소가 공개한 ‘빅테크와 은행의 협업 확대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MZ세대 10명 중 8명은 카카오뱅크·네이버페이 등 빅테크를 중요 금융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다.

MZ 세대 중 약 44%가 카카오뱅크, 38%가 네이버페이를 중요 금융기관으로 선택한 반면, 시중은행은 37%를 기록하며 3위에 머물렀다.

물론, MZ세대 사이에서도 주거래은행은 여전히 시중은행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빅테크와 중복사용 비율이 높아 향후 빅테크의 이용 비중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현재 카카오뱅크와 시중은행을 함께 이용하는 MZ세대 중 약 16%는 향후 주거래은행을 카카오뱅크로 전환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중은행 업계는 Z세대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소위 ‘금융놀이터’ 플랫폼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본적은 금융 거래뿐 아니라 10대들의 소비패턴에 부합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재미 요소를 탑재해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미 플랫폼 기반으로 성장한 핀테크 및 인뱅과 경쟁하기 위해선 이들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플랫폼 구성과 콘텐츠가 필요하다”며 “최근 시중은행의 플랫폼들은 그간 쌓아온 금융 노하우와 재미 요소를 결합한 일종의 ‘금융놀이터’를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의 Z세대 전용 플랫폼 '리브 넥스트'. 사진.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의 Z세대 전용 플랫폼 '리브 넥스트'. 사진. KB국민은행.

Z세대 맞춤형 펀 플랫폼 ‘눈길’

실제로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Z세대에 특화된 금융 플랫폼 및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단순히 연령대에 맞춘 금융상품, 사용자경험(UX) 특화에서 벗어나 기존 플랫폼의 틀에서 탈피하는 전략으로 Z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우선 최근 KB국민은행이 Z세대를 타깃으로 출시한 금융 플랫폼 ‘리브 Next(이하 리브넥스트)’는 ▲N(No 신분증‧계좌‧수수료) ▲EX(Easy & eXciting) ▲T(True‧찐(眞) 금융)를 키워드로 꺼내 들었다.

10대들의 소비패턴을 반영해 신분증이 없는 10대 고객도 개설 가능한 만 14세에서 18세 전용 선불전자지급 수단인 ‘리브포켓’을 제공된다. 본인 명의 휴대폰 인증을 통해 10대 고객이 직접 개설할 수 있으며 고유번호가 부여돼 계좌 없이도 금융 거래가 가능하다.

또 송금 즐겨찾기 위젯을 통해 더욱 간편한 송금 서비스가 제공된다. 자주 송금을 보내는 수신인을 선택해 휴대폰의 위젯에 설정해두면 앱을 찾지 않아도 한 번의 터치로 간편하게 송금 메뉴로 진입이 가능하다.

일명 ‘다꾸(다이어리꾸미기)’ 감성에 익숙한 Z세대 고객의 취향을 반영한 스티커 리워드와 머니다이어리(용돈기입장)도 눈에 띄는 재미 콘텐츠다. 스티커 리워드는 리브넥스트 안에서 금융 활동에 대한 보상으로 제공된다. 10대 고객은 스티커를 활용해 머니다이어리를 꾸미고, 일정 개수를 모아 이벤트로 제공하는 실물 상품 쿠폰으로 교환도 할 수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향후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새로운 트렌드를 접목해 리브넥스트의 서비스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도 부모(X세대)와 자녀(Z세대)가 같이 즐기는 페어-앱(Pair-App) 기반 플랫폼 ‘아이부자 앱)’을 서비스 중이다. 이를 통해 Z세대인 자녀 회원은 ▲모으기(용돈·알바·저축) ▲쓰기(결제·송금·ATM출금) ▲불리기(주식투자 체험) ▲나누기(기부) 등 금융 기능과 ▲부자 MBTI ▲투자 이상형 ▲경제상식퀴즈 등의 금융역량 개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하나은행의 아이부자 앱 화면. 사진. 하나은행.
하나은행의 아이부자 앱 화면. 사진. 하나은행.

특히, 플랫폼 내에서 자녀가 원할 경우 부모가 직접 주식을 매입 또는 매도할 수도 있다. Z세대 회원은 자신의 의지로 구매한 주식의 수익 여부를 부모 회원 계좌를 통해 확인하며 색다른 투자 경험도 가능하다.

이 밖에 주요 시중은행들도 재미와 유행에 민감한 Z세대에 특화된 금융서비스를 준비 중이거나, 이와 관련한 플랫폼 고도화도 시도하고 있다. 향후 이러한 노력은 은행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미 카카오뱅크의 경우 ‘카카오미니(Mini)’라는 이름의 10대 전용 플랫폼을 운영하며 Z세대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며 “이미 핀테크가 한발 앞서 나간 상황에서 이를 추격하기 위한 은행업계의 행보 역시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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