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누락된 산재발생보고만 40여건..... 과태료만 '3억7000여만원'

일부 삼성전자 근로자... 산재 신청시효 넘어가고 보상도 받지 못해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 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 삼성전자 뉴스룸

[미디어SR 박민석 기자] 삼성전자가 대기업 가운데 이례적으로 산업재해 발생보고(이하 산재발생보고 의무)를 누락해 3억원 이상의 과태료를 납부한 것으로 나타나 근로자 보호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8일 미디어SR에 "주로 50인이하 소규모 기업에서 '산업재해 발생보고 제도'를 몰라 보고를 누락하는 경우는 많지만,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에서 산재보고를 누락한 경우는 드문편"이라고 말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7일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소속 조합원 7명이 근로복지공단 광산지사에 산업재해 보상을 신청했다. 

이날 노조가 집단으로 산재를 신청한 것은 처음이라 세간을 주목을 받았다. 노조는 해당 조합원들이 에어컨·세탁기·냉장고 생산라인과 콤프레서 라인에서 근무하면서, 반복적인 중량물 취급과 조립 작업 등으로 목과 어깨, 허리, 손목 등에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해 광주사업장 생산직 노동자 53명의 산재 피해 여부를 조사해 회사의 산재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조사에 참여한 노동자 중 29명은 일터에서 다쳐 3일 이상 병원 치료를 받았다.

삼성전자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중 대다수는 산재소멸시효가 만료돼서 이제는 산재 신청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이들은 사측으로부터 보상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번에 산업재해 신청한 7명의 노조원들은 비교적 최근에 발생한 '업무상 재해'와 관련된 사고이며, 지난해 조사를 통해 드러난 사례와는 별개 건"이라며, "사내 산재 신청을 하지 않는 문화가 고착돼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근로자 보상 뿐 아니라 산재 보고 의무도 저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는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재해가 발생하거나 3일 이상 휴업이 필요한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 관할지방고용노동관서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일부 산재보고를 누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의 현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5년 이후 광주사업장에서 산재 발생 보고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40여건 확인돼 총 3억779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다. 

삼성전자측에서는 "실무자가 (산업재해 발생 보고제도)를 제대로 숙지 못해 발생한 사건"이라며, "앞으로 철저히 의무를 다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실무자의 단순한 행정상 실수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많다. 

먼저 과태료까지 존재하는 규정을 실무자가 거의 5년간 몰랐다는 사실은 국내 자산총액 1위인 기업에서 일어날 일로는 여겨지지 않는다.

또한 삼성은 2016년부터 이사회 산하에 노동인권, 안전 등 비재무 리스크를 중요 현안으로 논의하는 CSR리스크관리협의회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산업재해를 은폐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보고를 누락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산재보고를 한 사업주들은 산재 공식통계에 집계될뿐 아니라, 재발방지대책을 담은 산업재해조사표를 고용부에 제출해야 한다. 

산재보고 사업체, 용역사 선정시 패널티·브랜드 이미지 타격 우려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의 산재보고 누락 이유에 대해 용역 패널티 우려와 이미지 타격을 주 요인으로 꼽는다.

실제로 정부는 발주한 사업 용역업체 선정 시, 산재 발생률 등 안전 관련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또 다른 이유로는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사업부문 산업재해로 이미 대외적 이미지에 많은 타격을 입은 상황이어서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염려해 산재 보고를 꺼리는 것으로 관측된다.

김경락 대상노무법인 노무사는 미디어SR에 "특히 삼성의 반도체 산업은 이미 산재로 언론에 많이 노출됐고, 이미지에 많은 타격을 받은 상황"이라며 "산재신청이나 보고를 꺼리는 이유는 삼성이라는 브랜드 이미지 때문 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이미지 개선 및 타 기업들의 모범이 되기 위해서라도 솔선수범해 산업재해보고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노무사는 "삼성전자 뿐 아니라 일부 국가사업 조달에 참가하는 기업들의 경우 피재근로자(산재를 당한 근로자)와 합의해 산재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삼성전자가 산재보고 및 피재근로자를 위한 보상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타기업의 본보기가 될수 있을 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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