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간 경영권 승계’ 원칙 유지…잡음 없는 이양

기민한 대응·유연한 조직 강조…변화 가속도 전망

9개 계열사 수장 교체…세대교체 통한 역량 강화

역대 최대 규모인 47명 승진…미래 준비에 무게

구자은 신임 LS그룹 회장. 사진. LS그룹,
구자은 신임 LS그룹 회장. 사진. LS그룹,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이 LS그룹의 수장에 오른다. 현재 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자열 회장은 경영권을 물려준 뒤 자문역을 맡을 예정이다. 

총수 교체로 3기에 접어든 LS그룹은 미래 준비에 역점을 둘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승진을 단행, 세대교체와 변화를 모색했다. 

LS그룹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구자은 회장을 신임 그룹 회장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1월 구자열 현 LS그룹 회장이 공식 취임한 지 만 9년 만이다. 구자열 회장은 연말까지 그룹을 이끈 뒤, 사촌 동생인 구자은 신임 회장에게 넘겨준다. 구자열 회장은 ㈜LS 이사회 의장으로서 해외 사업과 신사업 발굴 등을 측면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총수 교체가 이목을 끄는 데에는 창업 1세대가 세운 ‘사촌 공동경영’ 원칙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고(故)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과 고(故) 구평회 E1 명예회장, 고(故)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이 2003년 LG그룹의 전선·금속 부문을 분리해 LS그룹을 세웠다. 이후 세 사람은 그룹을 운영하면서 각자의 장자가 돌아가며 회장직을 승계하기로 결정했다. 

2세들이 경영을 맡은 뒤에도 이 원칙은 지켜졌다.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자인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은 2004년 그룹 회장을 맡아 2013년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자이자 사촌 동생인 구자열 회장에게 총수직을 물려줬다. 구자열 회장은 이번에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외아들인 구자은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줬다. 경영권 다툼이 잦은 재계에서 잡음 없이 이양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구자은 회장은 재계에서는 보기 드문 이력을 소유자로 꼽힌다. 오너가 일원은 최소 관리자급을 맡는 관행과 달리 LG정유(현 GS칼텍스)에 사원으로 입사했다. LG전자,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 LS-니꼬동제련, LS전선, LS엠트론 등을 거치며 정유·전자·상사·기계 등 여러 사업을 넘나들며 국내외 현장을 경험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2019년부터는 지주사 내 미래혁신단을 이끌며 그룹의 미래 전략을 짜는 데 힘을 보탰다. 대표적인 게 애자일 경영이다. 애자일 경영은 IT기업의 조직 운영법으로, 조직의 유연성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급변하는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함으로써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부각되고 세계 각 국의 친환경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LS그룹도 변화가 불가피했다. 이에 애자일 경영을 도입, 계열사별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체질 개선을 꾀했다. 

LS전선의 배전사업 판매·유통 온라인 플랫폼인 원픽, LS일렉트릭의 스마트 배전 솔루션 개발, LS일렉트릭의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인 테크스퀘어, LS엠트론의 아이트랙터 서비스 등이 구자은 회장의 작품이다. 덕분에 굴뚝기업의 이미지가 강했던 LS그룹은 종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이처럼 구자은 회장이 그룹 내에서 맡았던 역할을 고려해보면 LS그룹은 향후 더 기민하고 유연한 조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구자은 회장은 지난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함께 변화를 만들어 가자”고 강조하며 혁신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때문에 다양한 IT기술의 활용, 친환경 에너지 분야 신사업 발굴 등에서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LS그룹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갖춘 젊은 경영자이기 때문에 그룹 내에서 구자은 회장을 향한 기대가 상당하다”며 “‘에너지 대전환’ 시대에 맞는 사업 전략을 제시해 LS의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총수 교체에 맞춰 계열사 주요 경영진에도 변화를 줬다. ㈜LS를 비롯한 9개 계열사 수장이 교체됐다. 

명노현 LS전선 사장은 그룹 지주사인 ㈜LS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다. 명 사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에서도 해상풍력, 전기차 부품 등 사업을 이끌며 해외에서 성과를 거뒀다. 이에 향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같은 대외 환경 변화에도 그룹의 성장 동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조직 역량을 강화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김종우 전 농심 켈로그 대표는 LS일렉트릭 글로벌·SE(스마트에너지)·CIC(사내 독립기업) 조직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됐다. 신재호 LS엠트론 부사장은 LS엠트론 CEO로 선임됐다.

이 밖에 47명의 승진자가 탄생했다. 사업 전략이나 연구개발(R&D), 국내외 영업 전문가 등을 두루 발탁해 중장기적 경쟁력을 보완하는 데에도 힘을 실었다. 

한편, 이번 인사를 통해 3세 경영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구자은 회장이 2세의 마지막 주자인 데다 구본규 LS엠트론 부사장이 LS전선 CEO을 맡았기 때문이다. LS전선은 그룹의 모태로 이 곳의 수장을 맡았다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또 고(故) 구자철 예스코 회장의 아들인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상무도 전무로 승진했다.

앞서 구자열 회장의 장남인 구동휘 전무가 E1 대표로 선임되고 고(故)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인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대표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3세들이 전진 배치됐다. 현재 LS가 3세 중에서는 장손인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를 제외하고,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사장, 구본규 LS전선 신임 CEO, 구동휘 E1 전무,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전무 등 4명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번 인사로 4명 모두 중책을 맡게 됐다. 3세 경영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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