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코스코어’ 연내 도입…통신비 연체 없으면 금융 실적이 저조해도 가입

렌털사업, 안정적 수익+가전 판매 도움…계정 증가세 둔화에 ‘수요 영끌’

LG전자가 연내 렌털 서비스에 텔코스코어를 도입한다. 금융거래 실적이 저조해도 통신요금만 연체 없이 납부했다면 이를 신용평가에 반영해 렌털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사진은 LG전자 모델들이 텔코스코어를 홍보하는 모습. 사진. LG전자
LG전자가 연내 렌털 서비스에 텔코스코어를 도입한다. 금융거래 실적이 저조해도 통신요금만 연체 없이 납부했다면 이를 신용평가에 반영해 렌털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사진은 LG전자 모델들이 텔코스코어를 홍보하는 모습. 사진. LG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LG전자가 ‘알짜배기’ 가전 렌털사업 확대를 노리고 있다. 기존 금융권 기준과는 다른 신용평가 방식을 도입키로 했다. 통신요금만 매월 꼬박꼬박 납부했다면 렌털 서비스 가입이 가능하다. 가입 문턱을 낮춰 계정 수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올해 안으로 자사 렌털 서비스인 케어솔루션에 비금융정보 기반 신용평가모형인 텔코스코어를 도입한다고 1일 밝혔다.

텔코스코어는 LG유플러스의 통신 빅데이터와 나이스평가정보의 금융 신용평가 모델을 결합한 방식이다. 금융권 실적정보만으로 신용을 평가하는 기존 평가모델과 달리 '소비자가 일상 속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휴대전화’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 휴대전화 개통 대수는 이미 2010년 4900만대를 넘기며 100%를 돌파했다. 스마트폰 보급률도 95%에 이른다. 특히 60대 이상 노년층의 스마트폰 사용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8년 기준 60대 이상은 80.3%, 70대 이상은 37.8%였다. 

LG전자는 통신비 납부 실적, 통신활동 기간, 휴대전화 소액결제 등을 기반으로도 신용도를 확인하기로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일정 소득이 있어야 하고, 6개월 이상 꾸준히 거래하는 등 기존 금융사 신용평가에 부합되지 않으면 가입이 제한되기도 했다”며 “실수요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전업계에서 처음으로 통신비를 신용평가 기준으로 삼을 만큼, 렌털사업은 LG전자 내에서 알짜배기로 자리 잡았다. 

LG전자는 2009년 렌털사업에 진출한 이후 매년 급성장을 거듭해왔다. 사업시작 6년 만에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더니, 최근 5년 동안은 연평균 50%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2016년 1134억원에서 2017년 1605억원, 2018년 2924억원, 2019년 4398억원, 2020년 5910억원으로 매출이 수직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며 집콕족이 늘어나자, 렌털사업도 탄력 받았다. 2019년 14.4%였던 LG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6.8%로 증가했다. 

상승세는 올해에도 이어졌다. 상반기 렌털 매출은 3040억29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2711억2300만원)와 비교해 12.1% 늘어난 셈이다. 이와 관련, LG전자는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1분기 렌털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30% 성장했다. 두 자릿 수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성을 계속 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도 LG전자의 렌털사업 매출이 7000억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6000억 원에 육박했던 케어솔루션 매출액은 올해부터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등의 수요 증가로 외형 신장세가 더욱 가파를 것”이라며 “정수기와 비데, 안마기 등 특정 분야에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경쟁사들 대비 성장 잠재력은 더욱 클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렌털사업은 앞으로가 기대되는 분야다.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가전을 구입하기 보다는 ‘경험’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더욱이 주 소비층으로 성장한 MZ세대는 ‘가성비’를 중요시 한다. 위생·건강 관리, 생활의 편의를 위해서는 구입해봄 직하지만 감가상각이나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필요한 가전만 빌려 쓰는 것도 방법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실제 국내 렌털 시장은 꾸준히 규모를 키우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24조5000억원이던 시장은 지난해 40조1000억원으로 커졌다. 이 가운데 개인·가정용품 렌탈 시장 규모는 약 10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 이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약 52%가 렌털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추산된다”며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가구가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업체 입장에서도 렌털사업은 길게는 수년 이상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이다. 더욱이 LG전자처럼 생활가전을 주력으로 한다면, 자사의 인지도를 높여 다른 제품군 판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실제 LG전자는 트롬 건조기, 홈브루 수제맥주제조기와 같은 신가전을 렌털 서비스에 포함시켰다. 

다만 LG전자 입장에서는 경쟁사와의 격차를 시급히 늘려야 할 시점이 됐다. 비스포크를 앞세워 생활가전에 힘을 주고 있는 삼성전자가 전문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는 B2B(기업 간 거래) 방식으로 렌털사업에 발을 들여놨다. 

게다가 렌털 경쟁사인 SK매직이 삼성전자의 생활가전 렌털서비스를 시작하며 가입자를 늘리고 있다. 렌털 제품 대수를 가늠할 수 있는 렌털 계정 수를 보면, LG전자와 SK매직의 차이는 크지 않다. 상반기 국내 렌털 계정은 1590만개로, LG전자가 280만개, SK매직이 210만개다. 

무엇보다 계정 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2019년 렌털 계정이 200만개를 넘긴 이후 1년 사이 60만개의 계정을 늘린 데 반해 올해 들어서는 20만개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때문에 LG전자는 렌털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말 렌탈케어링 사업 담당을 사업센터로 격상시켰고, 올해 초 렌털 제품 관리를 전담하는 자회사 ‘하이케어솔루션’을 설립했다. 또 제품 구매부터 케어까지 확인할 수 있는 고객서비스 ‘원뷰’와 하이케어솔루션 시스템을 연동했다.

결국 LG전자가 새로운 신용평가 방식을 도입한 것은 ‘숨은 수요’를 끌어내 2위 자리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텔코스코어가 도입되면 사회초년생이나 대학생, 노년층 등의 가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SK텔레콤·KT 이용자에게도 같은 평가방식을 적용하기로 한 만큼, 가입자 확대 효과가 배가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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