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영 디자인 기자
김민영 디자인 기자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지난달 무려 26년 만에 연임에 성공하면서 산업은행 역사에 묵직한 존재감을 남겼다. 68세 고령에도 우직한 추진력으로 산적한 과제를 차례로 해결하는 저력을 선보였다. 이 회장의 두 번째 임기는 2023년 9월 10일까지로, 이미 공식 석상에서 "충분히 피곤하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지만 3년 더 굳건히 달려야 한다.

이동걸 회장은 첫 번째 임기 3년간 산업은행이 안고 있던 기업 구조조정 난제들을 성공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년 동안 미뤄져 왔던 금호타이어,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한국GM 등에 대한 구조조정을 순조롭게 해결했기 때문이다.

특히 '원칙주의자'라는 별명답게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강단있게 대응해 기업에 끌려다니던 모양새를 바로잡은 것이 대표적인 업적으로 꼽힌다. 

또한 산업은행을 부실기업 구조조정 업무에서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투자은행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체질 개선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동걸 회장은 첫 임기 마지막 날 혁신기업을 방문하는 등 혁신성장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그는 차세대 유니콘 기업 등 혁신기업 육성을 위해 산은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소신을 굽힌 적이 없다.  

한편 연임 후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산적해 있다. 우선 무엇보다 최근 매각이 무산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에 주력해야 하며, 경영 위기에 처한 쌍용차 회생 문제도 시급히 처리해야 할 주요 과제다. 여기에 지연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KDB생명 매각 작업도 새 임기 중 마무리 지어야 한다.

또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20조원 규모의 정책형 뉴딜 펀드 관리의 실무를 산은이 주관하게 됨에 따라 이 회장은 금명간 펀드 조성에 본격적으로 착수해야 할 상황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이동걸 회장의 연임으로 앞으로도 한국판 뉴딜 정책 뒷받침, 주요 기업구조조정 현안 해결, 혁신성장 생태계 활성화 지원 등 그동안 추진해 온 정책금융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강한 추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 

한편 1953년생인 이동걸 회장은 경기고등학교,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예일대에서 금융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 한국금융연구원장, 한림대·동국대 교수 등을 역임하다 산업은행 회장에 올랐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진보 성향 경제학자로 역대 세 번째 민간 출신 금감원 수장이다. 학계에 있을 당시 금융계 개혁에 관해 지속해서 목소리를 내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융위원장 직속 금융행정인사혁신위 위원장,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 등을 지내는 등 현 정부의 금융개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사로 분류돼 왔다.

이동걸 회장과는 경기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동문이며 함께 저서를 펴내는 등 진보학자로 만나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걸 회장이 5살 아래다. 이 회장, 윤 원장이 2016년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등 진보학자들과 공동으로 펴낸 '비정상경제회담'은 현 정권 출범 후 '금융 바이블'로 꼽히고 있다. 

이렇듯 이 회장과 윤 원장은 오랫동안 금융정책을 함께 연구하며 방향성을 공유해왔다. 하지만 최근 키코(KIKO) 배상과 관련해 이 회장이 금감원의 배상 요구를 거절하면서 견해차를 보이기도 했다. 산업은행이 금감원의 키코 배상 요구를 가장 먼저 거절한 일화는 이 회장의 강직한 원칙주의자적 면모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윤 원장은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산타클라라대, 노스웨스턴대에서 각각 경영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재무학회 회장, 금융학회 회장 등 국내 경제학계를 종횡무진으로 활동했으며 한림대학교 재무금융학과,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등 학계에도 오래 몸담았다.

정재욱 

KDB생명보험 대표이사 사장. 미국 조지아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금융보험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 부연구위원,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등을 거친 보험 전문가다.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를 역임하다 KDB생명의 경영 정상화를 이룰 적임자로서 이동걸 회장에 의해 영입됐다. 이 회장과는 금융연구원에서 이 회장이 선임연구위원이던 당시 인연을 맺었으며, 함께 논문과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정재욱 사장은 순손실을 내는 등 경영난을 겪던 KDB생명의 구원투수로 등판해 취임 첫해인 2018년 연간 순이익을 흑자로 전환하며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이 회장은 "KDB생명의 경영 정상화 기간을 2년으로 예상했는데 정재욱 사장 취임 후 예상보다 빠르게 정상화됐다"고 말한 바 있다. 

정재욱 사장은 막바지에 도달한 KDB생명의 매각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KDB생명은 앞서 세 번의 매각 시도를 모두 실패하고 최근 우선협상대상자로 JC파트너스를 선정해 후속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 모집에 난항을 겪으며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계속 불발되면서 매각 무산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JC파트너스가 지난 8월 신승현 전 데일리금융 대표를 신임 각자대표로 내정해 정재욱 사장은 매각 후 사장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하성

현 주중(駐中)대사. 문재인 정권 초대 정책실장을 맡은 경제 브레인이다. 현 정권에서 일명 '경기고 인맥'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로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 이동걸 회장 등과 경기고 동문이다. 

2017년 장하성 대사가 정책실장에 임명되고 얼마 안 있어 이 회장이 산업은행 회장에 내정되자, '장하성 라인'이 부각되기도 했다. 금감원장과 산업은행 회장 인선까지 당시 장 실장이 주도한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돌았다. 장 대사의 경기고 인맥에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민유성 전 산업은행 회장 등도 포함돼 있다. 

장 대사는 김상조 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참여연대에서 소액주주운동을 통해 재벌 개혁과 기업 지배구조 개편 등에 힘써온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러한 철학이 이 회장의 소신과도 맞닿아 있어 관가에서는 오래전부터 두 사람의 관계에 주목해 왔다. 실제로 이 회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전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초대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에 장하성 대사를 추천하기도 했다.

한편 장 대사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이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 한국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장. 이동걸 회장과 경기고등학교 동문이며, 한금연에서도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이 회장이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5대 금융연구원장을 지내던 당시 손 원장은 2008년까지 부원장으로서 이 회장과 손발을 맞췄다.

2018년 9대 원장으로 취임한 손 원장은 1995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한금연에 첫발을 디뎌 20여년 이상 연구원의 역사를 지켜봐 온 산증인이다. 2008년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당시 금융연구원장이던 이 회장과 함께 일하며 친분을 쌓았다.

이 회장이 산업은행 회장에 오르고 손 원장이 원장이 된 이후에도 한금연은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거나 학회에서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등 이 회장의 행보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손 원장은 경기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산업연구원 산업금융팀장,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경영평가위원,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재정금융위원 등의 자리를 거쳤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거친 개혁성향 진보학자로 공정거래위원장을 역임한 후 지난해 정책실장에 발탁됐다. 김대중 정부 시절 노사정위원회, 재정경제원 금융산업발전심의회 등에 몸담으며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상조 실장은 이동걸 회장과 오랜 시간 진보성향의 학문적 교류를 나누면서 인연을 맺었다. 특히 박근혜 정권 당시 이 회장과 김상조 실장(당시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은 한림대 정치경영연구소에서 박 정권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함께 싸우기도 해, 비슷한 철학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김 실장은 이동걸 회장과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동문이다.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박사 학위를 따고 한성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참여연대·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재벌 개혁을 외치며 두각을 드러냈고, 공직에 들어선 후에는 재벌 지배구조 개선과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근절 등에 힘써왔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SPA 계약을 맺었으나, 올해 갑작스레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인수 절차를 미뤄오다 결국 인수 거절 의사를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이동걸 회장이 이룬 핵심 업적이었으므로 이 회장은 최대한 첫 번째 임기 내에 매각을 마무리하는 데 주력해 왔다. 하지만 정 회장이 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황이 더욱 악화하자 거듭 재실사를 요구하면서 매각 일정은 무기한 연기됐다. 

이 회장은 HDC 측에 직접 만나서 협의하자고 여러 차례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지난 8월 말 이 회장과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담판을 짓기 위한 세 번째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HDC 측에 인수 대금을 1조원 이상 낮춰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파격적인 양보 조건 등 이 회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HDC 측이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인수 거절 의사를 밝히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에 이 회장은 두 번째 임기 시작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 후 재매각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산은 측은 매각 무산 후 곧바로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투입해 유동성 지원에 나섰다.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산은의 비금융 계열사로 편입한 후 경영 정상화를 거쳐 이른 시일 내 다시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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