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미디어SR 권혁주 기자]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최근 월간활성이용자(MAU) 1000만명을 돌파했다. 2015년 7월 김재현 공동대표와 정창훈 CTO와 함께 서비스를 시작한지 5년만이다.

당근마켓은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뜻이다. 당근 처럼 건강에 좋다는 메시지도 담았다고 한다. 당근 마켓에서는 최대 6㎞ 내의 이용자끼리만 거래할 수 있다. 이용자는 자신의 주소를 휴대전화로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다.

덕분에 거래 대부분은 가까운 거리에 사는 사람들끼리 만나 대면으로 이뤄진다. 당근마켓은 코로나19도 개의치 않는다. 물품을 직접 보고 거래하니, 거래 신뢰성이 높아졌다. 허위 및 사기 매물에 대한 부담은 자연스레 없어졌다.

거래 상대를 직접 만나고 나면 상대방에 대한 평가도 가능하다. 당근마켓은 거래성사 후 당사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이용자 매너 평가, 거래 평가, 느낌신고 등 다양한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판매자의 신뢰도를 ‘거래 매너 온도’로 수치화해 매물정보와 함께 노출한다.

‘신뢰성있는 지역 중고거래’ 앱으로 자리잡은 당근마켓은 올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19 확산으로 소비가 침체되자 중고거래 시장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앱 이용자는 2020년 1월 약 500만명에서 약 7개월만에 1000만명을 돌파했다. 당근마켓은 현재 거래 플랫폼이 아닌 생활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정착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김재현 대표

김재현 대표는 2007년 네이버에 개발자로 입사해 검색 관리 시스템을 담당했다. 2010년, 스마트폰 보급 초기 김재현 대표는 네이버를 퇴사하고 공동 창업자들과 함께 모바일 앱 개발사 씽크리얼즈를 창업한다.

재직중에 개발한 앱 ‘포켓스타일’이 시장에서 가능성을 보이자 본격적인 사업에 나선 것이다. ‘포켓스타일’은 온라인 의류 쇼핑몰들을 한 데 모아 이용자께 관련 정보를 한 눈에 전해주는 서비스다.

씽크리얼즈는 이후 소셜커머스의 상품들과 할인 정보를 모아서 보여주는 ‘쿠폰모아’를 내놓아 성공을 거뒀다. 2년 동안 운영된 씽크리얼스는 연 매출액 15억 원을 기록했으며, 이후 카카오와 인수합병되게 된다.

기업인수합병으로 카카오 소속된 김재현 대표는 당근마켓의 공동 창업자 김용현 대표 함께 일하게 된다.

김용현 대표

김용현 대표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후 삼성물산을 거쳐 네이버, 카카오에서 기획자로 경력을 쌓았다. 기획자로서 ‘지식인’, ‘플러스친구’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김 대표는 카카오 재직 당시 김재현 대표와 함께 지역 맛집 추천 앱 ‘카카오플레이스’를 출시한다.

하지만 카카오플레이스는 출시 수 개월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김 대표는 앱 이용자들의 방문 빈도가 낮고 체류 시간이 짧은 것이 문제였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대신 카카오 사내 중고거래 시스템에서 지역 기반 서비스의 가능성을 보았다. 맛집추천 앱은 이용자들이 필요한 순간에만 사용하는데, 중고거래 게시판은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차례 방문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렇게 김용현 대표는 카카오를 퇴사하고 2015년 7월, 당근마켓의 전신 ‘판교장터’를 만든다. 직거래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는 기업이 밀집해 있는 판교 회사원들 사이에서 점차 화제가 됐다. 판교장터는 곧 용인 수지, 화성 동탄, 서울 일부 지역 등지에서 이용할 수 있는 ‘당신근처의마켓’이 됐다.

당근마켓은 작년부터 해외진출에도 나섰다. 영국에서는 캐롯마켓이라는 회사명을 사용했다. 당근이 영어로 carrot(캐롯)인 만큼 그대로 가져다쓴 것이다. 영어현지 시장 공략을 위해 앱 디자인을 변경하고, 거래 범위도 늘렸다.

통상 한국보다 다른 나라의 인구 밀도가 더 낮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국에 처음으로 진출한 캐롯마켓은 이후 맨체스터·사우스햄튼·버밍험·리버풀·셰필드 등 5개 지역에서 8만명의 월간 순 이용자 수를 보유하게 됐다.

정창훈 CTO

정창훈 당근마켓 공동창업자이자 CTO(최고기술경영자)로서 지역기반 서비스 전문가다. 정창훈 CTO는 2008년 네이버에 입사해 지역 검색 데이터 관리 시스템 개발, 지역업체 정보 데이터 API 개발, 지역업체 신용카드 혜택 API 개발 등 다양한 지역 기반 프로젝트를 경험했다.

인기 앱의 개발자로서 바쁜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사용자가 몰려 급격히 늘어난 트래픽에 대응해야 하고, 또 늘어난 이용자를 겨냥한 신규 서비스도 수시로 개발해야 한다.

먼저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나면 사용자 인증, 지역 이미지 업로드 등 기존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한 예로 당근마켓 개발자는 지난해 이용자들이 주고받는 채팅, 메시지의 데이터가 전체 데이터베이스의 1/3로 늘어나자 채팅서버를 분리해야만 했다.

개발자들은 동시에 당근마켓이 생활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기술적으로 구현해야 한다. 지역광고, 소상공인 정보 등록, 재난지원금 관련 서비스 등이다.

당근마켓 초기에 능력있는 개발자들이 줄줄이 합류한데는 정창훈 CTO의 경험과 인맥이 큰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다. 

일의 기쁨과 슬픔

‘일의 기쁨과 슬픔’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한 정류진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단편 ‘일의 기쁨과 슬픔’에는 앱을 통해 중고 물품을 직거래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당근마켓(소설 속 우동마켓)이다. 이 소설은 문장이 구체적이고, 사건이 현실적이어서 술술 읽힌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중고장터에 좋은 물건을 너무도 저렴한 가격에 올려놓은 닉네임 ‘거북이알’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이에 따라 각자의 사연이 소개된다. SNS를 즐기는 대기업 CEO, 영어이름을 쓰면서도 수직적인 직장문화, 조용히 갑질 당하는 직장인의 일상이 담겨있다.

신인문학상 심사자들은 '일의 기쁨과 슬픔'이 당선된 이후 비슷한 경향의 응모작들이 크게 늘어났다고 전했다.

카카오벤처스

카카오의 투자전문자회사 카카오벤처스는 2015년 13억원을 시작으로, 당근마켓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다. 카카오벤처스는 선행기술, 모바일, 게임 분야를 이끄는 IT 스타트업 주로 투자하고 있다.

2019년에는 46개 기업에 408억 원 규모의 신규 및 후속 투자를 진행했다. 투자 대상 기업은 대부분 사업 초기 단계인 스타트업이다. 지금까지 카카오벤처스의 포트폴리오는 170개 이상, 누적 투자금액은 1762억 원에 달한다.

카카오벤처스의 주요 투자성과로는 한국의 당근마켓 외에 2000만 이용자를 달성한 일본 국민 달력 앱 ‘타임트리’, 인도네시아 원룸중개 플랫폼 ‘마미코스’ 등이 있다.

투자 내역 중 주목할만한 부분은 챗소설 플랫폼 ‘채티’, 그룹운동 플랫폼 ‘버핏서울’ ,공유 창고 서비스 ‘다락’, 코리빙서비스 ‘미스터홈즈’, HMR 전문 ‘오픈더테이블’ 등이다.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 19 확산에 따라 달라진 라이프 스타일과 새롭게 부각된 문제 등을 해결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났다는 것도 하나의 트렌트로 자리매김됐다. 

카카오벤처스가 앞으로도 문제 해결을 위한 스타트업을 더 발굴해낼지도 관심사다.

당근이

당근마켓에는 매월 1000만건 이상의 나눔 및 거래 게시글이 올라온다. 대한민국 국민 20%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당근마켓에서 중고 거래를 통해 자원 재사용에 동참하는 셈이다.

실제 거래가 성사된 누적 거래 완료건을 기준으로 전국 단위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계산했을 때 약 19만1782톤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줄였다. 이는 서울 남산 숲 식수 효과의 1400배에 달하는 온실가스 저감 효과와 맞먹는다. 이밖에 당근마켓은 매월 11일 나눔의 날을 진행하고, 환경의날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노트북 한 대를 만드는 과정에서 노트북 무게의 4000배에 달하는 쓰레기가, 의자 를 만들 때도 의자 무게 만큼의 쓰레기가 버려진다고 한다. 또한 중고거래 인기 품목으로 전 지역에서 가장 거래가 활발한 자전거는 자전거 고철 부품의 분해 자체가 어렵고 폐기 처리과정에서 많은 환경오염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근마켓에서는 한 달 평균 의류/잡화 카테고리에는 280만건, 디지털/가전 152만개, 육아용품 141만건, 가구는 88만건 이상 거래 게시글이 올라온다.

김용현 당근마켓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환경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안 쓰는 물건을 나눠 쓰고 재사용하는 중고거래 문화가 하나의 지역 생활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평소 환경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