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 사장 "사업 체질을 개선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기회로 삼아 위기를 극복해 가고 있다"

지난 3월 시운전을 마치고 상업생산에 들어간 울산CLX의 상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 경질유 및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설비). 사진. SK이노베이션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돈 마를 일 없어 보이던 기름집들도 코로나19로 인해 정면 타격을 입으면서 SK이노베이션도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만 전년 동기와 비교해 2조1033억원이 줄었고 전기와 비교해도 1조 8977억원 줄어 들어 적자전환했다.

SK이노베이션은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1조 7752억원으로, 지난해 영업이익 3281억원에서 적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6일 공시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각 정유사마다 1조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보다 약 7700억원 큰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1분기 매출은 11조 163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12.6% 줄었고(1조 6144억원), 직전 분기대비 매출은 5.3% 하락했다(직전 분기 매출 6255억원).

SK이노베이션 창사 이래 최악의 손실인데다 그 규모도 종전 손실의 4배에 이른다. 2014년 4분기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막대한 재고평가손실로 4217억원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런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은 국제유가 급락으로 대규모 재고 관련 손실이 발생한 데다 코로나19로 석유제품 수요가 부진함에 따라 석유사업에서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지난해부터 심각해진 시장상황 악화까지 더해져 3중고로 인해 역대급으로 악화한 실적을 기록했다는 입장이다.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관련 손실만 9418억원에 이르며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상황으로,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휘발유 등 제품 가격이 원유 가격보다 낮아져서 래깅 효과에 따른 영향이 크다”며 “중동에서 비싸게 들여온 원유를 계속 투입해 휘발유로 정제하는 경우 원재료에 비해 낮은 가격에 되팔게 되면서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래깅 효과는 원재료 투입 시차에 따른 영향을 지칭한다. 일반적으로 원유를 구입해 운반하기까지 1~2개월이 걸리는데, 운반 과정에서 유가가 오르게 되면 그만큼 재고이익이 생기고 반대로 유가가 하락하면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유와 휘발유 등 상품 가격이 원유가격보다 낮아지는 역마진 등에 따라 석유사업에서만 1조 636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 또한 유가하락으로 인한 석유제품 판매단가 하락과 수요 위축에 따른 판매 물량 감소로 분기 매출 기준으로 2017년 2분기 10조 5413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으로 2720억원의 영업외손실까지 더해지면서 세전손실은 2조 472억원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SK이노베이션측은 “환차손까지 더하면 4중고에 직면한 최악의 시기에 나온 영업실적”이라면서 “현재와 같은 상황은 1962년 회사가 정유 사업을 시작한 이후 최악의 경영 환경”이라고 밝혔다.

화학사업에서는 전분기보다 제품 마진이 개선됐음에도 납사(나프타) 가격 하락에 따른 재고 손실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971억원 감소한 89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화학사업의 분기 적자는 2015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윤활유사업 영업이익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판매량 감소와 원가 하락에 따른 재고 손실 영향으로 전 분기보다 580억원 줄어든 289억원을 기록했다.

석유개발사업 영업이익은 45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감소에도 불구하고 페루 88, 56 광구 운영 비용과 미국 자산의 감가상각비가 감소했다.

배터리사업은 전분기에 비해 영업손실 폭이 75억원 줄어든 104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완공한 중국과 헝가리 생산 공장을 올해 상반기부터 양산 가동하며 초기 가동비가 발생했지만, 운영 효율화 등을 통해 손실규모를 줄였다.

소재사업은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LiBS) 판매가 늘어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36억원 늘어난 270억원을 올렸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현재 상황에서는 가동률을 줄이고 필수 투자 외에는 투자도 줄이고 유동성 위기가 없도록 현금 흐름을 조절하고 있다”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라고 추후 코로나19로 인한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 사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사상 최악의 경영환경에 놓여 있지만, 사업 체질을 개선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기회로 삼아 위기를 극복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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