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그룹 회장. 제공 : HDC그룹
[미디어SR 이승균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선정되면서 정몽규 회장의 결단이 승자의 저주로 작용할지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한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은 2006년 그룹 자산보다 큰 규모의 대우건설 인수에 6조 4000억원을 베팅하고 이후 금융위기가 터져 대우건설이 어려워지자 3년 뒤 매각했다. 그 과정에서 재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금호타이어, 대한통운 등 알짜배기 회사를 매각해야 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도 과거 대우건설 인수의 여파가 이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것을 두고 승자의 저주가 될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아시아나항공의 덩치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올해 5월 기준 HDC그룹 자산총액은 10조 6000억원이고 아시아나항공 자산 규모는 무려 6조 2000억원에 달한다. 외형적으로는 건설업, 면세점, 호텔에 이어 항공을 아우르는 종합 그룹으로의 변신이지만 사실상 본업이 항공업과 건설업 둘로 나뉘는 셈이다.
 
1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 금호산업 지분 인수에 4000억원, 아시아나항공 재무개선을 위한 신주 발행 등에 2조원이 투입된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산의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며 HDC그룹-HDC현산-아시아나항공의 지배구조로 재편된다. 합병 과정에서 추가적인 손자회사 분리 매각 등이 이뤄진다면 지배구조 정리에는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한 변수도 상당하다. 아시아나항공은 변경된 리스 회계기준(IFRS 16)에 따라 재무상태표에 계약기간 동안 렌트한 자산을 사용할 권리를 나타내는 사용권 자산과 리스 부채를 신규로 반영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모두 리스 비중이 높고 아시아나항공만 하더라도 지난해 말 650%에서 이를 반영하면 900%대로 부채비율이 올라간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리스크가 HDC현대산업개발로 전이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채상욱 연구원은 "(이번 인수로)사실상 HDC현산에 대한 실적추정과 밸류에이션이 큰 의미가 없게 되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과정에서 상각이나 대손 등의 추가적 불확실성으로 존재한다. 주가 역시 이런 불확실성을 반영하여 약세 흐름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발 더 나아가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HDC현대산업개발의 항공사 인수가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보고 있다. 조 연구원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순현금가치가 하락한다. 아시아항공과의 시너지가 있겠지만 크지 않으리라고 보인다. 건설업의 경기 민감도를 낮출 수 있는 산업의 정답이 항공업인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의문이 든다"고 봤다.
 
이어 그는 "인수 이후 신주 발행 규모를 감안할 때 HDC현대산업개발의 연결 재무제표에 아시아나항공이 편입되면 부채비율 상승이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정상화 과정을 거치면서 추가 비용이 없다고 가정하기 어렵다. 구조조정 등 과정에서 예상을 벗어나는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의견을 유지로 하향 조정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합병이 최종 마무리되지 않아 예단하기 어렵지만, 자신과 비등한 산업을 덥석 물어 리스크가 명백히 커진 것은 사실이다. 항공업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HDC그룹의 명운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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