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상급 아이돌 빅뱅의 멤버 승리의 스캔들이 연일 연예계 안팎을 뒤흔들고 있다. 마약, 성매매, 세금 탈루 등 그를 둘러싼 혐의들의 심각성은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승리는 국내 3대 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이다. YG엔터테인먼트는 승리를 둘러싼 논란에 침묵이라는 관례를 빼고 입장을 발표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이에 대한 업계나 대중의 실망감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YG 소속 연예인들의 사건사고들이 유독 많았다. 그때마다 YG의 대처 방식은 안일했다. 최근 몇년 동안은 침묵으로 일관해오기도 했다.

결국 승리 스캔들은 YG 내부의 무너진 사회적 책임 의식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과연 YG는 쏟아지는 비난을 감당하며 이번 스캔들을 무사히 돌파할 수 있을까. [편집자 주]

사례 1. 가수 출신 배우 김정훈은 한 종편채널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하던 중, 전 여자친구로부터 피소됐다. 전 여자친구가 임신을 했고, 이에 김정훈이 임대차보증금과 월세 문제를 해결해주기로 했으나 이를 지불하지 않고 연락두절이 됐다는 사유에서다. 이후 소속사 측에서는 "여자친구가 있는지 몰랐다"는 입장을 발표했고, 프로그램 제작진 측에서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김정훈 본인은 피소 사실이 보도된 지 3일 만에 입을 열었다. 김정훈이 소속사를 통해 내놓은 입장은 "지인을 통해 임신 소식을 들었고, 내 아이로 확인될 경우 양육에 대한 부분을 전적으로 책임지겠다"였다. "이번 일과 관련된 허위 사실은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사례 2.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빗나간 부모들의 교육열과 한국사회 중상류층의 비뚤어진 욕망을 비판한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염정아는 초반 사교육에 열성적인 엄마에서 점차 그 내막에 있는 무서운 비밀을 계기로 아이를 진정으로 위하는 모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환기시키는 캐릭터로 출연했었다. 그러나 그런 캐릭터를 연기한 염정아가 학습지 광고 모델로 출연한 것에 대해 시청자들은 "아이러니하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광고를 찍을 때 불편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다.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연예계를 시끄럽게 만든 실제 사건들이다.

사례1의 김정훈의 경우 출연 중이던 프로그램에서 하차를 한 것은 물론, 빗발치는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정훈에 앞서 몇몇 남자 연예인이 비슷한 문제로 진통을 겪은 사례가 있다. 이미 터져버린 사고까지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소속사 차원에서 그런 입장문을 발표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해결방식에서 아쉬움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대중이 분노한 대목도 그 지점이다. 김정훈은 이제 전 여자친구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비난마저 받고 있다.

사례2 염정아의 경우, 비난보다는 씁쓸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한 네티즌은 "광고 수입이 크고 이를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고는 보지만, 사교육의 폐해를 지적하는 드라마에 출연한 다음 바로 학습지 광고를 찍는 것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결국은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 아닌가 싶다. 부의 유지를 위한 비뚤어진 욕망을 비판한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결국은 부를 쫓게 되는 이들..."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두 사례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쪽도 배우 이미지에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주목받는 대중스타로서 미치는 영향력을 자각하지 못했다.

연예인들을 향한 사회적 책임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 분위기 속에 몇몇 대형 소속사에서는 CSR 전담부서를 만들기도 했다. 주로 봉사활동, 기부 등 사회공헌활동을 소속 연예인들과 매칭 시키는 역할을 하는 부서다. 문제는 봉사활동이나 기부 등으로 좋은 이미지를 덧씌워놓았다 하더라도 해당 연예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소속사가 이에 적절히 대처하는 위기 관리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결국 연예인들의 사회적 책임 문제는 사회공헌활동과 위기 관리 시스템이 동반되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해준다.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 중인 빅뱅의 멤버 승리. 사진. 구혜정 기자

최근 연예계 전반을 뒤흔든 사건의 주인공은 아무래도 YG엔터테인먼트의 승리다. 마약, 성매매, 세금탈루 등 허용 불가능한 심각한 문제들로 얼룩져있다. 사안의 심각성을 의식한 YG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연예인들의 크고 작은 논란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오던 관례를 깨고 직접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속가수들의 개인 사업은 YG와 무관하게 진행되어온 일인지라 YG가 나서서 공식 입장을 발표하기도 참으로 애매한 상황이다"라는 해명도 덧붙였다.

문제는 승리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마포구 서교동 소재 클럽의 실소유주가 양현석 대표라는 문제가 새롭게 제기되면서다. 승리 개인 사업이 YG와 무관하다는 입장이 무색해지는 새로운 국면이다. 이와 관련, YG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

국내 3대 기획사 중 하나인 YG 역시 비영리 재단법인 무주YG재단을 설립해 청소년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이 같은 YG의 사회적 공헌 활동은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한다. 그러나 YG 사회공헌 10주년에 결국 소속 연예인 승리는 경찰출석까지 하게 됐고, 이에 대처하는 YG의 방식은 안일하다. 10년의 사회공헌활동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됐다. 공들여 쌓은 탑을 결국 스스로가 무너뜨린 셈이다.

YG 신사옥 인근 아파트에 내걸린 현수막. 사진. 구혜정 기자

한 가요 기획사 대표에게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어보았다. 이 대표는 "아직은 수익성이 그리 좋지 않아 여력이 생기지는 않지만 조만간 소속 연예인들과 봉사활동이나 기부 활동에 대한 계획을 세울 생각이다"라고 답했다. 대부분의 기획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사회 공헌 활동으로만 연결지어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연예계 흥망성쇠를 보면 이는 부수적인 요소일 뿐이다. 연예인 스스로가 자신의 행위에 사회적 영향력이 있음을 자각하도록 하고, 소속사 차원에서는 리스크 발생 시 관리 능력을 채워넣는 것이 봉사활동이나 기부 기사를 내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물론 타 산업과 달리 결국 유동적인 인간이 곧 상품이 되는 연예계 산업의 특성상 어려운 점은 존재한다. 또 다른 기획사 대표는 "최근 일련의 일들을 보면서 결국 관계자들끼리 내리는 결론은 '참 힘들다'라는 것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사람 속을 속속 알 수가 없고, 안다고 하더라도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에 어떤 것이 적절할 것인지를 미리 예단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또 한 사람을 상품성이 있는 스타라는 위치로 끌어올렸을 때는 오랜 시간 들인 공이 있는데, 한 순간 무너지는 것을 바라보면 안타깝다. 마치 농부가 1년치 농사를 다 망친 심정이랑 비슷할 것 같다"라며 넋두리를 했다. 그는 "결국 방법은 기획사 차원에서 사회적 책임에 대한 방향성을 잘 잡아 일상의 대화 속에서 소속 연예인들을 이끄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교육이라는 방식으로 주입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편안한 대화 속에서 '어떤 자세로 일을 해야 한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를 꾸준히 말해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예방책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YG스캔들과 엔터CSR①] 마약부터 성접대까지...YG 논란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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