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양예원 씨의 폭로로 사진계 내 성폭력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여론은 사진계에서 일어난 성폭력이 아니라 양예원 씨와 정 모 스튜디오 실장의 진실공방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비공개 촬영회' 사건의 핵심이 아니다. 양 씨의 폭로로 드러난 '사진계 내 성폭력'과 이로 인해 피해자가 계속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

사진작가 박재현 루시드포토그라피 대표는, "양예원 씨가 폭로한 비공개 촬영회의 본질은 돈과 명예가 절실한 어린 모델들의 약점을 이용해 교묘한 수법으로 본인들의 성적 욕구 해소에 사용한 성매수와 다름이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압적 분위기 속에서 여성 모델이 소극적으로 촬영에 임하면 10~30명의 남자들이 담배를 뻑뻑 피워대며 연신 욕설을 내뱉는다. 이것은 성폭력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박 대표는 현재 비공개 촬영회 사건을 둘러싼 여론의 문제점을 짚고, 사진계가 보다 활발히 사진계 내 성폭력 고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SR이 그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사진계 내 성폭력 문제가 심각한데 여론은 양예원 씨 폭로의 진실공방에 더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분들이 현재 문제의 포커스를 잘못 맞추고 있고,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양예원 씨 사건의 본질은 돈과 명예가 절실한 어린 모델들의 약점을 이용해 교묘한 수법으로 본인들의 성적 욕구 해소에 사용한 성매수와 다름이 없는 행위라는 것에 있다. 

양예원 씨의 도덕성이나 진실 여부 공방을 따질 필요가 없다. 양예원 씨는 엄연한 피해자다.

양예원 씨의 카톡 진실공방에서 13회 촬영과 5회 촬영이 충돌이 되고 있다. 내가 알기로는, 비공개 촬영들을 진행할 때 처음부터 절대 수위를 높여서 하지 않는다. 양 씨는 13회 중 5회의 과정 동안 성적인 문제들이나 촬영에 함께한 사람들로부터 강압적인 분위기로 압박당하고, 협박당했다고 느꼈을 것이라 추정한다. 총 13회 중 5회가 폭력이 가해진 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 모델이 동의했는데 왜 피해자냐고 묻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게 대중의 가장 잘못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촬영에 동의했다고 해서 본인 몸에 손을 대고 자위기구를 넣는 것까지는 동의하지 않았다. 강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달라고 하지도 않았고, 추행해달라고 한 적도 없다.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 자체가 2차 가해다. 강제적으로 옷을 벗기고 거칠게 제압하고 삽입을 해야만 성폭력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모델이 금전을 목적으로 동의 하에 촬영을 했다고 치자. 그래서 모델들이 당한 그 모든 일들은 그녀들이 당연히 견뎌야 할 일인가? 돈 때문에? 돈을 받았으면 받은 액수만큼 받은 인격을 무시당하고 짓밟히고 성적 학대를 당하고 앞으로도 평생 고통 받아야 하나? 

모델의 표정, 포즈가 좋지 않을 경우 "내가 얼마를 내고 여길 왔는데"라며 인상 쓰고 욕하고 압력을 가하며 셔터를 눌러댄 사람들은 무죄인가?

- 비공개 촬영회와 예술로 인정받는 누드 사진 촬영회의 차이는 무엇인가. 

예술적 시각으로 본 누드촬영은 인체의 신비,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누드 모델을 섭외하는 비공개 누드 촬영회가 있다. 그러나 양예원 씨가 당한 비공개 촬영회는 거의 '비밀촬영회'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이런 것들은 일반인 여성이 주 타겟이고 약자, 여성들이 주 타겟이 된다. 정말 변태적인 촬영을 하는 게 주 목적이다. 여성을 성 상품화하고, 여성을 소비하기 위해 존재하는 문화다. 일반적인 누드 촬영회와 완벽하게 다른. 또 하나의 성매매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 

- 이번 사건을 사진계 미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진계에서 미투 운동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일어날 조짐도 없다. 지금 양예원 씨, 알려진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이야기를 못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개적으로 미투 운동을 진행하려면 어느 정도 피해 사례에 따른 증거들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진이라는 특성상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촬영된 사진 속 피해자가 웃고 있어 법적 증거로 채택되기 어렵다. '너 즐겁게 촬영해놓고 이제 와서 그래? 꽃뱀 아냐?' 라는 말을 듣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본인의 신분이 노출될 것이 가장 두려운 일이다. 2차 가해도 두려울 것이고. 

사진계가 문화예술계 내에서 문제점이 가장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 문제를 일으킨 일부의 사람들 때문에 선량한 사진사들도 계속해서 욕을 먹고 있다. 계속해서 피해 사례가 공개가 되고, 언론인이 계속 관심을 가지면 사진계에서도 미투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정부 차원에서 조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큰 문제는, 계속해서 비공개 촬영회가 일반인 여성들을 모집하고 유도하고 모델의 꿈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를 불문율인 것처럼 이 단계를 거쳐야 네가 유명해질 수 있고 얼굴을 알릴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네 딸이 당할 수도 있고 꼭 수사를 하고 규제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 사진계 내부 성폭력이 심각한데, 지금까지 이슈가 안 됐던 게 놀랍다. 지금까지 고충이 없었나?

성폭력을 가했던 사진가들이 본인들 잘못을 무마시키거나 말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행동을 했다. 또, 내부고발자들을 뒤에서 계속해서 욕을 하고,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는 등의 선동을 했다. 나는 이런 것을 2~3년 전부터 꾸준히 겪어왔다. 사진계 사람들로부터 지가 경찰이야 왜 이렇게 나대, 라는 말도 들었다. 

언론에서 실명을 공개한 이유는,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사실, 사진계 내 성폭력 폭로는 현업에 지장이 있으면 있지 득이 있지는 않다. 사진계 사람들이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참여하기 힘든 것 같다. 

- 사진계 성폭력 고발에 연대가 필요하다고 보나.

사진계에 직업적 소명을 갖고 있다면, 직업에 애정을 갖고 있다면, 같이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자유겠지만 연대를 바라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진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피해를 입을 것이다. 오랫동안 사진가들에게 씌워져 왔던 '사진 찍는 사람들은 변태다'라는 프레임과 소문을 벗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변태가 아니라, 변태가 카메라를 든 것이다.

소수 사진사들로 다른 사진사들이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고, 비공개 촬영회 때문에 올바른 정상적인 누드 촬영까지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

양예원 씨의 일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결국 사진작가, 여성은 물론이고, 여성 가족과 친구가 있는 사람들까지 피해자가 될 것이다. 비공개 촬영회는 더 음지로 들어갈 거고, 더 은밀하고, 더 비밀스럽게 행할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방향으로 가버리면 아예 사건이 묻히게 될 것이다. 

사진계에서도 미투 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나 여성분들이 성폭력 사건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고 도움을 요청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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