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삼성 전자 계열사 노조 보고서 발표
"고강도 노동·성과 압박에 신체·정신건강 문제"
일부 사례 일반화…최대 10배까지 수치 과장
"주관적이고 모호한 조사…과장될 수밖에 없어"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삼성 전자계열사 노동자들의 신체·정신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노동조합(노조)의 주장에 대해 삼성전자가 즉각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전자계열사 노조가 자사 근로자들의 자살 충동, 수면장애 등 정신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지 수 시간만에 공식 입장을 냈다. 발빠른 대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무노조 체제를 포기하고 준법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자칫 부정적 여론이 커질 것을 우려, 신속하게 입장을 낸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삼성전자가 현재 여론의 동향에 민감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4일 삼성전자는 공식 뉴스룸을 통해 "'삼성-전자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 조사연구보고'와 관련해 전국금속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조 주장 및 보도가 명백히 사실과 다른 점이 있어 바로 잡는다"고 밝혔다.

이날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삼성-전자계열사 노동안전보건 실태 조사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엔 삼성전자서비스와 삼성전자판매, 삼성SDI,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1801명을 대상으로 최근 7개월간 진행한 조사 결과를 담겼다. 

노조는 조사 결과, 이들 4사 직원들이 최근 1년 동안 자살을 생각한 비율이 일반 인구 평균인 1.3%의 10배를 웃돌았다고 주장했다. 또 수면장애 비율은 2020년 임금노동자 평균인 15%를 크게 웃돌아, 근로자의 65~77%에 달했다고 했다. 우울증세 유병률 역시 일반 인구 평균인 18.4%의 2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고강도 노동, 성과 압박 등으로 인해 이 같은 정신건강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신체건강에서도 적신호가 켜졌다고 했다. 근골격계 유증상자 비율은 계열사에 따라 최소 81.4%에서 최대 93.1%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배터리 사업을 이끄는 삼성SDI 근로자 다수가 화학물질에 노출됐으며, 이러한 안전사고를 증언했다고도 전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명백히 사실을 왜곡한 허위주장"이라며 "직원들을 상대로 한 건강검진 결과 많게는 10배 가량 수치를 과장했고, 특정 항목의 경우에는 수십배를 과장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은 방식으로 조사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암 또는 희귀질환 조사의 경우, 정확한 발병 사례를 기반으로 통계를 낸 게 아니라 '주변에서 보거나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식의 모호하고 주관적인 방식으로 설문이 이뤄져 "과장될 수 밖에 없는 조사"라고 강조했다. 

삼성 반도체의 직업병과 관련한 발암성 물질 등이 배터리, 휴대전화 등 삼성의 다른 제품 생산 과정에서도 상당한 비중으로 쓰이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비과학적인 공포 조장"이라고 일축했다. 

삼성전자는 "삼성의 휴대전화·배터리 공장에서 사용하는 CMR과 에틸알콜, 황산 등은 당사뿐 아니라 국내외 많은 제조공정에서 필수불가결하게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라며 "문제는 사용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엄격히 통제된 작업환경에서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느냐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삼성은 관련 규정과 법률을 철저히 준수하며 임직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안전한 사업장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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