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MS·엔비디아·에릭슨·노키아 등과 'AI-RAN 얼라이언스' 결성
AI 기반 6G 연구…융합기술부터 신규 서비스 발굴까지 진행
6G, 이재용 회장이 공들이는 미래 사업…주력사업과도 시너지
차세대 기술 수요 겨냥…2030년 상용화 이후 주도권 확보 의지

지난달 10일 서울 우면동 삼성리서치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연구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6세대(6G) 이동통신 연구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 노키아, 에릭슨 등 세계적 기업들과 동맹을 결성했다. 삼성전자와 사업적으로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경쟁사'와도 초협력에 나선 것이다. 6G 통신장비 분야에서 기회를 모색하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2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서 공식 출범하는 'AI-RAN 얼라이언스(AI-RAN Alliance)'의 창립 멤버로 참여한다.

AI-RAN 얼라이언스는 AI와 무선통신 기술 융합을 통해 6G 기술 연구와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한다. 엔비디아, 암(Arm), 소프트뱅크, 에릭슨, 노키아, MS, 미국 노스이스턴대학 등 통신‧소프트웨어 기업 10개사와 1개 대학이 창립 멤버로 참여한다. 

단체는 AI for RAN, AI and RAN, AI on RAN 등 3개의 워킹그룹으로 나눠 기술 연구를 진행한다. AI for RAN 그룹은 AI와 머신러닝을 활용, 주파수·비용·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무선통신 최적화 기술을 연구한다. AI and RAN 그룹은 가용 자원과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AI 기반의 무선망 융합기술을 개발한다. AI on RAN 그룹은 무선망에서의 신규 AI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발굴한다. 

각 워킹그룹의 연구활동은 기술 보고서, 백서와 같은 형태의 결과물로 발표될 예정이다. 향후 신규 서비스 발굴, 기술적 요구사항, 규격 등 6G 표준화와 상용화 과정에 단체의 연구가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가 AI를 접목한 무선통신 기술 연구에 나선 것은 6G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재용 회장은 통신 분야를 눈여겨 봐왔다. 지난 2019년 1월 새해 첫 경영 행보로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의 5G 네트워크 통신 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을 택한 것은 이 회장이 네트워크 사업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준다. 당시 이 회장은 "새롭게 열리는 5G 시장에서 도전자의 자세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2021년 12월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도 "통신도 백신만큼 중요한 인프라로,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아쉬울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6G도 내부적으로 2년 전부터 팀을 둬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통신장비 사업, 그리고 자사의 차세대 기술 고도화를 위해 통신 기술 연구를 지속해왔다. 4세대(LTE) 이동통신이 서비스되기 시작한 2011년, 5G 통신기술을 연구할 전담 조직을 신설했고 무선사업부와 네트워크사업부에 분산됐던 통신기술 연구 조직을 통합해 차세대 사업팀으로 조직을 키웠다. 2019년에는 삼성리서치에 차세대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하며 연구개발(R&D) 속도를 올렸다. 

기술 확보를 위한 막대한 투자도 이뤄졌다. 2018년 3년 간 25조를 투자해 5G를 4대 미래성장 사업으로 키우기로 결정했다. 2022년 차세대 통신을 비롯한 핵심사업에 240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통신사업을 향한 이 회장의 관심을 방증한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5G 통신기술을 상용화에 성공했다. 자체 개발 칩셋을 탑재한 엔드 투 엔드 초고주파수 대역 5G 솔루션, 5G 기반의 비지상 네트워크(NTN) 표준기술을 확보하며 경쟁사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8GHz 초고주파수 대역에서 최고 속도로 최장 거리 전송에 성공, 5G 기술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회장이 직접 세일즈에 나서기도 했다. 인맥을 활용해 통신 분야에 대한 기술적 논의를 한 뒤 회사의 강점을 강조, 수주로 이어지는 데 역할했다. 2019년 이 회장은 일본 주요 이동통신 사업자들과 만나 5G 조기 확산과 서비스 안착을 위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는데, 이후 NTT도코모 최고경영자(CEO)와 직접 협상을 진척시켰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과 7조9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을 당시, 이 회장은 친분이 있던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와 수 차례 화상통화를 하며 설득했다. 디씨 네트워크와 1조원대 계약을 진행할 땐 이 회장이 찰리 에르겐 회장과 산행을 함께하며 삼성의 5G 통신 장비 강점을 설명했다. 

선점 효과와 총수의 세일즈에도 삼성전자의 통신사업은 개화하지 못했다. 미중 갈등으로 화웨이, ZTE 등 중국기업이 통신장비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면서 삼성전자에게 기회가 돌아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시장조사업체 모바일 엑스퍼트 분석 결과, 화웨이 제재 직후인 2021년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 순위는 에릭슨(26.9), 노키아(21.9%), 화웨이(20.4%), ZTE(14.5%), 삼성전자(5.0%) 순이다. 5G 상용화 초기 두자릿수로 올라갔던 점유율이 빠진 것이다. '기술력'으로도 뚫기 어려울 정도로 통신장비 시장의 진입 문턱이 높아서다. 

통신장비는 대부분 국가적 인프라인 까닭에 기술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계약 규모도 큰 편이다. 한번 공급사로 선정되면 장기 계약관계를 지속하는 이유다. 삼성전자의 무선·통신사업의 안정성을 높여줄 수 있는 분야인 셈이다. 

나아가 통신은 미래 수요와 직결된다. 6G 상용화가 이뤄지면 AI, 로봇, 자율주행차, 확장현실(XR)과 같은 미래 기술 적용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산업 간 융복합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에 통신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운영 비용은 절감하려는 통신기업들의 요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 장비 공급사의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통신망이 운영돼 왔기 때문에 이러한 요구를 반영하지 못했다. 통신기업들이 서로 다른 제조사 장비가 연동되도록 무선접속망(RAN)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통신망 구축의 유연성, 통신 품질 보장이 가능하다면 삼성전자는 3강 체제를 파고들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의 중장기 전략 달성에도 도움이 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스마트폰-생활가전-TV 사업 간 시너지를 도모하기 위해 AI 활용도를 늘리고 로봇, XR을 접목시킬 요량이다. 이 과정에서 각 제품과 서비스가 하나의 생태계 속에서 작동되게끔 가다듬고 있다. '집토끼'로 불리는 기존 사용자의 이탈을 막고 신규 사용자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가 지향하는 초연결이 작동하려면 대용량 데이터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통신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삼성전자가 통신 기술 확보에 매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차세대 통신 시장에서 "통신장비 사업은 총수가 점찍은 먹거리이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며 "확실한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차세대 통신 기술로 넘어갈 때마다 대규모 투자가 단행되기에 삼성전자로선 유의미한 실적 달성이 가능하다. 삼성전자가 6G를 겨냥한 R&D 생태계를 만드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얼라이언스 참여로 AI를 무선통신 기술에 적용해 서비스 혁신을 선도하고 통신망 효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6G 연구 추진, 생태계 확장을 주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찰리 장 삼성리서치 6G연구팀장(상무)는 "AI와 6G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사람들이 기술과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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