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스타·티웨이, 조류 충돌로 지연사태
버드 스트라이크, 온난화·엔데믹으로 증가세
승객 안전에 큰 위협 …항공업계 대책 마련 부산

항공기가 철새의 옆을 지나가고 있는 모습.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에서 언급된 사고와는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항공기가 철새의 옆을 지나가고 있는 모습.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에서 언급된 사고와는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올해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벌써 3번째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 비행기가 조류(鳥類)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엔진을 포함한 동체에 크고 작은 손상을 입혀 자칫 탑승객의 생명을 위협하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대한항공과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의 항공기는 이·착륙 과정에서의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지연 사태를 겪었다.

대한항공은 지난 6일 인천공항(ICN)을 떠나 시애틀 타코마 공항(SEA)으로 향하던 KE041편 항공기 좌측 엔진에 새가 충돌하며 약 1시간 만인 다시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10일에는 일본 하네다 공항(HND)에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하려던 티웨이항공 TW216편 여객기의 엔진에 새가 빨려 들어가면서 불꽃이 발생, 안전을 위해 착륙을 포기하고 다시 날아오른 뒤 재착륙했다. 엔진에 불이 붙지 않았고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항공기 내의 승객들이 20분간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출발 지연 사태가 장기화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청주공항을 이륙하던 대만행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조류와 충돌해 회항, 여객기 출발이 9시간 지연되면서 승객들은 인근 호텔에 숙박해야 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이미지=이미지투데이

흔한 사고지만 가공할 위력

버드 스트라이크는 주로 이착륙 시에 발생하는데, 계절에 따라 장거리 이동을 하는 철새들의 경우 높은 곳까지 올라와 비행하는 경우도 있어 다소 고고도에서도 발생이 가능하다. 생각 외로 가장 흔히 발생하는 항공사고 중 하나인데,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2019년~2023년 8월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버드 스트라이크는 대략 500건에 달했다.

기체에 이상이 발생하면 무조건 회항이 원칙인 만큼 버드 스트라이크 역시 회항 사유에 포함된다. 다만 출발지와 너무 멀어져 바로 조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가장 가까운 공항으로 찾아가 착륙해야 한다. 비행기가 빠르게 나는 만큼 새와 부딪칠 때의 충격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동체에 충격을 줄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1kg 이하의 새가 시속 400km로 비행 중인 항공기와 충돌할 경우 발생하는 충격은 무려 5톤에 달한다.

또 엔진이 양 날개에 각 하나씩 총 2개가 달린 ‘쌍발기(雙發機)’는 버스 스트라이크로 엔진 하나가 작동 불능이 될 경우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엔진이 여러 개라면 출력을 높여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지만, 쌍발기는 제약이 많다. 다만 대한항공은 ‘보잉(Boeing)’의 737·777·787 드림라이너와 ‘에어버스’의 A220, A321 네오(NEO), A330 등 쌍발기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새들이 앉아있는 전신주의 전선 너머로 항공기가 날아가는 모습. 사진=이미지투데이
새들이 앉아있는 전신주의 전선 너머로 항공기가 날아가는 모습. 사진=이미지투데이

온난화·엔데믹에 증가세…대응책 고심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의 버드 스트라이크 관련 사고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철새의 이동 횟수가 증가하고 한반도 내 체류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결됨에 따라 폭증한 항공기 운항 횟수 역시 사고 증가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2020년 70건이었던 버드 스트라이크는 2021년 99건, 2022년 111건, 지난해에는 130건으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버드 스트라이크를 예방하고 사후 대책을 마련하는 등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항공사들은 비행 시뮬레이터를 이용, 버드 스트라이크 상황을 가상에서 경험하며 이를 대응하는 방법을 조종사에게 교육하고 있기도 하다. 해당 장비의 가격은 수백억대에 달하며, 국내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이 비행 시뮬레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의 항공사들은 시뮬레이터를 대여하거나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훈련을 받으며 해당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조류 충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야생동물 통제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공항공사의 역시 각 공항의 시설단 산하에 야생동물 및 조류 통제 조직을 운영중에 있다. 이들 조직은 공항 내부의 서식지 생성을 억제하는 한편 자동형 음파통제기와 레이저 장비 등을 활용해 이착륙 시에 새들을 쫓아내는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주기적으로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며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기도.

한국공항공사 양양공항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조류도 학습효과가 있어서 그에 맞춰 계속 (장비를) 변경하고 보완하며 사용하고 있다”라며 “폭음경보기라는 새 퇴치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레이저의 경우 양양공항서 한국공항공사 주관하에 시범도 했었는데 강도가 낮아 효과를 못 봤는데, 이를 높이면 항공기에 영향을 미칠 위험성이 따르기 때문에 폭음경보기를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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