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혁신 이어 다보스서 탈탄소까지
디지털·무인화·친환경..체질개선 목표
경영지원실장·미래위 거치며 비전그려
작년 조선 호성적, 건설까지 이어질까?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사진=HD현대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사진=HD현대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그려온 ‘뉴 HD현대’의 청사진이 작년과 올해의 CES, 그리고 다보스포럼을 통해 모두 수면 위로 드러났다. 조선·건설기계 등을 아우르는 육·해상 분야에서 디지털·무인화·친환경 3가지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하드웨어 중심이었던 그룹사 전반의 체질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것.

주목할 대목은 정 부회장의 이런 플랜이 오랜 기간 준비된 것인데 최근 빠르게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 이미 지난해부터 조선 분야에서 준수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데다, 올해 초점을 맞춘 건설기계 분야에서도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시선이 쏠리고 있다.

18일 HD현대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 17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탈탄소 촉진 및 협력 방안·온실가스 감축 이행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정기선 부회장의 다보스 포럼 참석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이미 정 부회장은 지난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기조연설을 통해 에너지 밸류체인 구축과 탈탄소화를 비롯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안전성 확보 △생산성 향상을 위한 무인 자율화 등 3대 혁신 목표를 발표했던 바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건설 장비를 중심으로 한 비전인 ‘사이트(Xite) 트랜스포메이션’을 발표했다.

이번 CES에서 발표된 비전은 정 부회장이 지난해 CES 2023에서 제시한 ’오션 트랜스포메이션’(Ocean Transformation)의 연장선상에 있다 볼 수 있다. 당시 발표했던 친환경 저탄소 연료 추진 기술, 무인·원격 디지털 솔루션 등 차세대 선박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바다에서의 혁신’을 육지로 옮겨온 셈.

CES 기조연설 무대에서 정기선 부회장은 “해상에서 육상까지 전 지구를 아우르는 수소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라며 “미래를 위한 탈탄소 글로벌 에너지 가치사슬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21년 3월 정기선 부사장(왼쪽, 당시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은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 대표로 사우디 아람코와 수소 및 암모니아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오른쪽은 아흐마드 알 사디(Ahmad A. Al-Sa’adi) 사우디 아람코 테크니컬 서비스 부문 수석부사장. 사진=HD현대
지난 2021년 3월 정기선 부사장(왼쪽, 당시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은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 대표로 사우디 아람코와 수소 및 암모니아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오른쪽은 아흐마드 알 사디(Ahmad A. Al-Sa’adi) 사우디 아람코 테크니컬 서비스 부문 수석부사장. 사진=HD현대

정 부회장의 이런 청사진은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니다.

지난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로 입사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대학원(MBA) 과정을 수료한 정 부회장은 크레디트 스위스, 보스턴컨설팅그룹 등을 거치며 경력을 쌓았다. 이후 2013년 경영기획팀 선박영업부 수석부장으로 재입사해 그룹에 돌아온 그는 그룹 경영지원실장과 미래위원회 위원장을 거치며 그룹의 미래 비전을 찾는 역할을 꾸준히 수행해 왔다.

특히 지난 2020년 9월 출범해 운영됐던 ‘미래위원회’의 경우 건설기계와 인공지능(AI)을 비롯해 수소, 에너지 사업 등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찾아 일시적으로 운영된 태스크포스(TF) 형식의 조직이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해당 조직이 그룹의 미래를 그리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를 기반으로 정 부회장은 2021년 ‘수소 드림 2030 로드맵’을 발표하며 일찍이 미래 친환경 시장을 선도할 조선해양·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포한 바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육·해상에서 수소의 생산부터 운송·저장·활용 등 전 과정에 해당하는 수소 밸류 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정 부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친환경 선박에서 가능성을 보고 친환경 선박 애프터서비스(A/S) 사업 계열사 ‘HD현대글로벌서비스’(현 HD현대마린솔루션)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해당 계열사는 점차 강화되고 있던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 흐름에 맞게 친환경 선박으로 선박을 개조·보수하는 등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 출범 당시에도 많은 관심을 받았던 바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HD현대사이트솔루션과 CNH가 공동연구센터 설립과 미래기술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스테파노 팜팔로니 CNH 건설기계부문 사장,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 스콧 와인 CNH 최고경영자. 사진=HD현대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HD현대사이트솔루션과 CNH가 공동연구센터 설립과 미래기술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스테파노 팜팔로니 CNH 건설기계부문 사장,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 스콧 와인 CNH 최고경영자. 사진=HD현대

그리고 이러한 정 부회장의 전략은 벌써 어느 정도 먹히고 있다.

우선 CES에서만 2건의 협력관계를 맺으며 향후 건설시장에서의 무인 자율화 선도 가능성을 올렸다. HD현대 건설기계 부문 사업 중간 지주회사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글로벌 클라우드 선도 기업인 ‘아마존 웹 서비스(AWS)’, 농업 및 건설기계 기업 ‘CNH’와 각각 △무인 자율화 및 연결 플랫폼 개발 협력 △북미 공동 연구센터 설립 및 미래 기술 협력 관련 협력을 약속했다.

여기에 업계에서도 올해 북미와 신흥국을 중심으로 건설기계 시장 성장이 전망되는 만큼 낙관적인 환경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있어 양적인 성장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건설기계 사업 부문은 북미·신흥 자원국 중심으로 수요가 지속되며 견조한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라면서도 “유럽의 경기 침체 지속 및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의 부진이 심화되고 있는 점은 성장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호황기인 ‘슈퍼사이클’에 접어든 조선 분야에서는 연초부터 친환경 연료인 암모니아용 운반선을 포함해 다양한 선박을 수주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기도 하다.

HD현대 조선 계열사 HD한국조선해양은 이달 4일부터 9일까지 6일간 유럽, 오세아니아, 아시아, 중동 소재 선사와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2척을 포함해 중형 PC선 15척, 초대형 LPG운반선 6척, LNG운반선 2척 등 총 25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총 2조8218억원이다. 특히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총 38척의 초대형 LPG·암모니아 운반선 중 약 61%에 해당하는 23척을 수주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풍부한 가스선 건조 경험과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암모니아 운반선 수주에 연이어 성공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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