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고정거래 가격, 3개월 연속 오름세
'업황 바로미터' 마이크론 실적개선, D램가격↑
HBM 등 AI 효과 '톡톡'…증권사도 전망 상향

고부가 D램을 중심으로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D램 가격이 바닥을 찍고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4분기 이후 실적 개선을 이뤄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고부가 D램을 중심으로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D램 가격이 바닥을 찍고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4분기 이후 실적 개선을 이뤄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혹독했던 반도체 겨울이 끝나가는 걸까? 관련 조짐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실적 반등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도 힘이 실리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관련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늘고, 주요 메모리 기업이 감산에 들어간 결과, 재고 조정도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메모리 가격은 오름세를 지속하며 들썩이고 있다. 업황 회복의 신호탄을 쏜 셈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적자를 크게 줄인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지난해 4분기 실적 증권사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을 보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3억6019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적을 끌어내렸던 DS부문의 영업손실이 3조7500억원에서 6000억원대로 대폭 감소할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영업손실도 2394억원에 그칠 것으로 관측됐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1조5000억원 가량 손실을 줄인 게 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을 지난달부터 상향 조정 중인데, 이는 D램 업황과 무관치 않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지난해 공급 조절에 들어갔다. 레거시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여 재고 정상화를 유도했다. 

이 같은 전략은 재고 조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고객사 보유 재고가 상당량 소진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SK하이닉스의 D램 사업은 지난해 3분기 흑자로 돌아섰다.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SK하이닉스 측은 "고객사 재고는 레거시 중심이라 DDR4, LPDDR4의 수요 회복세가 더디고 재고 정상화 추이도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하반기 들어 점진적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감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는 것으로, 무엇보다 차세대 메모리 수요 증가세가 매우 뚜렷하다"고 밝혔다. 

AI 바람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엔비디아, 인텔, AMD 등이 앞다퉈 AI반도체를 내놓으면서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고부가 D램 주문이 몰렸다. 지난해 3분기 D램 차세대 규격인 DDR5로의 교체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PC·서버에서 DDR5 비중이 DDR4를 넘어섰다. 특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DDR5는 물량 부족 조짐까지 감지됐다.

D램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는 조짐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메모리 공급사가 고객사와 맺는 계약가격은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 12월 PC용 D램 범용제품 고정거래가격은 1.65달러로 전월대비 6.45% 상승했다. D램 가격은 2021년 7월 4.1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뒤 2년 2개월 간 하락해왔다. 지난해 10월 반등에 성공한 D램은 3개월 연속 가격이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모바일용 D램 가격도 같은 기간 오름세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4분기 모바일 D램 가격이 전분기 대비 18~23% 오른 것으로 추산했다. 

D램 회복은 앞서 마이크론 실적으로 확인됐다. D램 3강으로 꼽히는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보다 한 달 앞서 실적을 공개하기 때문에 메모리 업황 바로미터로 불린다. 

지난해 12월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기준 2024년 1분기(9~11월) 매출 47억3000만달러(6조2000억원), 영업손실 11억2800만달러(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9% 올랐고, 영업손실은 23.4% 줄었다. 재고 감소로 D램 평균판매가격(ASP)이 전분기보다 올랐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PC, 모바일, 자동차 등 시장 전반에서 고객사 재고가 정상 수준이거나 그에 가깝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D램 사업 비중이 상당하다. 전 세계 D램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39.4%, 35.0%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올해 흑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다만 불안 요소는 있다. 낸드플래시다. 낸드는 사실상 AI 효과를 크게 보기 어려운 품목이다. 여기에 적층 경쟁으로 원가 부담이 커졌다. 더욱이 낸드는 공급이 꾸준히 이뤄져야 하는 특성이 있어, 재고 조정이 쉽지 않다. 낸드 가격 오름세에도 업계가 우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간 메모리카드·USB용 낸드 범용제품 고정거래가격은 일단 상승 추세다. 2년여 만에 4.33달러까지 오른 것. 마이크론도 낸드 ASP가 약 20% 상승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신중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낸드 가격이 원가 이하로 낮아져서다. 트렌스포스는 손익분기점을 넘기 위해선 40% 이상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HBM 집중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양 사 모두 올해 HBM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찍고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요가 폭증한 고부가 D램을 내세워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이에 차세대 D램을 선점하려는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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