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북적거리는 동네 시장 축제에서 수제 맥주를 마신 적이 있다. 시원하면서도 묵직하게 당기는 맛이 잠시라도 더위를 잊게 해줬다. 이 맥주의 고향은 목동깨비시장, 이름은 깨비시장과 맥주(beer)의 합성어인 ‘깨비어’다.그런데 이 맥주, 축제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맛볼 수 없다. 알고 보니 정말 한번 맥주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시장 사람들이 모여 야심차게 제조해낸 술이다. 가능성을 바라보고 ‘술을 빚는 사람들’이라는 이름도 내걸었다. 시작은 무모해 보였지만 제법 진지하게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술을 빚는 사람들’의
지난해 7월 교장 선생님 은퇴자로 구성된 (재)굿네이버스 미래재단 시니어봉사단(이하 시니어봉사단)이 발족했다. 연륜과 경험 넘치는 베테랑 교육봉사단이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어린이들과 함께한 지도 1년여. 교육계 은퇴자가 힘을 합치고 보니 미래 가능성에 씨를 뿌리고, 어린이들이 튼튼하게 자라나는 데 큰 보탬으로 자리 잡았다. 김해충(金海充‧65) 씨는 그중 드론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2020년 2월 퇴직한 뒤 시니어봉사단원이 되어 드론을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고 있는 김 씨를 서울 강서구 방화2동 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만났다. 드론을 배
강서구 화곡동 화곡중앙시장. 서울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예스럽고 한적하다. 시장 골목 안 미동약국 2층에는 아직 문패가 내걸리지 않은 윤유선(52) 씨의 공간이 있다. 준비가 덜 돼 많이 어수선한데 넓기는 또 매우 넓다. 중고 거래사이트에서 사들인 소파며 탁자, 책꽂이 등이 주인의 정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서 윤 씨는 버킷리스트 속 꿈을 이뤄 가려 한다.“근처에 책방이 없어요. 하나가 있긴 있는데 소문에 문을 닫을 거라더군요. 책도 읽고 사람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하고 무엇인가를 해나가는 복합문화 공간을 만들 거예요.”나이
안녕하세요? 참 쓸쓸한 이야기지만, 지난 회에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 시니어들이 뭘 준비해야 하는가 함께 생각해보자고 했지요?지난해 가을까지는 저도 별생각 없이 살아왔습니다. 2009년에 뇌수술을 하고, 2014년에 후두암 수술을 하고, 2016년에 만성 백혈병에 걸린 걸 확인하고도, 죽음은 저와 관계없는 일이라며 퇴원해 100m만 걸어도 헐떡거리는 체력으로 평생 연구 과제를 완성하겠다고 독일로 건너가 그리스를 거쳐 터키까지 여행하고, 그동안 발표한 스물댓 권의 이론서와 작품집을 정리하면서, 한국문학도서관을 완성하는 데만 정
나는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14년 10월에, ‘주례는 서글퍼’라는 글에서 “한 달 전에 약속한 12월 예식까지만 맡고 주례업계에서 이만 은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05년 데뷔 이래 몇 번인지도 모를 만큼(스무 번쯤 되나?) 혁혁한 출연 실적을 쌓았으니 그만하면 되지 않았나. 그 뒤 몇몇 친구들의 간곡한 요청을 더 간곡하게 고사/사절하며 이 약속을 스스로 잘 지켜왔다.그런데 넉 달도 더 전에 고교 동창 하나가 아들을 장가보낸다며 주례를 부탁해왔다. 8년 전에 쓴 글을 보여주고, 다른 동창들도 다 못해주었다고 거절했다. 그
1987년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하게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되었다. 1인당 국민소득은 그 이후 민주정부를 거치면서 1만, 2만, 3만 달러를 넘어 2021년 3만5000 달러 이상이 되었다. 이는 선진국 도약의 근저에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체제가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그런데 오늘날 한국정치는 국민들에게 큰 걱정거리이다. 걱정의 핵심은 ‘과연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여야 정치지도자들이 정치적 컨센서스와 국가적 당면과제 해결에 효율적이면서 효과적인가?’ 하는 것이다.우리는 21세기 이후에만 각각 세 번의 보수 표방 정권과 두 번의 진보
윤석산 시인, 제주대 명예교수 안녕하세요? 날씨가 많이 추워졌네요. 지난 보름 동안에도 TV를 켤 때마다 참 지긋지긋했지요? 하지만 그런 일들은 먼저 말씀드린 대로 ‘마음속의 하드디스크’에 저장해두시고, 예고한 대로 ‘세계 일등 국가’가 되기 위해 우리가 지금 할 일이 뭔가 생각해보기로 합시다.저는 이런 미래 이야기를 생각할 때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떤 선배가 교내 웅변대회에서 ‘대망의 80년대’가 되면 집집마다 자가용 한 대씩을 갖게 될 것이라고 외치던 일이 떠오릅니다. 박수를 쳤지만 믿지 않았지요.그런데, 정말 1980년대
요즘은 남녀 구분 없이 뭐든 도전하고 함께하는 시대다. 시니어가 즐기는 취미 중 특히 당구는 여성 선호도가 높아져 60대 이상 동호회 안에서 여성 참여 비율이 꽤 높아졌다. 실력만 되면 남녀 구분 없이 경기하면서 어울린다. 그런데 유독 시니어 세대가 심취하는 놀이 가운데 깨지지 않는 금남, 금녀의 영역이 있다. 남자는 바둑, 여자는 뜨개질이다. 어딜 가도 이성이 한두 명쯤 섞여 있다고 하지만 남고에 여교사, 여고에 남교사가 있는 수준. 바둑 두는 남자와 뜨개질하는 여자, 그들의 아지트에 잠시 들어가 볼까?'살롱드파리'에서 우아하게
사뿐히 도시를 걷는 여자. 머리는 한쪽으로 내려 묶고 챙이 조금 화려한 모자를 썼다. 걸음걸이는 박자감 있고 경쾌하다. 지나다 신기하거나 호기심 가는 것이 보이면 지나치는 법이 없다.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질문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설용수 씨(70). 그와 10년 앞을 준비하며 살아온 취미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설용수 씨를 만난 곳은 서울 성신여대 인근 ‘극단 극발전소301’의 연습실. 연출가 겸 극작가인 정범철 극발전소301 대표가 직접 가르치는 희곡글쓰기를 수강한다고 했다. 벌써 네 번째 듣는 수업이다.“제 직업은 작
우리 민족을 말할 때 ‘흥(興)’ 문화에 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한판 잘 논다’는 얘기를 자랑삼는다. 그런데 춤추고 노는 거 좋아하다가도 제대로 ‘춤’을 즐기는 이들에 대해서는 유독 색안경 끼고 본다. 음악을 틀고 춤추는 젊은이가 길거리에 모여 있으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이제 좀 생각을 바꿀 때가 됐다. 좀 노는 아이들의 문화로만 여겼던 ‘비보잉’이 ‘브레이킹’이라는 이름으로 댄스 대회가 아닌 정식 스포츠로 무대를 넓혔기 때문이다.우리나라 브레이킹이 세계를 주름잡던 2000년대 초중반, 색다른 문화로 관심받으
안녕하세요? 한라산 기슭의 초가을 햇볕이 아슴아슴 시가지 쪽으로 내려오고 있네요.오늘은 우리가 지금 할 일이 뭔가 함께 생각해보자고 했지요? 금년 내내 TV를 켤 때마다 눈물로 세운 이 나라가 ‘폭망’할 것 같아 절망하다가, 간혹 국민들만 정신 차리면 한 10년 안에 세계사를 이끄는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함께 논의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자고 내세운 주제입니다.정말 지난 8월 한 달도 절망스러운 나날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정치판에서 저를 피식 웃게 만든 건, 꼰대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대통령이 영빈관을 짓겠다는 계획을 포기했
나는 8월 18일자 ‘즐거운 세상’에 내보낸 ‘독일어 선생님들은 왜?’ 라는 글에서 ‘황ㅍㅇ’ 교사를 소개한 바 있다. 손목시계를 풀더니 학생이 붕 날아갈 정도로 주먹으로 때려 독일어 공부를 종치게 만든 폭력교사였다. 그런데 이 글을 읽은 독자가 그 선생님 이름을 정확하게 대면서 자신은 맞기는커녕 귀여움을 많이 받았다고 알려왔다(아무리 익명 처리를 하더라도 사람 이름 쓸 때 조심해야겠다. ㅎㅎ).시골에서 중학교를 나와 서울의 고등학교에 진학한 그는 수학과 영어에 자신 있었는데, 다른 녀석들이 ‘수학의 정석’이나 ‘정통 종합영어’를
한눈에 그들은 알아봤다. 통하는 게 있다는 것을. 사회에 나와 친구 사귀기 어렵다는데, 그림 그리는 곳을 좇아가니 인생 동지가 거기 있었다. 함께 걸어갈 인연을 만난 것도 행복이라고 여기다가 모두가 58세 용띠 동갑인 그들은 작가 모임 ‘드래곤 날다’를 결성하고, 첫 전시회 ‘드래곤 날다 2022전’(9.13~26)을 열어버렸다. 스케치북과 4B연필, 물감과 붓만 있다면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다는 김미숙, 이미영, 주현주, 황선 씨다. 이들의 꿈이 한자리에 들어찬 M갤러리에서 수다 삼매경에 빠져봤다. 그림을 함께 그린다고 하니 동문
안녕하세요? 추석은 잘 쇠셨나요? 이번 주에는 수필이나 자서전 쓰는 방법을 함께 생각해보자고 했지요?그런데 한 가지 양해를 구할 게 있네요. 며칠 전부터 우리나라 출판계에서 주목하기 시작하는 두 저작물을 소개한 다음 약속한 주제를 함께 생각해보자는.하나는 이 데일리임팩트에서도 달포쯤 전에 보도한 작가 윤석철의 ’소설 예수‘라는 대하(大河) 소설이고, 다른 하나는 장혜숙이라는 여성 작가의 ‘삶의 미술관’입니다. 창작 방식을 논의하겠다면 당연한 일인데 뭘 양해를 구하느냐고요?흐흐흐…. 소설 작가는 제 바로 밑 동생이고, 미술품 이야기를
며칠 전 지인이 카카오톡 메시지로 유튜브 콘텐츠 하나를 링크하며 배우 황석정이 여는 농장 가든 마켓에 가자고 했다.기억을 더듬어보니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초창기 출연자로 활동할 당시 집 안 식물을 아끼는 모습이 인상적이기도 했다. 몇 년 전 농장을 할 거란 말은 들었다. 작물을 재배해 판매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TV에 나오지 않아도 다양한 공연을 소화하기에 바쁘려니 했다.그 사이 화초를 키우는 농업인으로서 또 다른 삶도 피어나고 있었다. 황석정은 자신의 유튜브 개인 채널 ‘미스황tv’에서 “농원까지 하게
길 위의 삶을 사는 고양이의 생은 녹록지 않다. 사람이 가까이 나타나면 쏜살같이 피하다가도,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차를 피하지 못해 로드킬로 생을 마감하는 동물 중 그 수가 가장 많다.척박하고 싸늘한 표정으로 도시는 물론 전 지역에 분포해서 살아가던 길고양이. 옛날에는 영물이라고 멀리하고, 사람과 잘 친해지는 개와 비교돼 멀리하고. 오래전 기억에 고양이를 보면 죽일 듯 따라가서 쫓아내는 사람도 있었다. 길고양이는 길에 사는 인간의 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을 현재는 ‘동물 학대’라고 말한다. 끔직하고 잔인한 행동이 지탄받아야 하
과거 오랜 시간 동안 집에서 함께 사는 개 혹은 강아지를 애완견(愛玩犬)이라고 불렀다. 직역하자면 사랑을 주며 가지고 논다, 혹은 장난감의 의미일 것이다. ‘개’를 가족이나 인생길을 걸어가는 동반자로 받아들여 애완견 대신 반려견(伴侶犬)으로 바꿔 부르게 된 것도 불과 몇 년 전이다. 명칭에서 오는 존중의 무게가 다르다. 그에 맞춰 반려동물을 생각하는 제도와 서비스, 공간 등이 점차 늘어났다.지난 5월경 서울시 양천구에 있는 용왕산 근린공원이 놀이터와 야외무대, 운동시설 등을 교체하면서 새로 생겨난 공간이 바로 강아지 놀이터다. 지난
지금까지 이런 동창생은 없었다. 고교부터 출발한 인연만으로도 "대단하다", "진정한 우정이다"라고 평할 만한데, 이들의 시간은 타임머신을 타고 코흘리개 유치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 피란학교를 함께 다녔고, 각각 독일과 프랑스에서 공부했다. 80이 훨씬 넘어서도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장거리 연애(?), 아니 우정을 다지고 있는 이성낙(84), 지섭(83) 씨. 끈끈한 두 사람 사이에 앉으니 기나긴 여정이 흑백영화에서 컬러로, UHD 화면으로 바뀌어 가는 듯했다.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다지섭 씨는 곧 집
안녕하세요? 이번 주에는 역사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자고 했지요? 정말로 피하고 싶은 주제지만, 지금 우리들의 역사의식을 바로잡지 않으면 지난 70년 동안 눈물로 이뤄온 이 나라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상황이라서 제안한 주제입니다.일일이 지적하지 않아도 최근 뉴스 속의 여야 지도자들의 행동을 떠올려보면 제 의도를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분들 때문에만 논의하자는 건 아닙니다.역사관은 누구나 주변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는 관점이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 관점에 따라 자기 삶의 목표를 결정하고, 그런 개인들의 소신과 행동 방
안녕하세요? 이번 주에는 누구나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을 귀띔해드린다고 했지요? 제 귀띔을 믿고 한 달 동안 그대로 써보시면 제법 잘 쓸 수 있고, 3년만 그렇게 쓰면 먼 후일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여러분을 생각할 겁니다. 그리고 남은 삶을 아주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실테고요.동의하신다면 첫 번째 미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이제까지 들어온 문학이론들을 다 접어두고, 제가 제시하는 방법대로 써보세요. 문학은 ‘화자(話者)-화제(話題)-청자(聽者)’ 간에 주고받는 ‘담화(談話, discourse)’이고 이들